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체육계 인권 증진]③학교 현장에서 본 혁신위 권고문
[특별기획-체육계 인권 증진]③학교 현장에서 본 혁신위 권고문
  • 이재익 기자
  • 승인 2019.07.18 17: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학교 교사들이 바라본 혁신위 권고문
필요성 공감...수용 여부 의견 엇갈려
지도자 역량교육 등 부족부분 지적도
스포츠혁신위가 내놓은 학교스포츠 관련 권고는 대부분 학생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현장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지도하는 교사들의 생각들은 조금씩 달랐다.(사진=광문고 제공)
스포츠혁신위가 내놓은 학교스포츠 관련 권고는 대부분 학생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현장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지도하는 교사들의 생각들은 조금씩 달랐다.(사진=광문고 제공)

톱데일리 이재익 기자 = 문화체육관광부 스포츠혁신위원회가 발표한 ‘학교스포츠 정상화를 위한 선수육성시스템 혁신 및 일반학생의 스포츠 참여 활성화 권고’에 대한 논쟁은 계속되고 있다. 일부 체육계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권고문에는 현장의 목소리가 제대로 담겨있지 않은 것일까.

학교스포츠 관련 권고문의 주요 내용은 ▲학생선수의 학습권 보장 ▲체육특기자 진학 제도 ▲학교운동부 운영 및 관리 ▲운동부 지도자 역할 및 처우 ▲일반학생의 스포츠 참여 활성화 ▲소년체전 운영 등이다. 대부분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와 관련된 내용이다.

권고에서 가장 중요한 당사자는 이를 받아들여야하는 학생들이다. 그렇다면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을 이끌어야하는 교사들은 혁신위 권고에 대해 어떻게 보고 있을까. 혁신위 권고문에 대한 소감과 앞으로의 학생스포츠의 바람직한 방향에 대해 물었다.(가나다 순)

■ 김승겸 삼성고 교감 “운동했다 말할 때 머리 나쁘다 생각 안하는 세상 오길”

교육적 관점에서 볼 때 적정 연령에서 재능을 꽃피우게 해줘야 한다. 그동안 지도자나 체육계가 실적을 만드느라 재능을 미리 소진해 그만두는 경우 많았다.

운동 전성기를 지난 후 무엇을 할 것인지도 봐야 한다. 30대가 넘어서도 정점에 있는 선수는 드물다. 운동도 잘하고 공부도 잘하라는 것이 아니다. 운동만 하는 바보가 아닌, 기본적인 소양을 갖추게 하자는 것이다.

소년체전도 폐지가 아니다. 실적 위주가 아닌 경쟁을 통한 교육적 가치를 배우는 형태로 바꾸자는 것이다.

제자들이 사는 세상에서는 운동했다고 했을 때 머리 나쁘고 공부 안했겠다고 생각하는 세상이 아니었으면 한다. 운동선수도 머리 좋다. 방향이 다를 뿐이다. 1972년 특기자제도 이후 운동하는 사람들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격하됐다.

당장 올림픽에서 국민들이 실망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그런 성과 뒤에 보이지 않는 희생들이 있었다. 중장기적 건전성에 방점을 찍고 희생자가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저변이 확대되면 좋은 선수는 나온다.

현장에서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혁신위 권고조항 중 하나는 주말대회다. 지난 4월 18일 진행된 청남초등학교와 덕성초등학교의 8인제 축구경기.(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현장에서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혁신위 권고조항 중 하나는 주말대회다. 지난 4월 18일 진행된 청남초등학교와 덕성초등학교의 8인제 축구경기.(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 노원래 서울삼육고 교사 “혁신위 권고, 근본 대책과 거리 멀어”

(4일 국회 ‘진정한 체육계 혁신과 체육인 인권을 위한 토론회’ 토론문 발췌) 혁신위 권고 내용을 자세히 따져보면 근본 대책과는 거리가 멀다. 진정한 혁신을 위해선 체육수업 시수 확대나 교사 확충, 생활기록부 체육활동 명기 등이 있어야 했다.

