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1일 생활권’ 가능할까
 ‘동북아 1일 생활권’ 가능할까
  • 최종환 기자
  • 승인 2019.08.21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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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광복절 축사서 ‘평화경제’ 강조
제재 풀리면 서울-북경 5시간대 갈 수 있어
“정책 일관성 높이고 정치 리스크 줄여야”

톱데일리 최종환 기자 = 한미군사훈련이 지난 20일 종료되면서 교착국면이던 남북관계에 관심이 쏠린다. 정부는 그간 ‘평화경제’를 언급하며 북한에 대화 제스처를 보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5일 광복절 축사에서 “평화경제를 통해 우리 경제의 신성장 동력을 만들겠다”며 “평화경제에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부어 ‘새로운 한반도’의 문을 활짝 열겠다”고 했다. 

경축사 전문의 키워드를 보면, ‘평화’ 27차례, ‘평화경제’ 6차례 언급했다. 정부가 내놓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단순히 군사적 긴장해소를 넘어 남북한 주민들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미 정부는 ‘한반도 신(新)경제지도 구상’을 통해 남북경협의 활성화를 제시한 바 있다. 한반도 성장 동력을 마련해 경제영토를 넓히자는 의미다. 실천적 조치로 환동해·환황(서)해 경제벨트, 접경지역 평화벨트 등을 내놨다. 

그중 남북 철도 연결은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을 위한 선결 조건이다. 북한의 주요 교통체계인 철도는 남북교류 협력을 촉진하는 핵심이다. 경의선은 이미 연결돼 대북제재가 풀리면 바로 운행할 수 있지만, 안전 등을 고려해 1년간 보수작업이 필요하다. 동해선은 우리 측 구간인 제진-강릉(104km)만 공사하면 운행이 가능하다. 

안병민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남북 철도 연결은 지역 간 자원을 자유롭게 유통해 북한을 개혁개방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한다”며 “남북한은 새로운 단계로 평화경제를 실현할 수 있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전 충청남도 천안시 독립기념관에서 열린 ‘제74주년 광복절 정부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축사에서 “우리의 역량을 더 이상 분단에 소모할 수 없다. 평화경제에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 부어 ‘새로운 한반도’의 문을 활짝 열겠다”고 말했다.(사진=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전 충청남도 천안시 독립기념관에서 열린 ‘제74주년 광복절 정부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발표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평화경제에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 부어 ‘새로운 한반도’의 문을 활짝 열겠다”고 말했다.(사진=청와대 제공)

■ 제재 풀리면 ‘동북아 1일 생활권’ 가능

남북 정상은 지난해 4·27판문점 선언을 통해 동해선·경의선 연결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첫 조치로 지난해 11월 북한 철도에 대한 실태 파악에 나섰다. 경의선(개성-신의주) 400km 구간과 동해선(금강산-두만강) 800km 구간 등 총 1200km에 이른 현지 조사다. 

과거 경험은 이를 실현하는 동력이 됐다. 남북은 경의선·동해선 철도 연결 사업을 착공해 2007년 시험 운행을 벌였다. 그 결과 개성공단 100만 평 조성을 비롯해 한 해 금강산 관광객 30만 명이 다녀오는 성과를 거뒀다. 접경지역인 문산-복동 간 화물열차가 경의선을 통해 1년간 운행하기도 했다. 

남북 철도 연결은 한국 경제의 새로운 모델이자 평화경제를 실현하는 핵심 사업이다. 북한의 철도 상황이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는 점도 기대를 한껏 올리고 있다.  

나희승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원장은 “경의선은 북한에서 가장 양호한 구간으로 최소한의 개보수만 하면 개통에 문제가 없다”며 “이 노선은 국제여객 노선으로 평양-북경 간 주 4회 운행한다”고 했다. 

