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톱파보기] ‘김정은-트럼프 친서’ 북미대화 신호탄?
[이슈톱파보기] ‘김정은-트럼프 친서’ 북미대화 신호탄?
  • 최종환 기자
  • 승인 2019.08.14 17: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北, 석 달 동안 7차례 미사일 쏴
친서로 북미정상회담 열리기도
“남북관계 단기간 풀리지 않을 듯”

톱데일리 최종환 기자 = 북한의 무력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 5월4일부터 이달 10일까지 석 달 동안 7차례 단거리 미사일을 쏘아 올렸다. 비행거리는 최소 200km에서 최대 600km로, 대부분 남한 수도권을 타격할 수 있다.

정부는 개의치 않고 한미군사훈련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이다. 청와대는 지난 10일 북한이 함경남도 함흥 일대에서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면서도 한미동맹을 강조했다.

청와대는 이날 브리핑을 통해 “북한의 연이은 발사가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킬 우려가 있어 이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며 “한미연합지휘소훈련을 통해 어떠한 군사적 상황에도 대응할 수 있는 확고한 연합방위태세를 점검해 나가기로 했다”고 했다.

북한이 연일 ‘미사일 시위’를 벌였지만, 북미관계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 비핵화 협상 재개 뜻을 전하면서다.

잇단 무력시위가 남한을 압박하는 한편, 북미대화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핵심 단서는 북미 사이에 벌어지는 ‘친서 외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1차 북미정상회담 한 달 뒤인 지난해 7월 12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공개했다.(사진=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화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1차 북미정상회담 한 달 뒤인 지난해 7월 12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공개했다.(사진=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화면)

■ “북미 친서 교환은 정상 외교”

친서는 정상이 상대국 정상에게 전하는 서한이다. 공식문서라기보다 주로 친선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활용된다. 본인의 상황을 진솔하게 알리고 상대 의사를 확인할 수 있어 정상들이 선호하는 소통방식이다. 외교 관례상 그 내용은 비공개가 원칙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1월 신년기자회견에서 김 위원장으로부터 친서를 받았다고 언급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남북관계가 교착상태에 빠져도 물밑에선 활발히 접촉하고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관계를 과시하고자 친서 내용을 대외에 알리기도 했다. 1차 북미정상회담 한 달 뒤인 지난해 7월 김 위원장으로부터 받은 친서를 자신의 트위터에 해당 사실을 알렸다.

김 위원장은 친서를 통해 “대통령 각하에 대한 변함없는 믿음과 신뢰가 앞으로의 실천과정에 더욱 공고해지기 바란다”고 했다.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의 성과를 잇고자 한 김 위원장의 의중을 읽을 수 있는 메시지다. 미국 역시 북한에 신뢰를 나타내며 관계 개선 의지를 표명했다.

이내영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북미 정상 간 친서 교환은 ‘정상 외교’라고 볼 수 있다”며 “북미 간에는 (대사관 설립 등) 실질적인 외교 정상화가 이뤄지지 않았고, 전달통로도 불확실해 친서가 크게 의미 있어 보인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판문점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회동을 마친 후 취재진 질의에 답하고 있다.(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판문점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회동을 마친 후 취재진 질의에 답하고 있다.(사진=청와대)

■ 친서 교환 후 ‘빅 이벤트’ 성사돼

그간 두 정상의 ‘친서 외교’는 꽉 막힌 북미관계를 푸는 실타래 역할을 했다. 최근 비핵화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졌지만 섣부른 평가를 할 수 없는 이유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친서에 우호적인 반응을 보인 만큼 두 나라의 관계가 과거로 회귀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현지 시각)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은 한미 연합 훈련이 끝나자마자 협상을 시작하고 싶다고 친절하게 말했다”며 “나는 너무 머지않은 미래에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길 고대한다”고 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는 북한이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후 반나절 만에 나온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에도 ‘아름다운 친서’를 받았다고 전해 김 위원장을 치켜세웠다. 그는 트위터에서 “그것은 긴 친서였다. 그중 많은 부분은 터무니없고 돈이 많이 드는 훈련에 대해 불평하는 내용이었다”고 전했다. 이어 “김 위원장이 미사일 발사에 대해 작은 사과도 했다”며 “김 위원장이 훈련이 종료되면 미사일 시험 발사도 멈출 것이라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지난 6월 14일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73번째 생일을 맞아 친서를 보냈다. 문재인 대통령이 ‘아주 흥미로운 대목이 있다’고 언급하면서 3차 북미정상회담 성사의 기대를 높였다. 실제 보름 뒤인 30일에는 역사적인 남북미 판문점 회동이 열렸다. 한국전쟁 이후 세 나라의 정상이 손을 잡은 건 이날이 처음이다.

