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체육계 인권 증진] ①교육과 체육의 공존은 가능할까
[특별기획-체육계 인권 증진] ①교육과 체육의 공존은 가능할까
  • 이재익 기자
  • 승인 2019.06.24 23: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포츠혁신위, 학교스포츠 정상화를 위한 권고 발표
체육계 반발 “현실성 없고 기존 시스템 무너질 위험”
혁신위원들 “변화 없애려는 반대 위한 반대 지양해야”

톱데일리 이재익 기자 = 체육계가 뜨겁다. 문화체육관광부 스포츠혁신위(혁신위)가 지난 4일 발표한 '학교스포츠 정상화를 위한 선수육성시스템 혁신 및 일반학생의 스포츠 참여 활성화 권고(2차 권고문)' 때문이다. 학교스포츠 정상화를 목표로 내놓은 권고문이지만 여러 체육단체들은 현실을 무시한 결과물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수십 년 동안 올림픽 등 국제무대에서 국위 선양한 한국 스포츠를 순식간에 망가뜨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혁신위에서도 할 말은 있다. 혁신위는 그동안 체육계, 특히 학교스포츠 현장에서 여러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았던 이유가 체육특기자제도를 비롯한 비정상적 구조에 있다고 분석했다. 스스로 변하지 않았던 체육계를 개선하기 위해선 전면적 개혁이 필요한데, 현재 권고안을 비판하는 상황은 발전적인 제안보다 반대를 위한 반대가 주를 이룬다고 보고 있었다.

과연 혁신위에서 제시하고 있는 ‘학생스포츠 정상화’는 정말 포기해야 할 ‘이상’일까. 권고문을 만든 혁신위원들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한다. 반발도, 예외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며 그에 대한 대비책도 충분히 마련했다고 해명했다. 또한 반대를 위한 반대를 지양하고 함께 건설적인 논의를 할 때라 역설했다.

 

스포츠혁신위가 내놓은 권고안으로 체육계가 뜨겁다. 학교스포츠 정상화를 목표로 내놓은 권고안이지만 여러 체육단체들은 현실을 무시한 결과물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수십 년 동안 올림픽 등 국제무대에서 국위 선양한 한국 스포츠를 순식간에 망가뜨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사진은 2015년 광주유니버시아드 펜싱 시상식 장면.(사진=이재익 기자)
스포츠혁신위가 내놓은 권고안으로 체육계가 뜨겁다. 학교스포츠 정상화를 목표로 내놓은 권고안이지만 여러 체육단체들은 현실을 무시한 결과물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수십 년 동안 올림픽 등 국제무대에서 국위 선양한 한국 스포츠를 순식간에 망가뜨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2015년 광주유니버시아드 펜싱 시상식 장면.(사진=이재익 기자)

■ 인권침해 사건들로부터 탄생한 혁신위 “구조적·제도적 차원 문제”

지난 1월 8일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수가 코치로부터 지속적인 폭력과 강간을 당했다는 것을 고백한 후 다른 여러 종목에서 비슷한 폭로가 이어지면서 사회적 공분을 일으켰다. 문재인 대통령도 같은 달 14일 청와대 수석 비서관·보좌관 회의의 모두발언을 통해 철저한 조사와 엄중한 처벌을 강조하며 일회성 대책이 아닌 본질적 해결책을 주문했다.

이에 문체부는 같은 달 25일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성)폭력 등 체육 분야 비리 근절 대책’으로 체육 분야 구조 혁신을 위한 스포츠혁신위원회 구성을 발표했고 2월 11일 출범했다. 위원회는 시민단체와 체육계의 추천을 받아 선수출신이 포함된 민간위원 15명과 문체부 2차관 등 당연직 위원 5명으로 구성됐다.

혁신위는 2차 권고문 발표를 통해 스포츠계의 심각한 인권침해 문제가 “직접적으로는 가해자들의 일탈에서 비롯되지만 보다 근원적으로는 과거 권위주의적 정부시기에 구축된 국가주의적·승리지상주의적 스포츠 패러다임에서 기인하는 구조적·제도적 차원의 문제”라고 단정했다.