또한 1차 권고에서 인권기구 설립 관련 내용이 있었는데 지금 학교에서는 교사들이 학생들을 지도하고 교육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다. 과연 학교 현장의 소리를 듣고 설립할 것인지 의문이다.

주말과 방학을 이용한 대회 권고도 체육의 경기력 향상과 대회의 질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종목에 따라 수십, 수백명이 참가하는데 주말에만 치르려면 한 대회가 몇 달이 걸릴지도 모른다. 방학에 한다면 여러 대회가 한꺼번에 진행될 텐데 이 또한 경기력 저하나 부상 등 문제점이 우려된다.

정규수업 후 운동은 학교계열 파악부터 해야 한다. 일반계 고등학교가 오후 3시 45분 정도에 정규수업을 마치는데 연습시간이 필요하다. 학부모는 더 시간이 확보되는 학교로 자녀를 보내기 위한 타 시도 이적이나 합숙소 문제가 생길 것이다.

학생선수의 길을 택한 어린 선수도 일반 학생처럼 꿈과 목표를 스스로 결정한 것이다. 이들의 도전도 권리이며 이를 인정하고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

■ 오정훈 이수중 교장(한국체육진로교육협회장) “체육인 역량교육 필요”

전체적인 방향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됐다. 다만 현장에서 자발적으로 움직이지 않는 한 정책의 성공이나 지속성을 담보하는 것은 힘들다.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공론화 과정이 부족했다. 끝장토론이든 뭐든 의견 도출됐어야 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진로교육 관점에서 보면 학생선수는 운동을 더 잘하게 만들어주고 다른 사람은 문화의 하나로 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줘야 한다. 운동을 또 다른 형태의 공부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교과학습과 운동학습을 구분해야 한다. 조리학교에서 요리과목 공부하는 것처럼 운동을 공부 안하고 하는 것이라는 것은 선입견이다. 최저학력이라는 용어도 잘못됐다고 본다. 운동학습을 하는 학생이 교과학습이 부족하다고 기본학력을 보존해줘야 한다는 접근법에 문제가 있다. 혁신위가 그렇게 보지 않아도 일반인이 보면 그렇게 볼 수 있다.

운동에 대한 기본 가치와 인식에 대한 고민도 생략됐다. 현장 지도자들이 혁신위에 반대하며 ‘공부하는 애들한테는 뭐라 안하면서 운동하는 애들한테 뭐라 하느냐’고 말하는 이유다. 이분법적으로 생각하게 된다. 운동도 공부의 일종이고 그 과정에서 다른 교과학습이 필요하다는 식으로 그들을 이해시키고 자존감도 높이면서 얘기를 계속 같이해야 한다.

체육인들의 역량교육도 필요하다. 체육인들 사이에서 잘못을 묵인하는 카르텔이 형성되는 이유는 지금 일이 아니면 할 것이 없다는 절박함 때문이기도 하다. 수십 년을 그렇게 해놓고 갑자기 바꾸자고 하면 반발이 생길 수밖에 없다. 스포츠생태계의 인식전환을 위해선 그들이 혁신의 파트너로 함께 할 수 있는 방향도 제시하며 이해시켜야 한다.

전국소년체육대회, 일명 소년체전에 대한 혁신위의 확대 개편 권고도 여러 의견들이 제시됐다. 사진은 지난해 열린 제47회 전국소년체육대회 철인3종에서 여중부 2관왕을 달성한 임가현 학생선수.(사진=대한체육회 제공)
전국소년체육대회, 일명 소년체전에 대한 혁신위의 확대 개편 권고도 여러 의견들이 제시됐다. 사진은 지난해 열린 제47회 전국소년체육대회 철인3종에서 여중부 2관왕을 달성한 임가현 학생선수.(사진=대한체육회 제공)

■ 이병호 서울체고 교사 “혁신위, 학생·학부모에게 의도 분명하게 전달해야”

지금 학생선수들과 학부모에게 중요한 것은 당장의 진학이다. 권고에서 말하는 이행시점은 최대 3년6개월이라는 유예기간이 있다.

