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체육계 인권 증진] ②학교스포츠 정상화 권고문, 무슨 내용 담겼나(2)
[특별기획-체육계 인권 증진] ②학교스포츠 정상화 권고문, 무슨 내용 담겼나(2)
  • 이재익 기자
  • 승인 2019.07.05 18: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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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뒤엔 학교운동부 명맥 끊겨
학생선수와 일반학생 벽 허물어야

◆ 학교스포츠 정상화 권고문, 무슨 내용 담겼나(1)에서 이어집니다.

톱데일리 이재익 기자 = 문체부 스포츠혁신위원회(혁신위)가 지난달 4일 발표한 ‘학교스포츠 정상화를 위한 선수육성시스템 혁신 및 일반학생의 스포츠 참여 활성화 권고(2차 권고문)’의 나머지 부분은 ▲학교스포츠의 비정상성 및 혁신적 재구성의 필요성 ▲학교스포츠 정상화를 위한 제도 및 정책 혁신 방안 ▲결론 ▲권고문에 대한 이행 계획이다.

스포츠혁신위는 일반학생들의 체육활동 증진에도 많은 비중을 두고 있다.(사진=광문고 제공)
스포츠혁신위는 일반학생들의 체육활동 증진에도 많은 비중을 두고 있다.(사진=광문고 제공)

■ 학교스포츠 비정상성의 원인은 ‘구조적 모순’

혁신위는 ‘학교스포츠의 비정상성 및 혁신적 재구성의 필요성’ 항목에서 2차 권고문의 배경과 혁신위가 추구하는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2016년 알려진 정유라 이화여대 진학 및 학사비리 사건과 올해 초 폭로된 조재범 국가대표 쇼트트랙팀 코치의 폭력 및 성폭력 사건 등은 교육적 의미를 상실한 대한민국 학교스포츠의 비정상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짚는다.

혁신위는 이해당사자들의 입장과 관성으로 굳은 구조적 모순을 타파하려면 근시안적·파편적 대책이 아닌, 학교스포츠 시스템 전반에 대한 정상화와 혁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특히 엘리트 학생선수 육성 시스템과 체육특기자제도가 맞물려 지도자의 전횡과 인권침해를 은폐 및 반복 발생시키는 구조적 원인을 제공한다고 분석했다. 학교운동부의 폐쇄적 집단 문화도 그로 인해 발생한 폐단 중 하나로 꼽았다.

체육특기자제도는 1972년 도입된 제도로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엘리트 선수를 지속 육성하기 위해 탄생했다. 혁신위는 이것이 승리지상주의적인 국가 스포츠 패러다임과 엘리트 체육 정책의 제도적 근간이라 분석했다. 이후 학생선수들은 운동에만 집중했고, 기본 교과 수업을 듣지 못할 뿐만 아니라 학교 일상의 문화나 공동체를 경험할 기회 등을 갖지 못하며 경기 참가와 과도한 훈련에 시달렸다는 것이다.

학생선수들은 학교운동부 안에서 경험하는 관계 속에서 운동부 내에서 발생하는 반인권적 상황을 합리화하고 일반학생과 분리·소외된 관계를 특권으로 인식한다. 또한 운동만을 유일한 자신의 진로로 여기면서 스포츠 ‘외길’ 인생에 대한 관념을 굳힌다. 이런 생각은 지도자와 학부모 등에 의해 강화된다. 프로 혹은 국가대표와 같은 성공한 선수로 가기 위한 경쟁, 그 사이에서 발생하는 부상이나 실패의 위험은 고려되지 않는다.

혁신위는 이런 현실을 지적하며 체육특기자제도가 학생선수들의 학습권을 박탈하고 전문선수 외 다양한 직업선택과 준비 가능성 자체를 차단한다고 분석했다. 특히 학습권 침해가 인격이 형성되는 청소년기에 요청되는 비판적, 합리적 사고 함양과 균형적 사회 인식을 가로막아 폭력, 성폭력 등 인권침해나 차별의 문제에 맞서는 역량을 박탈했다고 결론지었다. 결국 이런 왜곡되고 심화된 부작용들을 타개하기 위해선 시스템 자체를 혁신적으로 재구성하고 일관적이고 지속적인 개혁, 즉 혁신위 권고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스포츠혁신위는 현재의 학교스포츠 구조에서는 학생선수가 부상 등으로 다른 진로를 모색하게 될 때 어려움을 겪는다고 지적한다.
스포츠혁신위는 현재의 학교스포츠 구조에서는 학생선수가 부상 등으로 다른 진로를 모색하게 될 때 어려움을 겪는다고 지적했다.

■ 혁신위 “학생과 선수의 벽 허물기”

혁신위는 학생선수가 아닌 일반학생들의 체육활동에도 눈을 돌렸다. 일반학생들이 과도한 입시경쟁으로 제한적인 체육활동을 하면서 운동 ‘결핍’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체육활동이 학업 성취도 및 신체적·사회적·정서적 복리 증진과 유의미한 관계를 이룬다는 것은 UN 등 국제기구와 여러 선진국들에서 증명돼 적극적인 정책 프로그램 실행으로 이어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교육부 주도의 학교스포츠클럽 프로그램(1학생 1스포츠 활동)이 진행되고 있다.

혁신위는 학교스포츠클럽 시스템과 문화가 정착하기 위해선 더 많은 정책 개선과 투자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지도교사의 확충과 지원이다. 직접 지도를 포함해 학생들의 훈련과 대회 출전에는 지도교사가 반드시 필요하다. 체육교사의 수가 한정된 만큼 다른 교과 교사들도 지도교사로 활동할 수 있는 지원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와 함께 승리지상주의가 재연되지 않도록 주의와 예방 대책 마련을 당부하고 있다.

