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서재] 80년대 '젊은꼰대'가 읽은 '90년대생이 온다'
[기자의 서재] 80년대 '젊은꼰대'가 읽은 '90년대생이 온다'
  • 신진섭 기자
  • 승인 2019.08.23 19: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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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생이 온다' = 임홍택 지음

톱데일리 신진섭 기자 = “요즘 애들은”까지 말하다 멈칫했다. 80년대생 안에서 더 요즘 것들을 비판하고 싶은 욕구가 맹렬히 솟구치고 있음을 알았다. 그때부터 내 안의 ‘꼰대성(性)’과 아직은 젊다는 ‘낙관론’이 맹렬히 충돌하기 시작했다.

혼자만의 고민은 아니었다. 주변 80년대생들은 후배에 대한 답답함과 ‘요즘 트렌드와 동떨어졌나’ 하는 절망사이에서 길항하고 있었다. 몇 년 차이도 나지 않는데 ‘우리’와는 전혀 다른 사고를 지닌 감당할 수 없는 후배, 사회는 그들을 90년대생이라 불렀다.

언제부터 꼰대가 된 걸까. “선배 혹시 X세대에요?”라며 놀리는 후배에게 일이나 열심히 하라며 지청구를 줬을 때였을까. 아님 2002년 월드컵을 교과서에서 봤다는 후배에게 “2002년은 진짜 어마어마했지”라며 자랑했을 때인가. 월남스키부대의 전공을 자랑하는 참전군인처럼 보이진 않았을까. “야 너네 HOT아냐? 핑클도 몰라?”라며 취향을 강요했던 나는 “역시 노래는 조용필이지”라던 앞세대와 얼마나 큰 차이가 있었나. 그렇게 꼰대는 내 안에서 조용히, 서서히 자라나고 있었다. ‘젊은 꼰대’들이 적지 않은지 ‘90년대생이 온다’는 베스트셀러가 됐다.

‘90년대생이 온다’는 대기업 인사팀 출신인 저자가 신입사원을 관찰한 내용을 이론적으로 정리한 ‘90년대생 개론서’다. 풍요의 시대에서 태어난 90년대생은 안전의 욕구를 건너뛰고 ‘자아실현’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인다. 신뢰와 공정을 중요한 가치로 두는 신세대는 불공정경쟁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9급 공무원’을 택한다. 여기에 직업에서 인생의 목표를 찾지 않는다는 얘기가 곁들여진다. 

90년대생은 회사와 본인을 동일시했던 베이비부머, 즉 부모세대와는 반대로 걷고자 한다. 완전‧평생 고용은 사라져 회사는 직원들을 책임지지 않는다. 쏟아지는 각종 채용비리, 부모세대의 경제적 곤란은 그들의 신념을 강화한다. 그래서 그들은 입사와 동시에 이직을 꿈꾼다. 90년대생에게 회사가 내 뒤통수를 치는 건 ‘상수(常數)’다. 회사가 나를 배신하기 전에 더 나은 직장으로 이직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래서 그들에게 직장에서 막연한 열정과 충성을 바라는 건 ‘무리수’ 일수밖에 없다.

‘끄덕 끄덕’ 읽다 보니 불현듯 마지막 페이지다. 80년대생으론 납득할 수 없는 결말이다. ‘왜’는 있지만 ‘대안’이 없다. 90년대생은 6시 땡치고 집에 가는 것이 자연스럽고, 베이비부머는 8시 30분 출근에 야근이 익숙하다. 상급자와 하급자 사이에서 80년대생은 좌불안석이다. “애들 관리 똑바로 안하니”, “신입은 그래도 니가 그러면 안 되지”, “너까지 그러면 어떻하냐”란 말에 대리, 과장, 차장들은 싸던 짐을 다시 풀 수밖에. 앞세대에서 어설프게 애사심을 배우고 뒷세대의 자유분방함을 부러워하는 세대, 충분히 젊지도 늙지도 않아 사회가 조망하지 않는 세대, 선배는 빠졌다고 하고 후배는 노티난다고 하는 그런 X세대. 선배도 후배도 어느정도는 이해가 돼서 무작정 비판할 수도 없는 애매한 80년대생이란 포지션.

책을 덮고 노트북 모니터를 마주하니 이상의 '오감도'처럼 존재하지도 않는 탈출구를 향해 질주하는 기분이다. 혹시 X가 미지수란 뜻이 아니라 X됐다의 X였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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