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서재] 폭력은 왜 멈추지 않을까
[기자의 서재] 폭력은 왜 멈추지 않을까
  • 최종환 기자
  • 승인 2019.07.26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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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데일리 최종환 기자 = 1945년 광복 이후 한반도는 자유와 평화를 찾은 듯했다. 민족의 정기를 바로 세우고, 새로운 국가를 향한 시민들의 발걸음은 어느 때보다 힘찼을 것이다. 그러나 이 땅의 정치적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미국과 소련의 이념 대립으로 남북은 38도선을 경계로 분할됐다. 3년 동안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다 1953년 7월 간신히 휴전 협정을 맺었다. 

그 시간만 60여 년이 흘렀다. 갈등은 해소되지 않았다. 상대를 인정하지 않는 극단적 말과 글이 남북한 언론을 통해 고스란히 전해진다. 폭력은 일제 침탈과 전쟁, 군부독재, 민주 사회를 이행하면서 진화하는 양상을 보였다.    

지난해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전쟁 일보 직전의 한반도 상황은 반전을 이뤘다. 사상 첫 북미 정상이 손을 맞잡으면서 모처럼 화해 분위기가 고조됐다. 

지금은 숨을 고르는 단계다. 평화를 향한 큰 그림은 그렸지만, 실질적인 협상은 교착상태에 빠졌다. 전문가들은 북한과 미국이 서로 원하는 거래가 달랐다고 한다. 체제 보장과 핵 포기라는 줄다리기가 계속됐다. 굴곡진 분단의 대립이 하루아침에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을 북미 두 지도자가 잘 보여줬다.  

그사이 남북한의 신뢰와 트라우마도 커진다. 전 국토를 초토화한 한국전쟁은 한반도의 좌우 대립을 고조시켰다. 켜켜이 쌓인 선입견과 고정관념은 우리 삶을 옥죄었다. 세계는 ‘탈이념’ 시대라 부르지만 좌우 이데올로기가 견고하게 작동하는 한반도는 체제 모순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공간이 됐다.

■ 세계사를 읽는 축소판 ‘한국전쟁’

정치학자 브루스커밍스의 역작 ‘브루스커밍스의 한국전쟁’은 전쟁 전후 알려지지 않은 역사적 사실을 쉽게 풀었다. 첫머리에서 그는 “미국인이 미국인을 위해 쓴 한국전쟁 관련 책”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 책은 미국인은 물론 한국인과 세계 평화를 염원하는 이들이 반드시 읽어야 할 교양서라 해도 부족함이 없다. 전쟁 전후 지배계층이 민중에게 가한 폭력과 탄압, 사상검증을 거침없이 설명한다. 이념 대립이 끝나지 않은 오늘날 ‘브루스 커밍스의 한국전쟁’은 평화와 화해를 위한 기본서라고 해도 무리가 없다. 

브루스커밍스는 서문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 책은 전혀 알려지지 않은 전쟁에 관한 것이다. 1950년대 초 미국의 문화적 모순, 제한전이라는 이 전쟁이 공중전과 지상전에서 보여준 혹독한 잔인성, 남한에서 이루어진 역사의 복원, 알려지지 않은 전쟁이 미국의 세계적 위상을 바꿔놓은 방식, 그리고 역사의 기억이다.”

그에 따르면 한국전쟁은 미국인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다. 아시아의 작은 나라에서 벌어진 내전 정도였다. 하지만 한국전쟁 전후 미국인이 저지른 수많은 민간인 학살을 비롯해 군산복합체의 성장에 힘을 보탰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저자가 밝혔듯 1950년 후반 미국은 방위비를 네 배 가까이 증가해 해외 기지를 구축하고, 국내에서 안보 국가를 수립했다. 미국을 세계의 경찰국가로 만든 출발도 제2차 세계대전이 아닌 한국전쟁이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한국전쟁이 세계정세를 읽는 축소판으로 보는 이유다.

■ 오리엔탈리즘에 갇힌 한반도

저자는 한국전쟁의 기원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한국인들이 흔히 생각하는 ‘북침(북한의 남한 침략)’보다 1910년 일본이 한반도 침탈 후 저지른 태평양 전쟁과 2차 세계대전 등을 아우르는 사건으로 본다. 해방 이후 한반도에서 벌어진 민중 반란과 크고 작은 내전 등이 한국전쟁으로 번졌다는 의미다.  

정부가 정치적 목적으로 민간인이 학살한 사례도 다반사였다. 저자는 “남한에서 최대 10만 명의 한국인이 한국전쟁 이전에 정치적 폭력으로 살해됐다”며 “전쟁이 시작되면 최소한 10만 명이 더 살해당한다”고 지적했다. 

해방 이후 남북한 민중은 자유와 인권을 찾아볼 수 없었다. 좌우 대립이 극심했던 시절 불손하거나 의심스러운 사람은 ‘비국민’에 해당됐고, 죽여도 되는 ‘적(敵)’이었다.

한반도가 통일이라는 과업을 완수할 때 까지 분단은 계속된다. 이념 대립 또한 견고해져 우리의 마음은 더욱 피폐해질 수도. 

브루스커밍스의 말이 의미심장하다. “한국의 냉전은 전혀 끝나지 않았고 떠난 적도 없다. 70년 간 대결 이후 미국인이 지닌 북한의 주된 이미지는 여전히 오리엔탈리즘의 편협한 몽고반점을 띠고 있다”는 그의 말을 곱씹어 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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