지난해 6월 1차 북미정상회담이 무산 위기에 직면했을 때 불씨를 살린 것도 친서가 결정적이었다. 당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미국 워싱턴을 찾아 김 위원장의 의중을 전달했다. 냉각된 북미관계가 며칠 만에 해빙돼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 개최로 이어졌다.

이후에도 북한은 미국에 친서를 보냈고, 결국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2차 북미정상회담이 성사됐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최근 북한이 보낸 친서는 대화 기조를 계속 유지하겠다는 의미다”며 “한미군사훈련이 끝나면 비핵화 협상이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실무협상이 진행되면 북한의 의도를 명확히 알 수 있을 것이다”고 했다.

신 센터장은 그럼에도 북한의 협상 전략이 본질적으로 바뀐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이번 친서는 단계별 비핵화를 수용해달라는 의미다”며 “(미국이 요구하는 일괄 타결식) 비핵화보다 단계적 협상을 통해 가능한 한 핵을 가지려는 포석이다”고 했다.

 

북한은 지난 10일 함경남도 함흥 일대에서 실시한 2발의 단거리 발사체 발사 장면을 11일 사진으로 공개했다. 정부는 이 발사체를 이스칸데르급 KN-23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유사한 기종으로 추정했다.(사진=조선의 오늘)
북한은 지난 10일 함경남도 함흥 일대에서 실시한 2발의 단거리 발사체 발사 장면을 11일 사진으로 공개했다. 정부는 이 발사체를 이스칸데르급 KN-23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유사한 기종으로 추정했다.(사진=조선의 오늘)

■ “남북관계 단기간 개선 어려울 듯”

문제는 남북관계다. 북한은 미국에 대화 제스처를 보내면서도 남한에 대해선 강도 높게 비난했다. 지난 5일 시작된 한미군사훈련을 ‘북침 전쟁’이라고 표현하며 대응 수위를 높였다.

노동당 기관지 ‘로동신문’은 14일 ‘정세악화를 초래하는 무력증강책동’이라는 기사를 통해 “지금 남조선에서 북침을 노린 무력증강소동이 대대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것은 조선반도의 평화와 북남관계개선은 안중에도 없이 오로지 대결야망실현에 환장해 물인지 불인지 모르고 헤덤비는 남조선 전광들의 분별없는 망동의 연장으로서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북한의 이 같은 논평은 한미군사훈련에 대한 대응을 비롯해 북미관계 교착국면에서 김 위원장의 권위회복 등 여러 의미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난 2017년 9월(6차 핵실험) 이후 추가 핵실험이 없고, 최근 발사체가 단거리 미사일이었다는 점은 북한이 여전히 대화 의지가 있음을 말해준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일관된 대북정책을 주문했다. 향후 남북관계에 대해선 낙관적으로 보지 않았다. 북미 비핵화 협상은 한미군사훈련이 종료되는 이달 말 재개될 것으로 전망했다.

신 센터장은 “북한이 변할 때까지 우리가 안정적으로 상황을 관리해야 한다”며 “일희일비하지 말고, 정책의 일관성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그는 또 “최근 남북 고위급 접촉이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며 “북한의 노선이 크게 바뀔 가능성은 없다. 그렇다고 정부가 대화에 목맬 필요는 없다”고 했다.

이내영 교수도 정부가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점점 좁아졌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현재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쓸 수 있는 카드가 많지 않다”며 “북한이 더 큰 도발로 이어지지 않도록 대화를 촉구하는 정도다”고 했다.

이 교수는 대북 특사 파견에 대해 “특사를 통해 게임을 바꿀 수 있는 레버리지가 없는 상황이다”며 “보내놓고 아무런 의미가 없다면 안 하느니만 못하다. (특사 파견이 실패하면) 정부가 정치적으로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톱데일리는 독자분들의 제보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여러분께서 주신 제보와 취재요청으로 세상을 더욱 가치있게 만들겠습니다.
뉴스제보 이메일 top@topdaily.co.kr / 카카오톡에서 톱데일리 검색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나도 기자코너 운영
억울한 일, 알리고 싶은 일 기사로 표현하세요.
작성하신 기사와 사진(저작권 문제없는 사진)을 top@topdaily.co.kr 로 보내주시면 채택되신 분께 기사게재와 동시에 소정의 상품권(최소5만원이상, 내용에 따라 차등지급)을 드립니다.
문의 02-5868-114 시민기자 담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