또한 인권침해의 가해자, 피해자, 장소 등이 학교운동부와 관련된 경우가 많다는 것에 주목하며 엘리트 학생선수 육성시스템과 체육특기자제도가 맞물려 구조적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혁신위는 “학교운동부의 폐쇄된 집단 문화 속에서 운동이라는 외길 인생을 살아온 학생선수로서는 미래의 진로와 교육적 선택의 다양성이 배제된 상황에서 지도자의 전횡에 저항하기 매우 힘들다. 학교스포츠 현장에서의 폭력·성폭력은 학교운동부 시스템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학교운동부에서의 훈련 및 각종 대회 참가를 통해 이루어지는 엘리트 학생선수 육성시스템은 상급학교 진학을 규정하는 체육특기자제도와 맞물려 지도자의 전횡과 인권침해가 은폐되거나 반복적으로 발생하도록 하는 구조적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23일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열린 스포츠 인권 증진 및 스포츠기본법 제정을 위한 토론회에서 문경란 스포츠혁신위원회 위원장이 개회사를 진행하는 모습. 문경란 위원장은 지난 2008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상임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중·고교 학생운동선수 인권상황 실태조사’를 주도하고 ‘스포츠 인권 정책포럼’을 운영한 바 있다.(사진=이재익 기자)
지난달 23일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열린 스포츠 인권 증진 및 스포츠기본법 제정을 위한 토론회에서 문경란 스포츠혁신위원회 위원장이 개회사를 진행하는 모습. 문경란 위원장은 지난 2008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상임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중·고교 학생운동선수 인권상황 실태조사’를 주도하고 ‘스포츠 인권 정책포럼’을 운영한 바 있다.(사진=이재익 기자)

■ 혁신위 “현 학교스포츠 체제, 교육적 가치 상실했다”

혁신위는 기존 엘리트 선수 육성시스템의 폐단과 한계, 이를 뒷받침해 온 학교스포츠의 비정상성을 지적하며 학생선수와 일반학생으로 양분돼, 스포츠의 교육적 가치를 상실했다고 강조했다. 다수의 학생선수들이 학습을 도외시한 채 훈련에만 매달리는 한편, 선수가 아닌 일반학생들은 과도한 입시교육에 시달리며 스포츠 활동을 거의 하지 않는 것이 현주소라고 언급했다.

혁신위는 학교스포츠 시스템 전면 혁신을 위한 6대 권고안을 제시했다. 권고안은 ▲학생선수의 학습권 보장 ▲체육특기자 제도 개편 ▲장시간 훈련 관행 개선, 불법 찬조금 금지 등 학교운동부 개선 ▲학교운동부 지도자 처우 개선 및 역량 강화 지원 ▲일반학생의 스포츠참여 확대 ▲전국소년체육대회의 통합 학생스포츠축전으로 확대·개편 등이다.

특히 학생선수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 ▲학기 중 주중대회 참가 및 개최 금지 ▲최저학력 도달 학생만 대회 참가 ▲학생선수의 1년 계획을 학교교육계획안에 포함하고 위반 시 학교 단위 책임 ▲경력전환 학생선수 대상 학습지원 프로그램 마련 ▲국가대표 학생선수의 국제대회 참가 시 학습 지원 방안 마련 ▲주말대회 운영을 위한 재정 지원 등을 언급했다.

또한 주중대회 참가 및 개최 금지를 강조하며 교육부에 ‘학기 중 학생선수의 주중대회 참가 금지’, 문체부에 ‘대한체육회 및 회원종목단체의 학생선수 대상 주중대회를 주말대회로 전환’을 권고했다. 즉각 전환이 곤란한 경우 2021년 말까지 방과 후 대회를 개최할 수 있도록 했다.

체육특기자 제도를 개편해 경기실적으로만 대학입학 당락이 결정되지 않도록 하며 장시간 훈련이나 불법 찬조금 등이 관행으로 이어지던 것을 금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전국소년체육대회(소년체전)도 학교 운동부와 학교스포츠클럽이 참여하는 ‘통합 학생스포츠축전’으로 확대 개편하고 기존의 소년체전 초등부는 권역별 학생스포츠축전으로 전환할 것을 요구했다.

 

대한체육회에서는 자체적으로 체육시스템 혁신위원회을 구성해 다음 달 개혁안을 발표할 예정이다.(사진=대한체육회 제공)
대한체육회에서는 자체적으로 체육시스템 혁신위원회을 구성해 다음 달 개혁안을 발표할 예정이다.(사진=대한체육회 제공)

■ 체육계 “현실성 없는 요구로 선수 등 현장 피해 우려”

체육계는 혁신위의 권고에 대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이라는 것이다.

국가대표선수협회 등 8개 체육단체는 지난 18일 공동성명서를 발표하며 혁신위의 ‘열린 운영’과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된 정책수립을 위한 전면 재논의를 요구했다. 특히 권고안 6개 항목 중 ▲학생선수 학습권 보장 ▲체육특기자 제도 개편 ▲학교 운동부 개선 ▲전국스포츠대회 개편 등 4개 항목이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은 정책이라 주장했다.

체육단체들은 학습권 보장을 위해 주중대회 대신 주말대회를 진행하면 학생선수들이 대회참가로 인한 피로를 풀지 못한 채 등교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학교운동부 개선과 관련해 운동부 합숙소 폐지에 대해선 단체종목의 능률 문제와 함께 일반학생들의 기숙사 사용과 비교하며 형평성 문제를 언급했다.

