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톱파보기] ‘다뉴브 참사’ 증오 심리 왜?
[이슈 톱파보기] ‘다뉴브 참사’ 증오 심리 왜?
  • 최종환 기자
  • 승인 2019.06.14 08: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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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타임 3분”…갈등 부추기는 말·글 난무
전문가들 “편협한 진영논리 배격해야 필요”
사회적 약자 지원…“투명·효율성 따져야 해”

톱데일리 최종환 기자 = 헝가리 부다페스트를 대표하는 아름다운 다뉴브 강에 슬픔과 증오의 물결이 흐르고 있다. 희생자의 넋을 기리며 아픔을 공유하는 이들과 ‘해외에서 놀다 죽었다’는 막말이 대비돼서다. 약자를 보듬어주지 않는 혐오스러운 말과 글에 전문가들은 ‘편협한 진영논리’라고 보면서도 억눌렀던 분노의 표출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각 29일, 오후 9시) 크루즈선 바이킹 시건호가 35명(한국인 33명)이 승선한 유람선 허블레아니를 덮쳤다. 허블레아니는 불과 7초 만에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승객들은 대피할 공간도, 시간도 없었다. 유럽의 아름다운 풍광을 보며 여유를 즐기던 이들이 일순간 유명을 달리했다.

다뉴브의 물살은 평범한 시민의 일상을 송두리째 휩쓸고 갔다. 현재까지 목숨을 건진 이는 7명이다. 대부분 난간에 있다 배가 충돌하자 물속으로 튕겨나가면서 간신히 생명을 구했다. 나머지 28명은 죽거나 실종됐다. 사고발생 직후 정부는 대응팀을 꾸려 현지에 급파했고, 헝가리 정부와 협의해 실종자 수색에 만전을 기했다.

문제는 정부 대응과 희생자들에게 맹목적인 비난이 난무하고 있다는 점이다. 혐오를 동반한 말과 글이 희생자 가족을 아프게 하는 것은 물론, 한국사회를 두 동강 내기에 충분했다. 정부 대응이 미흡했다면 비판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현재까지 벌어진 논쟁만 보면 정책에 대한 평가보다 막무가내 식 비난에 기울어져 있다. 누가, 무엇을 위해 혐오를 조장하고 있을까.

 

지난달 30일 발생한 ‘다뉴브 참사’ 후 각종 포털사이트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폐 끼치지 말라’, ‘감성팔이’ 등 희생자를 증오하는 댓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지난달 30일 발생한 ‘다뉴브 참사’ 후 각종 포털사이트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폐 끼치지 말라’, ‘감성팔이’ 등 희생자를 증오하는 댓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 혐오 부추기는 정치인·SNS 말과 글

민경욱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다뉴브 참사’ 하루 뒤인 지난달 31일 페이스북에 “안타깝습니다. 일반인들이 차가운 강물 속에 빠졌을 때 골든타임은 기껏해야 3분입니다”라고 썼다. 정부대응을 비난하기 위해 쓴 글이라는 해명을 했지만, 오히려 피해자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은 격이 됐다. 온라인에서는 “실종자 가족들 입장에게 부적절한 표현이다”는 지적이 일었다.

국내 포털사이트와 유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희생자를 조롱하는 게시물과 댓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다른 사람들에게 폐 끼치지 말라’, ‘감성팔이’ 등 희생자에 대한 모욕적인 글이 삽시간에 퍼졌다. 댓글에 댓글이 더해져 비난의 양은 늘었고, 수위는 더욱 깊어졌다.

일부 누리꾼은 “4·16연대는 뭐하냐”며 세월호 참사를 비아냥하기 위한 도구로 이번 참사를 이용했다.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활동은 이번 참사로 다시 한 번 소환돼 정치적으로 공격당하는 꼴이 됐다.

언론 역시 사건과 무관하거나, 본질을 비껴간 보도로 진영대결을 부추겼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사고 발생 이틀 뒤 국내 한 언론은 <다뉴브 강 유람선 참사 당일 사령관 송별회식 가진 군(軍)>이라는 제하의 기사를 실었다. 수 십 명의 국민이 생사가 불투명한 사고로 한시가 바쁜 상황에도 지휘관들이 회식을 즐겼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번 사고는 군의 대비태세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었다는 점에서 이 기사는 과도한 ‘정부 때리기’라는 비판을 면치 못했다.

또 다른 매체는 <‘헝가리 참사’ 참좋은여행사…文 대통령표창 받았다>는 기사를 통해 사고를 낸 여행사가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여행 상품을 판매한 이 여행사는 2018년 6월 고용노동부 선정 ‘대한민국 일자리 100대 으뜸기업’에 선정됐고, 올해 모범납세자로 뽑혀 기획재정부 장관 표창을 수상했다.

