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위원장 청와대行…절반에 그친 '공정경제'
김상조 위원장 청와대行…절반에 그친 '공정경제'
  • 김성화 기자
  • 승인 2019.07.15 07: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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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초 가맹사업·대리점업 등 가시적 성과…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 대표적
"자발적 개선" 요구한 재벌 개혁, 야인 시절 발언과 대비
2019년 5월 23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대기업집단간 정책간담회가 열렸다. 김상조 위원장의 발언 모습.(사진=이재익 기자)
지난 5월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대기업집단간 정책간담회'에서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이재익 기자)

톱데일리 김성화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취임 초부터 많은 기대를 받았던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임기를 다 채우지 않고 떠나버렸다. 그간 공정위에서 보여준 행보가 기대했던 만큼 변화를 이끌어낸 점도 있지만 ‘삼성저격수’로 불리던 야인(野人) 시절과는 다른 태도에 실망한 이들도 적지 않다.

지난달 20일 청와대는 김상조 정책실장을 공정위에서 불러들였다. 김 정책실장은 문재인 정부가 가장 적극적으로 내세웠던 ‘공정경제’를 대표하는 인물인 점과 ‘3+3’의 임기를 감안하면 예상치 못한 인사 조치다.

2017년 국내 재벌 문제 최고 전문가로 꼽히던 김 정책실장이 공정위 취임 직후 가장 먼저 손을 댄 곳은 의외로 프랜차이즈로 대표되는 가맹사업과 대리점업이었고 구체적 성과도 나왔다.

대표적으로 가맹사업에서 가맹본부의 가맹점주에 대한 보복행위에 피해액의 최대 3배를 보상하도록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과 필수 구매 물품에 대한 의무 기재사항 대폭 확대, 필수 물품 공급 가격․로열티 등 가맹금 조정을 요구할 수 있도록 표준계약서 개정, 가맹점 사업자 단체 신고제 등은 늘 문제로 여겨진 사안을 단번에 해결한 조치였다.

또 바르다김선생 갑질에 대한 과징금 부과나 가맹점에 전가한 광고비에 대해 가맹사업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개시하자 BBQ가 치킨 가격 인상을 철회한 사건은 ‘김상조 효과’를 보여준 사례다.

대리점업에서도 남양유업 갑질 사건에서 드러난 물품구입이나 판매목표를 강제하는 행위, 대리점에 불이익을 제공하는 행위 등 불공정거래행위 구체적 유형을 법으로 명시하는 등 개선안을 도입했다.

이런 행보는 ‘김 정책실장 취임 이전의 공정위는 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을까’란 의문을 불러올 정도로 빠르게 진행됐다.

하지만 가장 기대됐던 재벌개혁에서는 기대와는 달랐다. 김 정책실장은 “가맹사업이나 대리점업은 당장 개선이 가능하지만 재벌개혁 문제는 길게 봐야 하는 문제”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 발언이 잘못된 발언은 아니더라도, 김 정책실장의 ‘대기업집단의 자율적 개선’ 태도와 맞물리면서 실질적인 성과가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특히 김 정책실장의 기조 변화는 지난해 현대자동차그룹이 추진했던 지배구조 개편안을 두고 단적으로 나타났다. 현대모비스를 분할하고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한다는 현대차그룹 개편안은 엘리엇 매니지먼트를 필두로 한 모비스 주주들의 반대에 부딪쳐 추진되지 못했다. 개편안이 글로비스 대주주인 정몽구․의선 총수일가에 유리하다는 평이었지만 김 정책실장은 “현대차그룹이 필요한 타이밍에 올바른 의사결정을 내리는 구조라고 생각하면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구체적 평가는 피했지만 공직 생활 이전 김 정책실장이 취하던 태도와 사뭇 다르다. 김 정책실장은 2014년 현대차그룹 한전부지 매입을 두고 “정몽구 회장이 직접 10조5500억원을 결정했다고 하는데 정 회장은 기아차 이사도 아니고 수 조원에 달하는 땅값을 지불하라는 의사결정을 대신할 수도 없다”며 “정 회장이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대표이사라고 하지만 오로지 재벌오너 말 한마디에 ‘주주 이익’은 철저히 무시되고 있다"는 의견을 보였다.

재벌개혁에 있어서도 자발적 노력보다는 구체적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보였었다. 2013년 김 정책실장은 지주회사 제도와 금산 분리를 주제로 한 토론회에서 “특수한 지배 구조를 지닌 삼성그룹의 경우 맞춤형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하는가 하면 2015년 “총수일가 불법·부당한 경영권 승계 규율장치는 상당히 개선됐지만 일감 몰아주기와 회사기회 유용에 대해서는 사각지대가 있고 재벌 2·3세의 부가 그룹 지배권으로 연결되는 지주회사 전환에 대한 규율은 공백상태다”는 진단을 내리기도 했다.

일감몰아주기도 김 정책실장의 자발적 해소 노력 요구에 많은 대기업집단에서 지분을 정리했지만 대표적 사례로 꼽히는 기업들은 여전하다. 현대차그룹은 이노션이 지난 5월 지분을 다소 정리했지만 여전히 공정거래법 개정안에서 추진되는 총수일가 지분율 기준 20%선을 아슬아슬하게 피하는 수준이며 글로비스 총수일가 지분은 그룹 지배구조 개편 시 총수일가 지배력을 강화하는데 사용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외 CJ올리브네트웍스는 총수일가 지분을 정리하는 대신 합병을 통해 지주사 지분 확보에 이용하고 있으며 LG그룹의 판토스는 일감몰아주기 해소보다는 구광모 회장 상속세 자금 마련을 위해 정리했다고 보는 편이 더 정확하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이노션과 글로비스를 통해 매번 법의 사각지대로 회피하는 행보를 보여 왔다. 김 정책실장은 “일감몰아주기에 대해 엄정하게 법을 집행할 것”이라 여러 번 밝혔지만 애초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기업들은 엄정한 법 집행 자체를 할 수가 없다.

또 공정위 차원에서 가장 큰 과제라 할 수 있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여전히 국회 계류 중으로 김 정책실장은 이를 마무리 짓지 못하고 떠나게 됐다.

황태희 성신여대 법학과 교수는 "가맹사업, 대리점업과는 달리 재벌개혁에 있어 구체적으로 법과 제도화된 부분은 적은 것으로 여겨진다"며 "기업들이 일감몰아주기를 해소한 부분도 정책을 통해 바뀐건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국회에 계류된 상태이기 때문에 판단을 유보해야 할 것"이라며 "우리나라에서 공정위원장이 청와대로 바로 들어간 케이스가 없었는데 경쟁기관의 수장인만큼 차기 위원장도 중립성을 가질 수 있는 인물로 선임돼야 할 것"이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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