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톱파보기] 7개월 딸 방치 사망 부모 살인죄 적용 왜?
[이슈 톱파보기] 7개월 딸 방치 사망 부모 살인죄 적용 왜?
  • 주영민 기자
  • 승인 2019.07.04 14: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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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지났으면 죽었겠네’...검찰 “살인죄 증거”
법조계 “부작위 의한 살인 적용 가능성 높아”

톱데일리 주영민 기자 = ‘살아온 날의 미필적 고의(未必的 故意)는 언제나 그림자 남아 있고, 결코 아름답지 못한 삶의 방편이라 변명하기엔, 남아 있는 가슴 한곳 양심만은 속일 수 없음이 사람이고 싶음이 아니겠는가’ -‘삶, 미필적 고의’ 장현수의 시(詩)

2019년 6월2일 인천 부평구의 한 아파트에서 태어난 지 7개월 된 아기의 시신이 발견됐다. 외할아버지가 발견한 아기는 종이상자에 담겨 있었다.

아기의 시신을 부검한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아기의 위·소장·대장에 음식물이 없고 상당 기간 음식 섭취에 공백이 있었다”면서도 “사인이 아사(餓死)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는 1차 소견을 내놨다.

아기에게도 부모는 있었다.

올해 각각 21살, 18살인 아기의 부모는 경찰의 첫 참고인 조사에서 “지난 5월30일 아이를 재우고서 마트에 다녀왔는데 딸 양손과 양발에 반려견이 할퀸 자국이 있었고 다음날 숨졌다”는 믿기 힘든 주장을 했다.

경찰조사 결과 아기가 지난 5월26일부터 같은 달 31일까지 5일간 집에 홀로 방치돼 사망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국민적 공분을 샀다.

경찰은 이들 매정한 부모에게 살인죄를 적용할 수 있을지 검토했다.

하지만 “상대방이 아이를 돌볼 줄 알았다”는 아기 부모의 진술에 살인죄 적용이 어렵다고 판단한 경찰은 ‘사체유기 및 아동복지법상 아동유기·방임’ 혐의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사진=톱데일리 DB)
검찰(사진=톱데일리 DB)

■ ‘3일 지났으면 죽었겠네’...검찰 “살인죄 증거”

추가로 아기 부모를 수사한 검찰의 판단은 달랐다.

인천지검 여성아동범죄수사부(부장검사 오세영)는 생후 7개월 딸 A양(1·사망)을 5일간 집에 혼자 방치해 숨지게 한 부모 B씨(21)와 C양(18)의 죄명을 살인으로 변경해 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또 이들 부부에게 사체유기 및 아동복지법상 아동유기·방임 혐의도 적용했다.

검찰이 이들 부부에게 살인죄를 적용할 수 있었던 이유는 추가 조사에서 부부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C양이 딸을 혼자 방치하고 집에서 나간 뒤 3일쯤 지난 5월29일 ‘3일 지났으면 죽었겠네. 무서우니까 집에 가서 확인 좀 해줘’라고 남편 B씨에게 수차례 보낸 문자메시지가 살인죄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가 된다고 판단했다.

경찰 수사단계에서 적용하지 못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가 성립한다고 본 것이다. 

현행법은 살인의 고의는 반드시 살해의 목적이나, 계획이 있지 않았더라도 본인의 행위가 타인의 사망을 초래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나, 위험을 인지 또는 예상했다면 인정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바로 ‘미필적 고의’다.

검찰은 생후 7개월밖에 되지 않은 딸을 장시간 혼자 둘 경우 숨질 수 있다는 것을 B씨 부부가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다는 판단(미필적 고의)을 내리고, 부부가 서로주고 받은 문자 메시지를 결정적 증거로 봤다.

법원(사진=톱데일리 DB)
법원(사진=톱데일리 DB)

■부천 초등생 살인사건·세월호...부작위 살인 적용

이번 사건의 경우 미필적 고의 가운데 ‘부작위에 의한 살인’의 적용 여부가 관건이다.

부작위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아 발생하는 상황을 의미한다. 즉 부모로서 마땅히 해야 할 것을 하지 않아 자녀가 숨졌다면 살인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실례로 지난 2016년 7살 아들을 학대하다 다치자 그대로 방치해 사망케 한 ‘부천 초등생 살인사건’에 대해 재판부는 ‘부작위에 의한 살인’을 인정했다.

범인이었던 부모 최모씨(36) 부부는 2012년 10월 자신의 집 욕실에서 초등학교 1학년생인 아들(당시 7세)을 때려 실신케 하고 집에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 부부는 아들이 숨지자 대형마트에서 믹서기와 칼, 고글 등의 도구를 구입해 시신을 훼손했으며 사체 일부는 냉장고에 보관하고 나머지는 공중화장실에 유기했다.

당시 수사당국은 시신이 훼손되면서 피해자의 직접적인 사인을 밝혀내지 못했지만, 재판부는 이들의 범행을 살인죄로 판단했다.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 때 승객들에게 ‘가만히 있어라’고 지시하고 침몰하는 배에서 빠져 나왔던 이준석 선장에게도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가 적용됐다.

2015년 11월21일 대법원은 살인 등의 혐의로 이 선장에게 무기징역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선장이 300명이 넘는 승객들에게 퇴선 명령을 내리는 등 구호 조치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봤다.

검찰(사진=톱데일리 DB)
검찰(사진=톱데일리 DB)

■ 법조계 “부작위에 의한 살인 적용 가능성 높아”

생후 7개월 딸을 방치해 숨지게 한 B씨 부부도 자신이 저지른 살인죄에 대한 대가를 치를 수 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형법에서는 ‘고의성’을 조금 넓게 해석하는 편이다. 보여 지는 의도가 없더라도, 행위자가 자기의 행위로 인해 범죄 결과가 일어날 수 있다고 예측한 상태라면 죄를 물을 수 있다.

C양이 검찰 조사에서 “딸이 죽어도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며 살인 혐의를 사실상 인정했고, ‘죽었겠네. 무서우니까 집에 가서 확인 좀 해줘’라고 남편 B씨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낸 행위가 예측한 상태에 해당된다. 부작위에 의한 미필적 고의가 성립한다는 의미다.

전세준 법무법인 제하 대표변호사는 “현재까지 언론에 공개된 기록 자체만 놓고 본다고 해도 B씨 부부가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로 처벌받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며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가 적용될 텐데 이는 의무가 있는 사람이 자신의 의무를 소홀히 할 경우에 해당된다”고 했다.

전 변호사는 “부모는 당연히 자식이 죽지 않도록 돌봐야 할 책임이 있다”며 “아무것도 하지않고 방치를 했고 ‘3일 지났으면 죽었겠네’라고 말할 정도로 인지하고 있었기에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에 해당된다고 본다”고 했다.

김진필 법무법인 문성 대표변호사도 “B씨 부부가 아이가 죽기 전에 치료를 하거나 119에 신고하는 등 부모로서의 의무를 다 했음에도 아이가 사망했다면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 적용이 어려웠을 것”이라며 “부모로서 아이가 홀로 방치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다른 특별한 증거가 나오지 않는 이상 법원에서도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를 인정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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