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어떤 회장님 이야기
[기자수첩] 어떤 회장님 이야기
  • 신진섭 기자
  • 승인 2019.06.25 17: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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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섭 라이프&테크팀 기자. 

 

톱데일리 신진섭 기자 =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아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이형기 시인의 시 ‘낙화’의 일부분이다. 요즘 어떤 회장님을 보며 자주 떠오르는 구절이기도 하다.

엘리트 중에 엘리트 였고 내로라하는 대기업의 브레인이었다. 장관에 가장 근접한 기업인이었다. 정치권에 줄도 잘 댔었다. 하지만 모두 옛말이다. 영광의 시대는 지났다.

정권이 바뀌며 폐족으로 분류됐지만 ‘동네친구’들 덕에 아직도 연명한다. 몇 번이나 눈치를 줬지만 ‘빽’을 믿고 버티는 그, 정치권은 물론 사내에서도 ‘대단하다’는 비아냥이 나온다. 대형사고가 터지고 일선직원들이 수습에 분주할 때 그는 운전기사 딸린 차를 타고 다니며 직원들 불시검문에 나섰다. 현장에서 얼마나 욕을 먹는지 회장님은 아시려나.

그는 재무건전성을 위해 취임하자마자 많은 직원들의 목을 쳤다. 지금의 회사를 만든 과거의 영웅들은 무능력하다는 이유로 잘려나갔다. 임원들도 칼날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예수님도 ‘카이사르의 것은 카이사르’에게라고 하셨다. 하지만 이 회장님은 본인이 자른 임원의 아이디어와 영광도 자신의 광채로 바꿔버리는 기적을 행하셨다. 

인내가 바닥난 정치권에서 겨눈 활시위에 전임자와 임직원이 공포에 떨고 있다. 친지도 위태롭다. 민폐도 이런 민폐가 없다. 그럼에도 그는 인사평가에서 초고득점을 기록한다. 셀프 테스트란건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요즘 그는 기자들 앞에서 부처의 모습이다. 이심전심을 하려는 듯 ‘염화미소’만 띄고 부리나케 현장을 빠져나간다. ‘이렇게 회장을 하고 싶을까.’ 가끔은 안쓰럽기도 하다.

주가는 답보, 신사업은 부진, 여론은 최악이다. 결단이 필요하다. ‘뻐기면 되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은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다. 취임 초기 영웅들을 잘라냈던 명철한 기업가의 눈으로 거울을 바라보길 바란다. 거기 기업의 앞길을 가로막는 ‘엑스맨’이 있다. 물론 임원들은 말 안 해주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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