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전쟁기②] 평창 관로 전쟁, 헝클어진 천하
[5G 전쟁기②] 평창 관로 전쟁, 헝클어진 천하
  • 신진섭 기자
  • 승인 2019.07.04 06: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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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신진섭 기자
편집=신진섭 기자

톱데일리 신진섭 기자 = “고소를 했다니까요. 막가자는 거 아닙니까.”

평창 올림픽을 두 달여 앞둔 2017년 12월 전선이 술렁였다. K국(kt)은 자신의 영토를 침범했다며 S국(SK 텔레콤)을 검찰에 고발했다. 삼국의 자존심을 건 5G 전쟁의 막이 오르고 있었다.  

K국은 평창올림픽 방송 중계 등을 위해 설치한 필수 통신망(내관)을 S국이 훼손하고 자사 광케이블을 꽂아 넣었다고 주장했다. S국은 발끈했다. 평창조직위랑 다 얘기가 끝난 사안을 가지고 괜한 트집을 잡지 말라고 했다. 허위사실을 유포할 경우 소송전도 불사하겠다며 맞불작전을 펼쳤다. “아니 우리가 구멍가게도 아니고 그걸 왜 훔쳐요.” S국은 기자들로부터 몰려온 전화에 신음해야 했다.

수년간 통신국 사이에는 ‘언론 플레이’를 하지 않는다는 암묵적인 룰이 있었다. 문서도 서명도 없었지만 머릿속엔 적어도 기사로는 싸우지 않는다는 신사협정이 발효된 상황이었다. 타국을 비방하는 격문을 뿌려봤자 결국 결과는 '동귀어진'이었다. 그간 자존심 싸움이 없었던 건 아니었지만 ‘우리 기술이 뛰어나다’는 걸 뽐내는 선에서 그쳤다. 하지만 K국이 S국을 고발하고, 그 사실을 언론에 흘리며 평화의 시대는 끝이 났다. 국경을 맞대고 한정된 토지를 차지해야 하는 통신국들, 애초에 성립될 수 없는 위태로운 평화였다.

곤란해진 건 평창 조직위였다. 통신국들의 이해관계 따위는 중차대한 문제가 아니었다. 왜 하필이면 세계의 눈이 모이는 중차대한 행사에서 기싸움을 벌이는지 답답할 노릇이었다. 

수일 뒤 오상진 평창조직위 정보통신국장, 이철재 강원도개발공사 과장과 박종호 KT 올림픽추진단 상무가 모였다. 겉은 회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사실상 ‘소집’이었다. 골자는 적당히 좀 하라는 것, 시끄럽지 않게 통신국끼리 마무리하는 것 두 가지였다. 오 국장도 기자들의 질문세례에 고통 받고 있었다. 오 국장은 논란이 된 관로 훼손 문제는 올림픽에 전혀 지장을 주는 것도 아닌데 왜 K국이 오버 하는지 모르겠다고 불쾌감을 표시했다. 통신국들의 해묵은 감정싸움을 이해하기엔 오 국장은 너무 순수했는지도 모르겠다. 적절히 양국에서 마무리하는 것으로 분쟁은 종식되는 듯 했다.

하지만 바로 다음날 K국은 활시위를 당겼다. 휴전 체결로 안심하고 있던 S국에 기습공격을 강행했다. K국은 대놓고 언론전선을 형성했다. 오성목 사장은 직접 수십 명의 기자들을 데리고 평창으로 달려 올라갔다. 분명한 선전포고였다. S국의 파렴치한 행위를 고발하는 그의 목소리는 분명하고 기세등등했다. K국의 전쟁 명분은 ‘국가’와 ‘국익’이었다. 국가 대사인 평창올림픽에 S국이 훼방을 놓고 있다며 공식적인 사과를 촉구했다. 전쟁의 성패는 명분에 있음을 오 사장은 알고 있었다. 

기자들은 어리둥절해졌다. 평창 올림픽 준비과정을 볼 줄 알았더니 영토 분쟁에 휘말린 꼴이었다. 통신국 사이에 우정이란 없다는 게 다시금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그 날 수 십 개의 기사가 토해져 나왔고 S국은 분개했다. K국이 선을 넘었다고 판단한 S국은 수비에서 공격으로 진형을 재구축했다. S국은 K국도 자신들의 관로를 훼손했다는 얘기를 흘리며 전면전에 들어갈 태세를 갖췄다. 

첨예했던 갈등에 비해 전쟁은 다소 싱겁게 마무리됐다. 팔이 역시 안으로 굽었다고 할까. 조직위가 사실상 K국의 손을 들어주며 S국이 한 발 물러나게 된다.

K국이 조직위의 중재에도 S국을 집요하게 공격했던 건 엉뚱하게도 김연아 때문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당시 S국은 '피겨 여왕' 김연아와 '아이언맨' 스켈레톤 국가대표 윤성빈을 광고모델로 ‘평창올림픽을 응원한다’는 내용의 광고를 내보냈다. K국으로선 스폰서 비용도 안내고 평창올림픽 이미지를 거저 먹으려는 S국이 마뜩찮았던 모양이다. 소문에 따르면 K국의 황창규 회장이 김연아를 S국에게 빼앗겼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 담당자들이 모진 비판을 받았다고. 평창올림픽을 우리가 하는데 김연아가 왜 S국에 있냐는 말이다. 

조직위는 IOC에 해당 영상 방영 중단을 요청 공문을 발송했고, IOC는 전달받은 내용을 토대로 해당 응원캠페인이 매복 전술(앰부시 마케팅)에 해당된다며 광고 내용 수정을 요구했다. 결국 S국이 해당 영상 방송을 중단하기로 합의하며 관로전쟁은 마무리된다. 억지로 봉합된 갈등은 양국간의 앙금을 키우는 결과를 낳았다. 

3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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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2019-07-05 10:09:13
그때 김연아 광고가 반응이 엄청 좋긴 했지. kt가 똥줄 탈만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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