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톱파보기] 당명 변경 득일까 실일까
[이슈 톱파보기] 당명 변경 득일까 실일까
  • 최종환 기자
  • 승인 2019.07.11 17: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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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애국당서 우리공화당 당명 변경
민주화뒤 10년 당명 유지 ‘한나라당’뿐
“선거에 연연하기보다 장기플랜 짜야”

톱데일리 최종환 기자 = 대한애국당이 지난달 24일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당명을 우리공화당으로 개정했다. 2017년 8월 창당 이후 2년도 채 안 돼 간판을 바꾼 셈이다. 새 당명은 박정희 정부 시기 집권당이었던 민주공화당을 계승했다.

정당의 보수적 색채는 기존보다 훨씬 강해졌다. 우리공화당은 당헌당규에 이승만 전 대통령의 자유민주주의 건국정신과 박정희 전 대통령의 부국강병‧반공정신,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자유민주주의적 통일 등을 포함했다고 밝혔다.

‘반공’을 전면에 내세운 만큼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 정책에 제동을 걸고, 열성 지지층을 결집하겠다는 전략이다.

당명 개정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옥중정치’가 가속화될 전망이다.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는 지난 3일 서울시 종로구 청계광장 농성장에서 “당명 개정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사전 교감이 있었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 석방 운동을 지속하고, 문재인 정부의 좌파 독재에 단호히 맞서겠다”고 했다.

우리공화당 소속 국회의원은 현재 조원진 대표와 지난달 17일 자유한국당에서 넘어 온 홍문종 의원 등 2명이다. 우리공화당은 의원을 더 확보해 내년 치러질 21대 총선에서 야권 재편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전략이다. 조 대표는 “내년 2월까지 현역 의원 30여 명을 확보할 계획”이라며 “원내교섭단체 구성은 물론 제3당이 돼 21대 총선에서는 기호 3번으로 후보를 낼 것이다”고 했다.

우리공화당의 당명 변경은 정치적으로 어떤 결과를 낳을까. 조원진 대표의 기대처럼 이미지 쇄신으로 원내 제3당으로 도약할지, 유권자 외면으로 군소 정당에 머물지는 예단하기 힘들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우리공화당의 당명 개정은 과거 박정희·박근혜 대통령을 연상 시켜 선거를 준비하려는 포석으로 보인다”며 “홍문종 의원의 입당을 계기로 이합집산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총선 승리 가능성은 미지수다”고 했다.

 

우리공화당 깃발이 지난 3일 청계광장에서 펄럭이고 있다. 이날 조원진 대표는 내년 2월까지 현역 의원 30여 명을 확보해 원내 제3당으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사진=최종환 기자)
우리공화당 깃발이 지난 3일 청계광장에서 펄럭이고 있다. 이날 조원진 대표는 내년 2월까지 현역 의원 30여 명을 확보해 원내 제3당으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사진=최종환 기자)

■ 민주화 이후 10년 이상 당명 유지, 한 곳뿐

정당은 당 이름을 통해 유권자를 설득하고, 지지층을 모은다. 더불어민주당의 ‘민주’는 과거 민주화 운동을 했던 자부심을, 자유한국당의 ‘자유’는 공산주의 국가와 다르다는 자신감을 드러낸다. 정당이 정치적 입장에 따라 특정 단어를 선호하는 것은 정당 이름의 기능에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한국의 정당명은 오래가지 못했다. 평균 수명이 5년을 넘긴 사례가 찾아보기 힘들다. 민주화(1987년) 이전에는 박정희 정부 집권기인 1963년 창당한 민주공화당이 17년 동안 당명을 유지했다. 한국 정치사에서 당명 수명이 가장 긴 사례다.

민주화가 되면서 정당 활동이 헌법으로 보장받게 됐다. 자연스레 군소정당이 난립했고, 선거 국면에서 당명을 개정하는 작업도 활발히 이뤄졌다. 대부분 당의 누적된 불신을 해소하고 새 당명으로 유권자의 표심을 자극하려는 전략이었다.

현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평화민주당이 뿌리다. 평화민주당은 동교동계 인사들이 1987년 11월 야당 정치인 김대중을 총재와 대선 후보로 추대하면서 창당됐다. 하지만 그해 12월 치러진 대선에서 김대중은 3위에 그쳤다. 평화민주당은 1991년 9월 3당 합당에 반대한 통일민주당 출신 인사들이 주축 된 일명 ‘꼬마민주당’과 합쳐 민주당으로 당명을 바꿨다.

이후 민주당은 새정치국민회의(1995)로 당명을 변경한 후 새천년민주당(2000), 민주당(2005), 민주통합당(2011), 새정치민주연합(2014)으로 간판을 바꿨다. 현재 당명인 더불어민주당은 19대 ‘대선 승리’ 목표 아래 2016년 10월 개명됐다.