혁신위는 과거 발생한 여러 사건사고 이후 전개된 노력들의 성과를 인정하면서도 진정한 학교스포츠 정상화를 위해 낡은 관습을 단호히 버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 ‘엘리트 선수육성 시스템의 전면 혁신·재구축’과 ‘정부와 교육당국의 적극적 정책 수립과 이행’을 요구했다.

혁신위가 지향하는 학교스포츠의 미래는 학생선수들이 운동을 그만둬도 일반학생과 다름없이 자신의 미래에 대한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일반학생 또한 일상에서 스포츠를 즐기고 원할 때는 언제든 선수의 삶을 꿈꿀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스포츠혁신위는 학생선수들이 운동에만 집중하면서 기본 교과 수업을 듣지 못할 뿐만 아니라 학교 일상의 문화나 공동체를 경험할 기회 등을 갖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스포츠혁신위는 학생선수들이 운동에만 집중하면서 기본 교과 수업을 듣지 못할 뿐만 아니라 학교 일상의 문화나 공동체를 경험할 기회 등을 갖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 학령인구 감소보다 빠른 학생선수 감소

혁신위는 ‘학교스포츠 정상화를 위한 제도 및 정책 혁신 방향’에서 앞서 언급한 권고들에 대한 당위성을 부각했다.

먼저 현재의 엘리트 양성시스템은 지속가능성 여부가 불투명하다고 주장했다. 학령인구 감소가 진행되는 시점에서 학생운동부와 학생선수는 더욱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다. 혁신위는 인구감소로 학생 수가 줄어드는 비율(4.2%)보다 두 배 정도 빠른 9.1%의 비율로 학생운동부 소속 학생선수가 줄어들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전국 초중고 학생선수는 6만3029명으로 전체 학생의 1.2% 수준이다. 학교운동부는 전체 학교 1만2639개교 중 4443개 운동부로 약 38%의 학교에서 운영하고 있었다. 혁신위는 현 추세에선 10년 뒤에 학교운동부의 명맥이 끊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또한 학교운동부에 참여하는 것이 인권침해의 위험성과 함께 학습권, 직업 선택권 등 구조적 제약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기에 혁신적 제도개혁을 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헌법적, 인권적 관점에서도 기존 엘리트 선수육성 시스템은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학습권 보장이 경기력 저하로 이어진다는 일부 체육계의 주장도 반박했다. 학습권과 경기력을 이분법적으로 분리하지 않으면서 최적의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학생선수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 권고한 문항, 특히 주중대회 금지와 최저학력제 강화에 대해 현재까지 진행된 조치들에도 불구하고 큰 변화를 가져오지 못했다며 근본적 수준의 변화와 혁신을 요구했다. 학생선수의 고교, 대학 진학 제도 개선 권고에서는 현재 학생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3년 6개월의 사전예고기간을 두게 했다.

이후 혁신위는 학교운동부 위상의 재정립, 훈련 및 참가 기준 확립, 학교운동부 운영의 투명성 강화, 학교지도자 처우 개선 등을 지적하며 그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했다. 선수들만 생활하는 합숙소 전면 폐지에 있어서도 선수들의 학습권과 인권을 보호하기 위함을 언급하며 학교 차원의 감독 절차를 갖춘 기숙사 운영 등을 제한적으로 허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스포츠혁신위는 학교스포츠클럽의 확대와 내실화를 위한 지원이 필요하며, 나아가 학교 및 지역사회의 스포츠 시설과 인프라에 대한 투자 확대 노력도 요청된다고 주장한다. 또한 이 과정에서 여학생, 장애인, 성소수자, 다문화가정 청소년 등 스포츠 활동에서 소외되기 쉬웠던 주체들이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혁신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스포츠혁신위는 학교스포츠클럽의 확대와 내실화를 위한 지원이 필요하며, 나아가 학교 및 지역사회의 스포츠 시설과 인프라에 대한 투자 확대 노력도 요청된다고 주장한다. 또한 이 과정에서 여학생, 장애인, 성소수자, 다문화가정 청소년 등 스포츠 활동에서 소외되기 쉬웠던 주체들이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혁신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 ‘모두를 위한 학교스포츠’를 위해

혁신위 권고의 목표는 ‘학생선수의 안전’과 ‘일반학생과의 조화’에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학생선수의 과도한 훈련과 인권침해 방지, 일반학생들을 포함한 모든 학생의 스포츠 활동을 통한 건강 증진 및 문화적 자본 마련이다.

일반학생들의 경우 현 학교체육진흥법 상의 ‘신체활동의 기회 제공’ 수준을 넘어 평생 운동 습관을 갖게 하는 것을 지향한다. 혁신위는 이를 위한 수단으로 학교스포츠클럽의 활성화, 질적 제고를 요구하고 있다. 또한 이를 위해선 지역 종목단체와의 연계, 학교와 지역내 공공스포츠클럽의 연계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소년체전의 개편 방향은 일반학생도 참가하는 확대 개편이지만 문제 지적은 학생선수들의 안전에 초점이 맞춰졌다.

2017년 소년체전에 참가한 학생선수는 1만2176명으로 전체 학생 수 221만6909명의 0.5%였다. 혁신위가 반례로 든 일본 전국중학교체육대회의 학생선수 참가 수는 220만명으로 전체 63.3%다. 대회에 참가하는 선수들의 과도한 훈련도 지적대상이었다. 수업에 참가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성장 중임을 고려하지 않은 훈련으로 부상이나 조로화 등의 문제도 지적됐다.

문경란 스포츠혁신위 위원장은 “혁신을 강제로 하면 겉으로만 이행된다. 결국 체육계와 문제의식을 공유해야 한다. 권고문 자구 하나하나에 책무성을 느끼고 있는 만큼 계속해서 논의를 이어나갈 것”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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