[탈북민 3만 시대] ③10명 중 9명 ‘통일 찬성’ 왜?
[탈북민 3만 시대] ③10명 중 9명 ‘통일 찬성’ 왜?
  • 최종환 기자
  • 승인 2019.06.11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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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주민 통일의식‘조사, 탈북민 통일 긍정적
‘이념 갈등’ 해소 등 이유 다양… 회의적 시각도
탈북민, 일관된 통일정책 마련해야 한 목소리

톱데일리 최종환 기자 =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과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으로 한반도 정세는 급격한 변화를 맞았다. 북한에 대한 인식도 크게 달라졌다. 평양의 옥류관을 본 뜬 냉면집은 연일 문전성시를 이뤘다.

북한 삼지연관현악단의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 전파를 타면서 적지 않는 사람들이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멀게만 느껴졌던 통일이 조금씩 다가왔다는 기대가 피어올랐다.

통일을 누구보다 반가워하는 이들은 북한이탈주민이다. 남한에 정착한 3만 여명이 남북한의 자유 왕래를 꿈꾸고 있다.

‘탈북민 3만 시대’를 맞아 통일을 향한 북한이탈주민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지난해 4월 열린 평양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백두산 정상인 장군봉에 올라 손을 맞잡아 들어 올리고 있다.(사진=정책브리핑)
평양정상회담 사흘째인 지난 2018년 9월 20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백두산 정상인 장군봉에 올라 손을 맞잡고 있다.(사진=정책브리핑)

■ 탈북민 대다수 통일기대 커… 남한 주민과 대조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북한주민 통일의식 2018’ 보고서에 따르면 통일에 대한 북한이탈주민의 인식은 매우 긍정적으로 나타났다.

연구원이 제시한 “북한에 살고계실 때 통일이 얼마나 필요하다고 생각하셨습니까”라는 질문에 응답자 90.8%가 ‘매우 필요하다’고 답했다. 북한이탈주민 10명 중 9명이 통일에 찬성한 셈이다.

남한 주민과 가장 대비된 결과가 나온 항목은 ‘통일 이익’이다.

연구원이 제시한 “북한에 살고 계실 때 통일이 북한에 얼마나 이익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셨습니까?”라는 질문에 응답자 82.8%가 ‘매우 이익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같은 항목에 남한주민은 11.2%만 매우 이익이 될 것이라고 답해 대조를 이뤘다.

이 같은 결과는 설문조사가 시작된 지난 2011년 이후 동일하게 나온 것으로 통일에 대한 북한이탈주민의 열망이 남한 주민에 비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 남한 주민은 해가 갈수록 ‘통일을 필요하다’(2018 기준, 59.8%)는 비율이 떨어지고 있어 통일에 대한 남북한 주민의 인식차가 커지는 추세다.

김학재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HK교수는 “북한이탈주민은 남북한이 같은 민족이기 때문에 통일을 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며 “이는 김정은 체제가 안정기에 접어들고 경제적 상황이 점차 나아지면서 체제에 대한 자신감이 상승해 나타난 결과다”고 설명했다.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이 지난 3월 발표한 ‘북한주민 통일의식 2018’ 보고서를 보면, 북한이탈주민에게 통일의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 ‘매우 필요하다(90.8%)’고 답했다.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이 지난 3월 발표한 ‘북한주민 통일의식 2018’ 보고서를 보면, 대다수 북한이탈주민은 통일이 ‘매우 필요하다(90.8%)’고 생각했다.

■ 동질성 회복·이념갈등 해결 등 통일 이유 다양

실제 만난 북한이탈주민도 대체로 통일을 해야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들은 민족의 동질성을 회복한다는 당위적인 입장을 넘어 ‘이산가족 문제 해소’, ‘이념갈등 해결’ 등 다양한 이유를 들었다. 다만 급속한 통일보다 점진적인 대화와 합의를 추구했다.

남한에 15년 째 정착하고 있는 북한이탈주민 김수연씨(43·가명)는 “외세의 갈등으로 한반도가 분단되었다. 통일은 민족의 동질성을 회복하는 일이다”며 “현실적으로는 북에 있는 가족을 자유롭게 볼 수 없다는 점이 가장 괴롭다. 통일이 되어 남북한을 자유롭게 오고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수연씨는 일각에서 제기되는 통일 비용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조 단위로 치닫는 통일 비용을 사회 인프라 확대라는 투자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통일 비용을 말하면 거부감이 든다. 돈을 내라고 하면 반길 사람이 없다”며 “북한에는 철광석, 석탄 등 지하자원이 많다. 남북한이 이를 함께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북한이탈주민 정은주씨(35·가명)는 북한 사람들은 이미 통일을 준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2002년 7월부터 북한에서는 장사를 해야겠다는 사람이 늘고 있다. 택배업까지 성행하고 있다”며 “장마당에서 돈을 버는 사람들은 시장경제에 익숙하다. 통일 후 북한사회가 급속히 변해도 큰 동요는 없을 것이다”고 했다.