당명을 바꾼 것에 대해 당시 추미애 대표는 “민주당은 오직 국민만 바라보고 국민의 명령을 따르는 수권 정당, 대안 정당, 강한 정당이 될 것”이라며 “정권교체를 위해 당원동지들과 함께 나가야 한다”고 했다.

자유한국당의 전신은 1990년 민주정의당과 통일민주당, 신민주공화당의 3당 합당으로 만들어진 민주자유당이다. 이 당은 5년 동안 존재하다 1995년 신한국당으로 이름을 바꿨다. 정파를 뛰어넘는 젊은 인재를 수급해 국민적 지지를 얻은 신한국당은 1996년에 치러진 15대 총선에서 139석을 획득해 원내 제1당으로 부상했다.

신한국당은 15대 대통령 선거 직전인 1997년 11월 조순이 이끄는 민주당과 합당해 한나라당으로 당명을 바꿨다. 선거를 앞두고 연대와 당명 개정으로 지지층을 결집하는 모습이 반복됐다. 한나라당은 15년 동안 유지됐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2011년 10월 치러진 재‧보궐선거에서 패배하자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을 중심으로 재편됐다. 지도부는 2012년 2월 13일 당명을 새누리당으로, 상징색을 파랑에서 빨간색으로 바꿨다. 이후 새누리당은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인용을 앞둔 2017년 2월 자유한국당으로 개명됐다.

당시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보수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겠다”며 “범보수 세력이 대동단결해 보수 정권을 재창출하겠다”고 했다.

현재 원내 정당 가운데 당명이 가장 오래된 정당은 2013년 7월 진보정의당에서 이름을 바꾼 정의당이다. 소속 의원은 6명으로 원내교섭단체도 꾸리지 못했지만, 당명 역사는 존속 정당 중 1위인 셈이다.

한국의 정당은 선거 국면이나 당내 정치적 갈등을 겪으면서 여러 차례 당명을 바꿨다. 정당이 정책으로 민심을 얻기보다 특정 이슈에 매몰돼 단기적인 성과에 집착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한정훈 서울대 국제대학원 한국 정치학과 교수는 “한국 정당이 명칭을 빈번히 변경하는 이유는 수세에 놓인 정당의 정치적 상황을 타개하는 목적이 크다”며 “유권자들에게 새로운 이미지를 심어줌으로써 선거에서 이익을 얻고자 하는 전략이 작용했다”고 했다.

국회의사당 전경. 한국 정치사에서 가장 긴 역사를 가진 당명은 박정희 정부의 집권당인 민주공화당으로, 17년간 유지됐다.
국회의사당 전경. 한국 정치사에서 가장 오랫동안 존속한 당명은 박정희 정부의 집권당인 민주공화당으로, 17년간 유지됐다.(사진=최종환 기자)

■ 잦은 당명 변경, 유권자 신뢰 저하

당명 변경은 선거 국면에서 주도권을 쥐고, 새로운 이미지를 심어줄 것이라는 정당의 기대와 달리 유권자의 일체감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잦은 개명보다 당의 비전을 제시하고, 유권자와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준한 교수는 “당명 변경은 정당의 선거 전후 승리를 위해 이합집산 차원에서 이뤄졌다”며 “이는 한국 정당의 불안정성과 불연속성을 말해준다. 정당이 이념이나 정책 변화를 모색해야 하는 데 당장 이름만 많이 바꿔보겠다는 인식이 강하다”고 했다.

한정훈 교수는 지난 6월 펴낸 논문 ‘정당의 명칭변경에 대한 한국 유권자의 인식과 정당일체감’을 통해 “한국 정당의 잦은 명칭 변경은 정당과 유권자와의 연계성 약화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한 교수는 새정치민주연합에서 더불어민주당으로 당명 변경 사례를 주목했다. 그는 유권자가 지난 2017년 5월 19대 대통령 선거 국면에서 두 정당을 동일한 정당으로 간주하는지 검증한 후 이념 성향별 차이를 밝혔다.

연구에 따르면 유권자의 정치적 성향이 진보에서 보수로 갈수록 새정치민주연합과 더불어민주당을 상이하게 인식하는 강도는 낮아졌다.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층이 비교적 진보 성향이라고 봤을 때 당명 변경 후 이들의 정당 일체감은 보수 성향 유권자보다 떨어질 것이라고 유추해볼 수 있다.

정당의 빈번한 명칭 변경은 정당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게 한 교수의 진단이다. 그는 “정당이 명칭을 변경하면서 정당은 기존 지지자 가운데 일부를 상실할 수 있다”며 “새로운 지지자를 모으기 위한 비용도 지불해야 한다”고 했다.

명칭 변경에 앞서 정당이 고려해야 할 사항에 대해선 정당과 유권자 간 관계를 강조했다. 한정훈 교수는 “단기적인 선거 전략으로 정당 이름을 바꾸기보다 당명 유지로 유권자와 관계를 강화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정당의 장기 생존과 발전에 이익이 될 것이라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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