결국 그들의 입장에서 혁신위가 말하는 공부는 현실과의 저울질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고 혁신위 권고를 반대하는 입장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 일부 체육계가 말하는 현장의 요구라는 것에는 그런 밑바탕이 깔려있다.

운동과 공부 병행이라는 현재 혁신위 권고의 문구만 봐서는 불편할 수 있다. 혁신위는 권고가 학생들을 더 힘들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 운동을 그만둬도 다른 사회활동이 가능하게끔 하려는 것임을 학생선수와 학부모에게 분명하게 알려야 한다.

소년체전의 확장개편은 폐지가 아니다. 1%만의 대회가 아닌 모두가 참여하는 대회가 되는 것이다. 종목별, 수준별로 보완점이 있겠지만 같이 가야할 부분이다. 우리나라는 수영 종목에서 일본에 상대가 안 된다. 체격의 차이가 아니라 인프라의 차이다.

그런 측면에서 소년체전의 개편은 체육인 입장에서도 파이를 키우는 일이다. 당장 자신들의 일에 피해가 예상된다고 반대할 것이 아니다.

■ 임성철 광문고 교사 “사라진 유치원, 초등학교 체육 부활시켜야”

(혁신위 권고가) 많이 늦었지만 이제라도 해서 다행이다. 일반학생에 대한 내용은 미흡하지만 학생선수 관련 이야기는 진일보했다.

다만 주말대회로 한정하고 주중대회를 아예 금지하는 것은 한계가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단계적으로 종목별 특성을 살려 진행해야 할 것이다. 샌드위치데이 같은 경우 단기 방학처럼 휴일로 지정해 대회를 진행하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대학이다. 대학이 실적 위주로 특기자를 뽑으면 대회를 나가야 한다. 먼 지방에서 열려도 가야만 한다. 대학 특기자 선발 제도 자체를 혁신적으로 바꿔야 한다. 많이 바뀌고 있다고 하지만 현장에서 볼 때 아직 바뀐 것이 많지 않다.

대회 실적 외에 생지부에 들어가는 내용들이 많지만 입시는 실적 위주다. 대회 수도 줄이고 입시 제도도 바꾸지 않는 한 공부하는 선수는 어렵다.

일반학생과 관련된 내용은 많이 부족하다. 99%의 학생들이 운동할 수 있는 권리 자체가 확보되지 않고 있다. 수업시수를 늘려야 한다. 스포츠클럽 운영만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불가능하다.

특히 고3보다 유아 체육이 문제다. 초등학교 저학년의 체육시수는 0시간이다. 유치원도 마찬가지다. 돈을 낸 아이들만 방과 후 활동으로 운동한다. 4~5년의 체육 공백이다. 그 아이들이 지금 고등학교 체력검사에서 낮은 수치들을 보이고 있다. 통합과목으로 묶인 체육과목을 별도로 독립시켜 전문가가 연령대에 맞는 교육을 진행해야 한다.



톱데일리는 독자분들의 제보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여러분께서 주신 제보와 취재요청으로 세상을 더욱 가치있게 만들겠습니다.
뉴스제보 이메일 top@topdaily.co.kr / 카카오톡에서 톱데일리 검색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나도 기자코너 운영
억울한 일, 알리고 싶은 일 기사로 표현하세요.
작성하신 기사와 사진(저작권 문제없는 사진)을 top@topdaily.co.kr 로 보내주시면 채택되신 분께 기사게재와 동시에 소정의 상품권(최소5만원이상, 내용에 따라 차등지급)을 드립니다.
문의 02-5868-114 시민기자 담당자
인기기사
단독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