매체는 ‘정부로부터 상을 받은 기업이 사고를 쳤다’는 프레임으로 정부의 ‘정책실패’, ‘무능’을 꼬집으려 한 것으로 보인다. 이 역시 사고의 본질과 거리가 멀다.

애도가 있어야 할 공간에 증오의 굿판이 울리자 그동안 한국사회에 잠재했던 적대감이 증폭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적대감은 누군가 자신에게 해를 입혀야 생기는 감정인데 최근 들어 불특정 다수가 겪는 불행한 사고를 가해자로 치환해 분노로 표출하는 경향이 크다는 지적이다. 혐오를 조장하는 이들에게 사실(Fact)과 인과관계는 중요하지 않다. 자신들이 믿고 싶은 대로 말하며 목적을 달성하고자 안하무인격의 증오만 확산시킬 뿐이다.

임명호 단국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다뉴브 참사로 드러난 사람들의 ‘막말’은 관심을 받고 싶어 하는 부분이 있다”며 “익명성에 기대 상대를 비방하고, 모욕함으로써 사람들의 시선을 즐기려는 이들이다”고 했다.

임 교수는 “나와 상관없는 일에 분노를 표출함으로써 그동안 받았던 (무한경쟁 등의) 피해의식을 드러내는 측면도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사회의 이면을 날카롭게 지적한 문유석 판사의 주장도 곱씹어 볼만하다.

문 판사는 <개인주의자 선언>을 통해 한국사회는 ‘편협한 진영논리’가 지배적이어서 상당수 사회적 의제가 양분화 됐다고 설명했다.

문 판사는 “전략적 판단이 필요한 다층적 갈등 구조의 문제를 진영 논리로 단순화해서 선악 구도로 몰아가기도 하고 반대로 이념과 무관한 일상적인 문제도 이념의 꼬리표를 붙이기도 한다. ‘애국가 3도 낮춰 부르기’를 어느 교육감이 추진했느냐에 따라 다르게 해석하는 현상은 참으로 흥미롭다”고 했다.

 

지난달 30일 사건 당시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다뉴브강 모습. 짙은 안개와 빠른 물살로 수색대원들은 구조에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달 30일 사건 당시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다뉴브강 모습. 짙은 안개와 빠른 물살로 수색대원들은 구조에 어려움을 겪었다.(사진=정필수씨 제공)

■ “여행자에 세금을?”… 공적가치 신뢰·효율 따져야

다뉴브 참사는 지난 2월 한국인 유학생이 미국 그랜드캐니언에서 떨어져 뇌사 판정을 받은 사건과 유사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두 사건의 핵심은 국가가 국민의 죽음을 어디까지 개입해야 하느냐에 있다.

국가가 아닌 민간이 의료보험을 맡는 상황에 당시 피해자가 지불할 돈은 치료비와 후송비 등을 포함해 10억 원이 훌쩍 넘었다. 가족이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도와 달라’는 취지로 장문의 글을 썼지만 네티즌의 반응은 싸늘했다. ‘국가를 위해 일하다 다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세금은 국가를 위해 헌신한 이들에게 써야 하고, 개인에게 쓰면 끝이 없다는 논리다.

임 교수는 “(다뉴브와 그랜드캐니언 참사) 두 사건의 공통점은 불공정성에 기인했다고 볼 수 있다”며 “경쟁이 심하고, 사회가 투명하다고 느끼지 못한 사람들은 공적 재원을 개인에게 쓰는데 인색하다. 갈등이 확산되지 않도록 정부는 세금을 어떻게 써야할 지 시민들과 합의하고 소통해야한다”고 했다.

반면, 사회적 약자를 지원할 때 정부는 공적 재원의 전문성과 효율성을 따져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황창호 동아대학교 행정학과 교수가 쓴 논문 ‘행정가치에 대한 국민인식이 정부신뢰에 미치는 영향(2015)’은 이 같은 주장에 힘을 실어준다.

황 교수는 논문을 통해 정부가 공익성과 전문성, 효율성 가치를 잘 구현한다고 인식할수록 정부신뢰도가 높아진다고 밝혔다. 다만, 투명성은 정부신뢰와 큰 연관성이 없다고 했다.

그는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것은 정부 역할로 볼 수 있지만 정부의 형평성 가치는 다수의 계층 보다는 주로 특정 소수계층을 대상으로 정부의 지원노력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일반 국민이 느끼는 체감은 상대적으로 다른 가치에 비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이러한 결과는 형평성 가치를 적극적으로 구현하려는 정부의 활동이 정부신뢰로까지는 연결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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