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조 적자' LG MC, 영의정을 보내라 
'3조 적자' LG MC, 영의정을 보내라 
  • 신진섭 기자
  • 승인 2019.08.13 17: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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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더폰의 성공에 취했던 LG, '스마트폰 쉬프트' 늦어
내부 '회전문 인사'로 MC 사업 부활 어려워
과감한 외부 인재 수혈, 처우 개선, 수장 선임 필요

톱데일리 신진섭 기자 = “얼마주고 샀어?” 백만원을 상회하는 가격에 사람들이 부러움의 시선을 보낸다. “얼마주고 샀어?” 수 십 만 원대 가격이지만 다들 어렵지 않게 수긍한다. “얼마주고 샀어?” 몇 푼 되지도 않는데 사람들이 고개를 가로젓는다. 첫째는 아이폰이요 둘째는 갤럭시고 마지막은 LG폰이다. 같은 질문이지만 함의(含意)는 전혀 다르다. 왜 샀는지 스스로 변호해야하는 폰, 여차하면 ‘호구’ 소리를 들어야하는 폰, 들고 다니는 것만으로도 ‘아웃사이더’임을 자인하게 하는 폰, LG 스마트폰의 현주소다. 

■LG MC, 초콜릿폰의 성공이 발목잡아

LG MC부문의 영광의 시대를 열었던 '초콜릿폰'. 그러나 거기까지 였다.
LG MC부문의 영광의 시대를 열었던 '초콜릿폰'. 그러나 거기까지 였다.

폴더폰 시절에는 LG MC도 잘나갔다. 초콜릿폰, 프라다폰 등 고급스러운 이미지로 소비자의 마음을 잡았다. 성공이 발목을 잡았다. 폴더폰 성공에 도취된 LG는 스마트폰에 미온적이었다. ‘아직 스마트폰은 멀었다’던 수백억짜리 맥킨지 보고서가 있었고, 이를 신봉한 ‘핵심인재’가 있었다. 

단순히 ‘스마트폰 쉬프트’가 느렸다는 걸로는 17분기 누적적자 3조4000억원을 설명할 수 없다. LG MC는 시대를 읽지 못했다. 남들이 안드로이드 OS에 몰두할 때 MS OS를 팠고, 아이폰3GS가 한국에 상륙 할 때 폴더도, 스마트폰도 아닌 괴작 ‘아레나폰’을 내놨다. 와이파이를 넣어달라고 하니 자체 UI(유저 인터페이스) ‘S Class’로 동문서답 했다.  

구씨 일가가 내려와 G시리즈로 숨통을 틔워놓는 듯 했지만 동족방뇨에 불과했다. 자체 AP(어플리케이션 프로세서) ‘뉴클런’은 반짝 시도하더니 금세 접어버렸다. 장기적인 플랜, 냉철한 현실자각 없이 ‘프리미엄 전략’만 외쳤다. 소비자들은 발열, 무한부팅 등 안정성 문제를 선결과제로 제시했지만 수뇌부는 직원들에게 ‘잡놀디(잡스도 놀랄만한 디자인)’를 주문했다. 삼성산에 올라 사과를 씹어 먹는 퍼포먼스로 사업을 살릴 수 있다는, 샤머니즘적 사고로 스마트폰 전쟁에 임했다.  

■인간 존중의 LG? 임원 존중의 LG

스마트폰은 '초연결 사회'에서 각종 전자기기를 한 데 묶은 '허브' 역할을 수행한다. LG가 MC부문의 누적된 적자에도 사업 포기를 쉽사리 말하지 못하는 이유다. 

LG MC, 특히 LG전자의 수뇌부는 스마트폰을 만들만큼 스마트하지 않다. 남, 조, 황, 현재의 권에 이르기까지 실패가 거듭됐지만 LG는 ‘내 사람 경영’으로 일관했다. 인간 존중의 LG? 임원 존중의 LG라고 부르는 편이 적절하다. 

권봉석 HE사업본부 본부장의 MC부문 양다리는 LG MC가 조직 내에서 찬밥 신세라는 걸 방증한다. 제 1의 기피부서, 티비‧에어컨이 벌어들인 돈을 까먹는 조직의 ‘암(癌)’, 덜떨어진 아픈 손가락, 홍보팀의 악몽, 악명은 적자 못지않게 누적되고 있다. 실적시즌에 유가(有價)기사를 집행한다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냉철한 현식인식을 막는 독(毒)으로 돌아올 뿐이다. 

현재 LG MC의 전략은 무언가. 최소 적자폭을 유지하며 되면 좋고 안 되면 말고,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직원 수를 반으로 줄이고 베트남으로 공장을 옮겨 유지비를 줄였다. 화장실 손 닦는 휴지를 없애서 영업이익을 올리겠다던 과거에서 맴돌고 있다. 겉으로는 스마트폰 사업이 미래 성장동력이라 말하지만 투자도 비전도 보이지 않는다. V와 G 시리즈의 차이점이 없다는 지적에 디스플레이를 1+1으로 끼워주는 식으로 답한다면 LG MC는 회생 불가능하다. 이대로 흘러간다면 LG ’iot@Home’ 앱을 갤럭시에 선 탑재 해 달라며 읍소하는 상황은 가정이 아니라 현실이 된다. 

■LG, 세종에게 배워야 

권영수 (주)LG 부회장. 30년 넘게 LG그룹 계열사에서만 근무한 정통 'LG맨'이자 '재무통'으로 불린다. 현재 구광모 회장을 보필하며 수렴청정 중이다.
권영수 (주)LG 부회장. 30년 넘게 LG그룹 계열사에서만 근무한 정통 'LG맨'이자 '재무통'으로 불린다. 현재 구광모 회장을 보필하며 수렴청정 중이다.

조선 세종시대 이순지란 천재 학자가 있었다. 세종은 약관 29세인 그를 불러 조선의 실정에 맞는 달력을 만들라 명했다. 중국의 것을 빌려서는 부족하다 여긴 것이다. 이순지는 세 가지 이유로 불가하다했다. 첫째가 진급이요 둘째가 봉록, 셋째가 관장이었다. 당시 달력을 만드는 서운관(書雲觀)은 진급도 느리고 봉록도 적은데다가 관장도 급이 낮아 인재가 모이지 않는다고 했다. 세종은 서운관의 진급속도과 봉록을 올리고 최측근을 서운관 관장으로 임명했다. 영의정 정인지였다. 세종은 이순지에게 모험할 시간적 여유와 함께할 수 있는 인재를 제공했다. 세종의 통큰 결단과 이순지의 집념은 우리나라 최초의 역법 칠정산을 탄생시킨다.  

칠정력 이야기는 혁신을 위한 현실적 준비물에 대해 말한다. 과감한 외부 인재 수혈, 높은 수준의 월급과 조직 내 대우, 무시할 수 없는 얼굴. LG MC가 갖추지 못한 것들이다.  

진정 스마트폰 명가로 거듭나고자 한다면 혈통을 가리지 않는 외부 인재 수혈이 시급하다. MC에 내부 인재가 모일 수 있도록 조직 내 최고의 지위를 약속해야 한다. MC에 쌓인 열패감을 극복하기 위해선 웬만한 인물로는 안 된다. 영의정을 보내야 한다. 권영수 부회장을 보내야 한다. 구광모 회장을 보필하는 수렴청정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대내외적으로 스마트폰 부활을 천명하기 위해선 ’역전의 용사‘ 권 부회장 외에는 다른 카드를 생각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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