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 회동이 ‘쇼’?” 실무회담이 관건
“판문점 회동이 ‘쇼’?” 실무회담이 관건
  • 최종환 기자
  • 승인 2019.07.17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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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실무회담 개최 여부 중요
文 대통령, 중재자 역할 갈림길에
“비핵화 방식, 북미 견해차 좁혀야”

톱데일리 최종환 기자 = 남북미 정상이 지난달 30일 판문점에서 손을 잡았다. 한국전쟁 당사국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한국전쟁 발발 69년 만에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땅을 밟은 첫 미국 대통령이 됐다.

북미관계가 적대에서 신뢰로 발전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만남 그 자체가 가진 상징성은 크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화염의 분노’를 쏟아내며 전쟁 일보직전까지 갔던 분위기는 느낄 수 없었다. 평화라는 그림을 그리기 위해 세 정상의 손놀림은 더욱 바빠졌다.

북미 정상의 53분간 이어진 회동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지지부진했던 북한 비핵화 협상이 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의 중재자 역할도 중요해졌다.

구체적인 성과는 앞으로 전개될 실무회담에 달렸다. 남북미가 처한 상황이 다른 만큼 쉽게 예단하기는 어렵다. 북한은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김정은 위원장의 권위를 회복하고,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용 치적이 필요하다. 남한은 남북관계 정상화가 숙제다. 세 나라는 서로의 이해관계를 맞추기 위해 절묘한 타이밍을 찾아야 한다. 판문점 회동이 일각에서 제기되는 ‘쇼’가 아닌 실질적 성과를 내야 하는 이유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판문점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회동을 마친 후 취재진 질의에 답하고 있다.(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판문점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회동을 마친 후 취재진 질의에 답하고 있다.(사진=청와대)

■ 북한 비핵화 성과 미진… 정쟁만 계속

판문점 회동을 둘러싼 남북미 입장이 다른 만큼 국내 정치권의 셈법도 제각각이다. 지난해 평창동계올림픽 이후 전개된 한반도 평화 무드에 힘입어 남북·북미 정상회담이 연이어 열렸지만 ‘북한 비핵화’가 온전히 해결되지 못한 탓에 양극단의 정쟁만 지속되고 있다.

남북관계마저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야권의 공격은 훨씬 날카로워졌다. 자유한국당은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 정책에 날을 세우며 기회가 있을 때마다 ‘북한 대변인’, ‘말 못하는 손님’ 등의 막말을 내놓고 있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판문점 회동 자체를 이벤트로 폄훼하며 현 상황을 낙관적으로만 보는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고 나섰다. 그는 지난 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문 정권은 트럼프나 불려 들여 판문점 쇼나 벌리고 있다”며 “일부 언론들은 마냥 들떠 환호하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대한민국입니다”고 했다.

이틀 뒤에는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비판의 칼을 들었다. 그는 4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북핵 폐기, 시작도 안했다. 어느덧 북핵 동결이 미국에서 언급된다. 그런데도 대한민국 대통령은 한마디도 말 못 하는 객, 손님을 자처했다”고 했다. 판문점 회동이 남측 지역에서 열렸음에도 문 대통령이 국익을 위한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한 점을 꼬집은 것이다.

판문점 회동 후 대남 비난을 자제했던 북한도 최근 입장을 선회하는 모습이다. 북미 진전 상황을 보며 남북관계 개선을 추진하겠다는 한국 정부의 기조를 비판하며 미국과 직접 대화에 주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른바 ‘통미봉남(通美封南)’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대남 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지난 14일 “미국 눈치를 보면서 북남관계 문제를 조미협상 진전 여부에 따라 추진하겠다고 하는 남조선 당국의 태도는 평화번영에 대한 희망으로 밝아야할 겨레의 얼굴에 실망의 그늘을 던지고 있다”며 “친미사대적 근성의 발로로서 민족의 운명은 스스로 개척한다는 북남 선언들의 근본정신에 대한 부정”이라고 했다.

남북미 판문점 회동이라는 역사적인 성과를 냈음에도 한국 정부의 외교력은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북미 협상을 중재하는 한편 야당을 설득하고, 북한을 달래야 하는 등 고차 방정식을 풀어야 하는 상황이다. 변곡점은 앞으로 전개될 실무회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이 지난 12일 국회서 열린 ‘한반도 정세와 비핵화 전망’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이날 홍 위원은 한국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이 지난 12일 국회서 열린 ‘한반도 정세와 비핵화 전망’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이날 홍 위원은 한국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실무회담서 비핵화 성과 내야”

실무회담을 열기로 한 사실상의 시한은 이번 주다. 전문가들은 비핵화 방식을 놓고 북미 간 견해차가 큰 만큼 이를 어떻게 좁힐지가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실무회담 개최 여부는 판문점 회담 직후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서 읽을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에서 “향후 2, 3주안에 북미 협상팀이 무언가 할 수 있을지 알아보기 위한 작업에 들어갈 것이다”고 했다.

하지만 협상이 예정대로 재개될지는 미지수다. 미국은 ‘대북체제 안전보장’을 언급하며 실무회담 준비를 마무리한 듯 보이지만 북한의 호응은 답보 상태다. 전문가들도 협상 단계마다 여러 부침이 나올 것으로 전망했다. 구체적인 협상 방식과 내용은 여러 시각이 존재했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지난 12일 국회서 열린 ‘한반도 정세와 비핵화 전망’에서 “대북 강경론자 존 볼턴 백악관 안보 보좌관의 영향력이 약화되는 등 미국 내 온건한 협상 기류가 형성된 것은 일단 기회”라고 평가하면서도 “북한이 미국이 원하는 포괄적 합의를 거부하면서 1단계에서는 영변 핵 폐기만을 허용하고 단계마다 비핵화와 상응 조치에 대한 새로운 협상을 고집하면 미국이 응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했다.

홍 위원은 한국 정부가 중재자·평화 촉진자 역할을 보다 적극적으로 수행해 협상 동력을 유지하고, 북미 양측을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회담 기간 북미관계가 얼마든지 틀어질 수 있는 만큼 정부 노력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반면,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판문점 회동으로 북미 간 대화가 재개됐지만, 협상 조건은 이전보다 훨씬 까다로워졌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판문점 회동이 끝난 직후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북미 비핵화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의 완전한 동결을 원한다”며 “완전한 비핵화라는 목표는 변하지 않았다”고 한 발언을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 교수는 “미국이 동결을 언급했다는 점에서 대북협상에서 유연해진 것으로 볼 수 있지만 미국이 언급한 동결은 협상의 의제나 대상이 아니라 협상을 위한 전제조건으로 봐야 한다”며 “모든 WMD 생산 시설 가동을 중단 시켜 더 이상 양적 증가가 없도록 차단하고 모든 시설을 확인한 상황에서 협상을 시작하겠다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미국은 일괄타결을 원하지만, 북한은 단계적으로 비핵화를 하자는 입장인데 견해차를 좁히는 게 협상 실무진의 핵심 역할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근거 없는 희망적 사고를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 위원은 이번 회동이 “북핵 관련 본질적 내용은 진전이 없었고, 오히려 한국의 역할 축소 및 통미봉남의 가능성이 점증했다”고 했다. 또 “실무협상은 생각보다 진전이 더딜 것으로 보인다”며 “북핵 폐기보다 현상 유지 또는 악화 가능성이 증가할 것이다”고 했다.

현재 북한은 핵무기를 포기할 이유가 없으며 핵을 보유해도 미국 대통령과 관계를 증진하고, 경제가 악화되면 도발을 매개로 타협안을 강요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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