한반도를 둘러싼 이념갈등을 해결하고자 통일의 필요성을 강조한 이도 있었다.

북한이탈주민 김민영씨(37·가명)는 “이념과 이데올로기 탓에 남북한이 치러야 할 갈등이 너무 많다”며 “한 예로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역사적 평가를 놓고 사람들이 서로 다른 입장을 갖고 있다. 통일이 달성되면 수 많은 이념갈등이 해소될 것이다”고 했다.

강동완 동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발표한 ‘북한주민 통일의식 조사연구(2014)’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강 교수는 북한이탈주민 100명을 면접 조사해 통일을 둘러싼 다층적인 이해구조를 살폈다. 그는 논문을 통해 “통일에 대한 북한이탈주민의 기대는 북한 당국의 선전선동에 의한 결과보다 개인적인 이해관계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통일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간과할 수 없는 흐름이라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개성공단이 난관에 부딪치고 합의가 원만히 이뤄지지 못하는 과정을 알게 되면서 통일이 쉽지 않은 과정이라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북중접경지대인 북한의 혜산시로, 허름한 가옥들이 촘촘히 들어서 있다. 북한이탈주민은 통일이 되어 남북한의 자유 왕래를 꿈꾸고 있다.(사진=최종환 기자)
2017년 7월 북중접경지대인 북한 혜산시의 모습. 허름한 가옥들이 촘촘히 들어서 있다. 북한이탈주민은 통일이 되어 남북한의 자유 왕래를 꿈꾸고 있다.(사진=최종환 기자)

■ 일관된 통일정책·가족 담론 활성화해야

북한이탈주민은 통일을 위한 걸림돌로 서로에 대한 ‘무지’를 꼽았다. 남한은 북한을, 북한은 남한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오해와 편견이 생겨 통일의 지향점을 놓치고 있다고 했다. 정부 등 국가기구에 대해선 일관된 통일정책을 주문했다.

북한이탈주민 이명선씨(34·가명)는 갑작스런 통일은 서로가 위험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삶의 절반씩을 남북한에서 살았기에 누구보다 균형 잡힌 시각에서 통일을 바라본다는 그다. 지금은 남북한 대학생이 모여 만든 통일동아리를 이끌고 있다.

통일을 방해하는 요소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망설임 없이 ‘융화되지 않는 사회 분위기’를 꼽았다. 그는 “3만 여명의 북한이탈주민은 남한사회와 융합이 잘 되지 않고 있다”며 “이들과 통합이 안 되는데 어떻게 통일을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든다”고 했다.

실제 명선씨는 식당에서 음식 주문을 하다 직원들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메뉴판의 음식 사진만 보고 오징어 덮밥을 주문했더니 낙지 덮밥을 받아서다.

북한에서 부르는 낙지가 남한에서는 오징어라고 말하기 때문에 벌어진 해프닝이었다. 일상에서 쓰는 낱말조차 합의되지 않은 까닭에 정치·사회적 통합은 아주 먼 일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명선씨는 “통일을 논의하기 앞서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남한 사회의 편견과 오해, 무지를 해소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했다.

이와 달리 정부와 국회, 국가기관 등에 지속가능한 통일정책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정부의 정치적 노선과 입장에 따라 통일·대북정책이 달라져 통일에 대한 남북한 주민들이 혼란을 느껴서다. 북한이탈주민은 통일을 ‘우리’라는 문제로 인식하고, 정치적 논리를 배격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남한생활 12년차에 접어든 북한이탈주민 이선민씨(29·가명)는 “남북한의 정치인과 일부 시민들은 통일을 정파적 시각으로 보고 있다”며 “당리당략에 따르기보다 공동체의 발전을 생각하는 통일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또 “TV를 보면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놓고도 이견이 엇갈리는 데, 이는 정책의 찬반을 논의하기보다 ‘반대를 위한 반대’ 성격이 강하다. 통일 문제에 있어서는 정치적 유불리를 따져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민영씨도 “남한 주민들은 정부 태도에 따라 통일에 관심을 가졌다가 배타적인 입장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며 “국회에서 합의해 큰 로드맵을 만든 후 정부가 바뀌어도 지속성을 띤 통일 정책을 운영해야한다”고 했다.

남한사회의 치열한 경쟁과 급속히 확산된 물질문화가 통일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동체 문화가 약화돼 서로에 대한 이해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통일은 상대가 있는 협상이라는 점에서 볼 때 상대를 알아가는 과정도 무시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엄현숙 북한대학원대학교 연구교수는 “최근 한국사회에는 ‘가족 담론’이 사라지고 있다”며 “모두 살아갈 여유가 없는 상황에 통일은 막연한 문제가 됐다. 통일에 대한 거창한 담론을 만들기보다 편견을 줄이고, 타인의 생각을 존중하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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