대한체육회도 혁신위 권고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대한체육회는 지난 4일 '소년체전 개편(안)은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되어야' 보도자료를 발표하고 혁신위의 권고문에 대해 재논의를 제안했다.

대한체육회는 소년체전의 변화로 인해 “어린 청소년들의 꿈과 희망이 좌절되거나 동기부여 기회가 축소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며 “학교스포츠클럽도 참여하는 대회 개최는 개최지 경기장 여건이나 숙박시설, 대회 운영인력 등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전국 규모 대회의 주말 개최에 대해서도 “종목별 대회방식의 다양성이 존재한다”며 “이런 점들을 참작하면 권고안에 대한 재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대한체육회의 반응은 혁신위의 권고에 순응하기보다 자체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개혁안에 힘을 싣기 위함이라는 해석도 있다. 대한체육회는 자체적으로 구성한 체육시스템 혁신위원회 개혁안을 다음 달 발표할 예정이다.

 

2차 권고안을 만든 혁신위원들은 현재의 반발이 건설적 변화가 아니라 개혁 무력화의 방향으로 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는 심정을 토로했다. 지난 10일 국회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정용철 서강대 교수.(사진=이재익 기자)
2차 권고문을 만든 혁신위원들은 현재의 반발이 건설적 변화가 아니라 개혁 무력화의 방향으로 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는 심정을 토로했다. 지난 10일 국회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정용철 서강대 교수.(사진=이재익 기자)

■ 혁신위원들이 말하는 현 사태 “권고문에 나온 것도 일단 반대부터 하고 있다”

2차 권고문을 만든 혁신위원들은 현 사태에 대해 씁쓸한 심정을 감주치 못했다. 지적하고 있는 내용들을 살펴보면 이미 발표한 권고문에 내용에 언급한 내용인 경우가 많은데 무작정 반대부터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용수 세종대 교수는 “반대하는 사람들이 권고문에서 뭘 얘기하고 있는지 모르는 것 같다. 합숙소를 기숙사로 바꾸는데 그게 합숙소 폐지인가. 주말에 대회하면 주중에 휴식하라고 일부러 문항까지 넣었는데 읽지도 않았다. 운동을 쉬면서 공부하면 되는데 공부를 안하는 것이 쉬는 것인가. 앞뒤가 안 맞는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핵심은 수업을 듣게 하는 것이다. 지금 전국대회를 학기 중에 열면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 결석하게 된다. 그게 두 번 세 번 반복되면 학생 스스로가 책을 덮는다. 운동에 재능이 있는 학생이 있어도 이걸 염려한 학부모가 운동을 하지 못하게 한다. 언제까지 이럴 것인가”라 반문했다.

류태호 고려대 교수는 “현장감각이 없다는 식으로 꼬투리를 잡는데 소년체전 메달리스트였고 체육교사와 감독을 했다. 지금은 대학에서 선수들을 가르치는데 현장감각이 없다고 할 수 있나”며 “비난하는 사람들이 말하는 현장감각이 대체 누구의 주관인가. 자신들이 속한 곳에서만 바라보는 것도 편협한 것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정용철 서강대 교수는 “권고문을 잘 읽어보라. 모두 해결 가능한 수준이다. 주중대회 유예 등 이행 계획의 유연성도 이미 권고문에 확보해뒀다. 주어진 유예기간 안에 서로 고민해보고 정부도 지원해주면 되는 일인데 그냥 못하겠다고 하니 답답하다. 건설적 변화가 아니라 개혁 무력화의 방향으로 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혁신위 권고가 강제력이 없다는 것을 지적하며 더욱 강력한 방법들이 동원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혁신위 소속이 아닌 한 체육관련학과 교수는 “법적 강제성 없는 권고안 만들어봐야 문체부나 체육회에서 받아들이지 않으면 끝나는 것 아닌가. 정말 진정성 있다면 검경과도 연계해 사태를 방조한 대한체육회장이나 한국체대 총장 같은 사람들도 모두 재조사해야 한다. 제대로 하지 않는다면 국민들의 이목을 피하기 위해 정부에서 임시로 만든 국면 전환용 시나리오가 될 뿐이다”고 말했다.



톱데일리는 독자분들의 제보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여러분께서 주신 제보와 취재요청으로 세상을 더욱 가치있게 만들겠습니다.
뉴스제보 이메일 top@topdaily.co.kr / 카카오톡에서 톱데일리 검색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나도 기자코너 운영
억울한 일, 알리고 싶은 일 기사로 표현하세요.
작성하신 기사와 사진(저작권 문제없는 사진)을 top@topdaily.co.kr 로 보내주시면 채택되신 분께 기사게재와 동시에 소정의 상품권(최소5만원이상, 내용에 따라 차등지급)을 드립니다.
문의 02-5868-114 시민기자 담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