이어 “대북제재가 풀리면, 당장 내일이라도 서울발 국제열차를 타고 평양-북경을 거쳐 모스크바, 유럽으로 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북제재가 촘촘하게 짜인 현 상황에서 동북아 철도 연결은 실감할 수 없지만, 미래에는 한반도의 상상력과 경제영토를 높일 수 있다. 이론상 서울을 거쳐 평양, 북경을 오가는 ‘동북아 1일 생활권’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고속철도가 개통되면 서울-평양(200km) 1시간대, 서울-북경(1400km) 5시간대로 갈 수 있다. 실제 지난 2008년 북경하계올림픽을 맞아 남북한은 공동 응원 열차를 운행하기로 했지만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관계가 경색되면서 그 약속을 다음으로 미뤄야 했다.   

 

지난 13일 국회에서 ‘남북철도로 여는 유라시아 철도시대’ 세미나가 열리고 있는 모습. 이날 나희승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원장은 “대북제재가 풀리면, 당장 내일이라도 서울발 국제열차를 타고 평양-북경을 거쳐 모스크바, 유럽으로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13일 국회에서 ‘남북철도로 여는 유라시아 철도시대’ 세미나가 열리고 있는 모습. 이날 나희승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원장은 “대북제재가 풀리면, 당장 내일이라도 서울발 국제열차를 타고 평양-북경을 거쳐 모스크바, 유럽으로 갈 수 있다”고 말했다. 

■ “대북정책 일관성 필요”

북한도 철도 연결 사업에 긍정적이다. 김일성 시대부터 이어지는 ‘유훈 사업’으로 여기면서 전향적인 태도를 보였다. 지난해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남측의 경강선 KTX가 좋다고 들었다. 북한 철도, 도로 사정은 민망할 정도다”고 했다.

과거 김일성 주석도 남북한 철도 연결로 상당한 경제적 이익을 낼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우리가 중국 흑룡강성에서 수출하는 물자를 두만강 역에서 넘겨받아 동해안에 있는 철길로 날라다주면 한해에 10억 달러 이상 벌 수 있다”고 언급할 정도였다.  

국제기구의 우호적 분위기도 한몫하고 있다. 남북화해 무드에 힘입어 남한은 지난해 6월 국제철도협력기구(OSJD) 정회원으로 가입했다. OSJD는 유럽과 아시아 간 국제철도 운행을 위해 결성된 국제기구다. 남북한 공히 회원국이 되면서 ‘동북아 1일 생활권’을 위한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가 마련됐다.

문제는 철도 연결 사업의 지속성 여부다. 박근혜 정부가 지난 2016년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으로 개성공단을 폐쇄한 것에서 보듯 주변 정세와 남북관계에 따라 합의사항이 깨질 수 있다. 지난 2월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남북 철도 연결 관련 사업이 아무런 진전이 없었다는 점도 뼈아픈 현실이다. 

전문가들은 사업의 지속성을 위해 일관된 대북정책 추진은 물론 투자 기업이 받을 정치·경제적 리스크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유병규 HDC Holdings 부사장은 지난 20일 전경련 컨퍼런스 센터서 열린 ‘신한반도 체제, 평화경제의 비전과 민관 거버넌스’ 세미나에서 남북경협을 통해 얻은 실익이 큰 것으로 보면서도 지속가능한 경협을 위한 세 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유 부사장은 “정권의 부침에 상관없이 일관된 원칙과 전략을 유지해야 한다”며 “정치적, 이념을 떠나 체계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경제적 수익 확보 원칙으로, 남북한 공히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이 추진돼야 한다”고 했다. 

끝으로 유 부사장은 “중국과 러시아뿐만 아니라 미국, 유럽 자본이 북한에 투자할 수 있는 글로벌 경제협력 원칙이 필요하다”고 했다. 

반면, 섣부른 낙관론은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남북 철도 연결은 체제가 다른 두 국가의 협력 사업인 만큼 진행 과정에서 의견 충돌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작은 일부터 내실을 다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두얼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정책추진에 있어서 많은 인내심이 필요하다”며 “북한에서 이뤄지는 경제성장이 단기간에는 과실을 있다고 본다고 하면 안된다. 지나친 낙관적 기대를 최대한 줄일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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