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소미아’ 종료… 한미동맹 영향은?
‘지소미아’ 종료… 한미동맹 영향은?
  • 최종환 기자
  • 승인 2019.08.27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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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사 문제가 경제·안보 이슈로 확대
정부, 광복절 축사 등 대화 제스처 보내
“방위비 분담금 커질 수도” “한미동맹 변화 없어”

톱데일리 최종환 기자 = 일본의 강제징용 해법을 둘러싼 갈등이 경제를 넘어 안보 이슈로 확대되고 있다. 일본은 지난해 10월 대법원 판결이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을 위반한 것이고, 한일관계의 법적 토대가 흔들리고 있다며 이를 방치한 한국은 ‘신뢰할 수 없는 국가’라고 비난했다. 한일합방이 합법이기 때문에 전쟁 시 한국인 강제징용도 문제없다는 논리를 앞세웠다.

이후 일본은 정치·경제 전 방위로 한국을 압박했다. 지난 7월 수출규제와 이달 한국에 대한 백색 국가 제외를 통해 경제 보복을 가했다. 정부는 협상을 시도했지만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했다. 신뢰가 없어진 일본이 군사적으로 협력할 수 없는 상대라고 판단해 지난 22일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eneral Security Of Military Information Agreement, GSOMIA) 종료를 알렸다. 

이 협정은 지난 2010년 일본 외상이 체결을 제안해 이듬해 양국 국방장관 회담에서 실무 논의가 이뤄졌다. 2012년 6월 체결될 예정이었지만, 국민 정서를 고려해 정부는 연기를 통보했다. 결국 2016년 박근혜 정부에서 최종 체결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후 청와대에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eneral Security Of Military Information Agreement, GSOMIA) 관련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 회의 내용을 보고받고 있다.(사진=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후 청와대에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eneral Security Of Military Information Agreement, GSOMIA) 관련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 회의 내용을 보고받고 있다.(사진=청와대 제공)

 

■ 정부, 할 만큼 했다

정부는 지소미아 처리 방향과 관련해 여러 시나리오를 구상했다. ①완전중단 ②다른 대안 활용 ③일시중단 ④조건 없는 연장 등을 제시해 부처별 토의를 거쳐 최종 결정을 내렸다. 이 과정에서 일본에 대화 제스처도 보냈다. 지난 7월 두 차례, 8월 광복절 등 세 차례 고위급특사 파견, 광복절 경축사의 유화적인 대일 메시지 전하면서 경색된 한일관계를 풀어보려 애썼다.

지난 15일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광복절 축사를 통해 “일본과 함께 일제강점기 피해자들의 고통을 실질적으로 치유하고자 했고, 역사를 거울삼아 굳건히 손잡자는 입장을 견지했다”며 “지금이라도 일본이 대화와 협력의 길로 나온다면 우리는 기꺼이 손을 잡을 것이다”고 했다.

하지만 정부의 이 같은 노력에도 일본은 냉담하게 반응했다. 문희상 국회의장과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이 문제 해결을 위해 지난 19일부터 20일 동안 일본을 방문했지만, 소득은 없었다. 지난 21일 베이징에서 개최된 한일 외교 장관회담에서도 일본은 기존 입장만 반복할 뿐 진지하게 대화에 임하지 않았다.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은 지난 23일 브리핑을 통해 “진심으로 편견 없이 일본과 강제징용 문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모든 방안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할 용의가 있었고, 이러한 입장을 일본에 전달했다”며 “그러나 일본은 단순한 ‘거부’를 넘어 우리의 ‘국가적 자존심’까지 훼손할 정도의 무시로 일관했고, ‘외교적 결례’를 범했다”고 비판했다

결국 지소미아는 지난 22일 종료 결정이 내려졌다. 협정은 3개월 뒤인 11월 22일까지 정상 작동한다. 정부는 지소미아가 종료됨으로써 안보와 관련된 군사정보 교류는 한미일 정보공유약정(The Trilateral Information Sharing Arrangement, TISA)을 통해 진행된다고 밝혔다. 2014년 12월 체결된 티사는 당시 일본과 군사 협력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고려해 한일 간 직접 공유 대신, 미국을 통해 정보를 주고받는다.

양기호 성공회대학교 일본학과 교수는 “정부는 지소미아 종료를 발표하면서 앞으로 티사를 통해 한미일 안보 협력이 가능하다”며 “완전한 군사정보 공유 중단이 아니라 티사를 통한 간접방식을 선택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했다.

 

27일 국회서 열린 ‘지소미아 폐기 이후 대한민국 외교안보전략’ 세미나 모습.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은 “정부의 이번 결정으로 한미 동맹은 큰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사진=최종환 기자)
27일 국회서 열린 ‘지소미아 폐기 이후 대한민국 외교안보전략’ 세미나 모습.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은 “정부의 이번 결정으로 한미 동맹은 큰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사진=최종환 기자)

■ “한미동맹 큰 변화 없어” “방위비 분담금 커질 수도”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으로 한미동맹에 관심이 쏠린다. 한미일 군사 협력은 동아시아 안보에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아시아 재균형은 오바마 행정부부터 진행된 미국의 동아시아 안보 전략으로, 아시아와 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면서 미국 주도의 질서를 구축하고 방어하는 것이다. 한미동맹과 미일동맹, 한미일 삼각 안보 협력 등을 포함한 동맹체제 강화가 골자다.

트럼프 정부에서는 ‘미국 우선주의’라는 이름으로 아시아 재균형에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왔다. 동아시아에서 미국 주도 질서의 구축이 아닌 미국의 이익을 최우선시하기 시작했다. 동맹에 대해서도 책임과 부담을 강조했다.

한국 정부의 지소미아 결정으로 한미동맹 변화에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우선,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에 한국이 이탈함으로써 외교적 고립을 좌초한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반면, 지난 60여 년간 지속한 동맹 관계가 한순간에 악화할 수 없다는 낙관론도 존재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기본적으로 지소미아는 한미일 안보를 위해 추진했다”며 “(지소미아 종료로) 한미일 안보가 위태로워지면 미군의 증원 전력이 제대로 수급되지 않을 수 있다. 그 비용은 한국이 감당할수 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향후 한미 방위비분담금 뿐만 아니라 미국의 통상 압박도 가해 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은 27일 국회서 열린 ‘지소미아 폐기 이후 대한민국 외교안보전략’ 세미나에서 “정부의 이번 결정으로 한미 동맹은 큰 변함이 없을 것이다”고 전망했다.

김준형 원장은 “일각에서 지소미아 하나를 폐기했다고 한미동맹 해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며 “지난 66년 동맹이 공인인증서 하나에 해체된다면 그 동맹 가치는 다시 생각해야 한다. 정치적 공세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미일 군사 협력으로 되레 분단체제를 가속한다고 꼬집었다. 김 원장은 “일본은 중국을 견제하고 정상국가로 발돋움한 후 미국이 없더라도 중국에 대항할 힘을 기르겠다는 것이다”며 “70년 동안 고통받은 한반도의 분단체제를 일본의 미래와 일부 미국 전략가의 미래를 위해 희생할 수 없다”고 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은 장기적인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의 변화에 주목했다.

조 위원은 “미국은 한국의 안보적 우려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대안이나 해명도 없이 오히려 방위비분담금 대폭 증액, 호르무즈해협 연합체에 한국군 파병, 중거리핵전력(INF) 조약 파기에 따른 중거리탄도미사일 배치 압력 등을 가했다”며 “미국의 일방적인 태도가 계속되면, 미국은 점차 전략적 자산에서 전략적 부담으로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낳을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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