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전쟁기ⓛ] 중원에 피어 오르는 긴장
[5G 전쟁기ⓛ] 중원에 피어 오르는 긴장
  • 신진섭 기자
  • 승인 2019.07.03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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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데일리 신진섭 기자 = 5G 주도권을 놓고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의 경쟁이 격화되고 있습니다. 총성만 안 들릴 뿐 상호 경쟁과 견제는 전쟁의 양상과 다를 바 없습니다. 5G가 본격적으로 논의됐던 지난 2017년부터 올해 7월까지의 모습을 전쟁사 양식으로 다룹니다. 이 기사는 독자의 재미를 위해 정사가 아닌 야사를 상당부분 다루고 있습니다. 다소 극화되거나 과장된 부분이 있는 점 인지하시기 바랍니다. ▲편집자 주

#5G, 중원에 피어 오르는 긴장

3국의 수장들. 왼쪽부터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황창규 kt 회장,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
3국의 수장들. 왼쪽부터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황창규 kt 회장, 권영수 전 LG유플러스 부회장.

“판을 짜겠다.”

정유년(丁酉年) 벽두, 통신업계는 시끄러웠다. 시무식부터 삼국의 경쟁은 시작됐다. S국(SK텔레콤), K국(kt), L국(LG유플러스)의 수장들은 변화의 바람을 읽고 있었다. 

LTE 때부터 이어진 삼국의 통신시장 점유율은 영원할 듯 공고했다. 5 대 3 대 2. 새 단말기가 나오면 보조금을 살포하는 등 갈등은 있었지만 이는 국지전에 불과했다. 대세에 지장을 줄만한 큰 전투는 없었다. 하나를 빼앗기면 하나를 가져오며 삼국의 위태로운 균형은 유지됐다. 군비(마케팅비)를 지출해봤자 결과는 도돌이표처럼 5: 3: 2로 수렴했다. 

하지만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었다. 사물이 서로 연결되고, 가상과 현실의 경계가 무너지는 날이 온다고 현자들은 예견했다. 연결이란 곧 통신을 의미함을 삼국의 수장들은 깨달았다.  적자생존의 키는 5G가 쥐고 있었다. 매달 국민들로부터 세금(통신비)를 걷는 것과는 비견할 수 없는 큰 시장, 선점하는 자는 살 것이요 이에 적응하지 못하는 자는 도태될 것이 분명했다.

'M&A의 귀재'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S국의 박정호 사장은 5G 전략으로 ‘합종연횡’을 제시했다. 외국의 선진 거대세력들과 연맹을 맺고 나라 안에서는 SK C&C, SK하이닉스 등 계열사와 힘을 합친다는 포부였다. M&A의 귀재다운 판단이었다. 그가 S국의 왕으로 추대되는 데에도 하이닉스를 인수 한 전공 덕이 컸다. 박 사장은 3년간 총 11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빠르게 S국 내 조직을 섞고 흔들며 장악하기 시작했다.  

'반도체 천재' 황창규 kt 회장. 

K국의 황창규 회장은 연임을 꿈꾸고 있었다. 집권 이후 증가한 막대한 영업이익이 그의 계획을 뒷받침했다. 하지만 안팎으로 비판의 날이 거셌다. 정치권에선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됐다며 황 회장을 들볶았다. 노조도 취임초기부터 1/3에 가까운 직원을 경영효율화란 명목으로 잘라낸 그를 가만히 놔둘리 없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삼고초려(三顧草廬)하며 그를 모셔왔던, 그 때의 위엄은 상당부분 깍여나가고 있었다. 황 회장은 전임자의 향기를 지우기 위해 '올레 kt'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갈아치웠다. 동시에 '황's kt'를 건설하기 위한 청사진을 그려나갔다.     

연임을 위해선 K국의 위상에 걸맞는 업적이 필요했다. 그의 돌파구는 5G였다. 우선 젊은 피들을 임원으로 대거 승진시키며 내부의 안정을 꾀했다. 황 회장은 오성목 네트워크부문장을 사장으로 승격시켜 오른팔로 뒀다. K국의 정체성은 누가 뭐라해도 기반통신과 전국에 깔린 네트워크 장비다. 그래서 네트워크 부문은 K국의 인재가 모이는 부서로 꼽힌다. 오 사장의 등용에는 상징적 의미도 있었다. 1년 앞으로 다가온 평창 올림픽에 힘을 싣은 것. 오 사장은 5G 평창 규격을 완성시키며 주군에게 자신의 가치를 입증해 내었다. 신년 조직개편에서 황 회장은 AI테크센터, 글로벌사업개발단, 통합보안사업단 등을 신설해 기존 부서를 통합한다. 병력의 효율화와 응집력 강화를 위한 조치였다.

'1등 전도사' 권영수 부회장. 

L국을 다스리는 권영수 부회장은 LG그룹 내에서 ‘1등 전도사’로 불렸다. 휘청거리던 사업도 그가 손을 대면 마법처럼 살아났다. 권 부회장은 1979년 LG전자 기획팀에 입사한 이래 40년 가까이 LG맨으로 뛰었다. LG디스플레이, LG화 등 주요 계열사의 고비마다 권 부회장이 등판했다. 그는 살아있는 샐러리맨의 신화였다. 또 다른 별명은 ‘재무왕’. 어떻게든 결산 공시에서 영업이익을 뽑아내는 재주에 다들 혀를 내둘렀다.  

하지만 그도 통신은 처음이었다. 취임 초기만 해도 카카오톡도 제대로 다룰 줄 모르는 문외한이라는 소문이 업계에 파다했다. 권 부회장은 낮에는 경영하고 밤에는 스터디를 하는 ‘주경야독’으로 칼을 갈았다. 깐깐하고 대찬 그의 업무방식과 카리스마에 임원들은 좌불안석이었다. 임원이 까딱하면 잘리는 '임시직원'이라는 우스갯소리가 L국에선 더 이상 농담으로 들리지 않게 됐다. 덕분에 IPTV 등 유선상품의 이익폭은 늘어났지만 무선부문은 하루아침에 개선할 수 있는 개제가 아니었다. 권 부회장도 5:3:2의 세력구도를 깨기는 불가능해보였다. 

S국과 K국이 연초에 치고나갔지만 L국은 갈피를 잡지 못했다. 타국과 비교할 때 앞으로의 방향성이 분명히 보이지 않았다. 권 부회장 입장에선 4G 적응도 끝나지 않았는데 5G 시대가 온 셈이었다. 기존 사업의 효율성을 지속적으로 제고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권 부회장의 신년사에 5G 시대에도 LG가 결국 꼴지로 남을 거란 어두운 전망이 전장에 내려앉았다.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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