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서재] 조정래가 다시금 꺼낸 우리, 지금, 여기의 이야기
[기자의 서재] 조정래가 다시금 꺼낸 우리, 지금, 여기의 이야기
  • 김성화 기자
  • 승인 2019.08.30 10: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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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데일리 김성화 기자 = 꼰대스러울 수 있다. 직업이 주는 꼰대적 기질일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언어의 온도’를 말하고 ‘말의 품격’을 말하고,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고 말하고, ‘아프니까 청춘이다’고 말하는 게 탐탁치않은 게 꼰대스러울 수 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지구상의 어떤 생물보다도 고도의 사회성을 가진 동물이다. 그런 인간이 사회적 배경을 가볍게 여기며 개인 만을 중심에 놓고 말하는 게 탐탁치않다.

그런 면에서 조정래라는 작가가 말하는 사회의 이야기는 시대를 대표하는 작가로서 시대의 유행에 휩쓸리지 않고서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를 그대로 말하는 ‘이래서 작가이구나’ 생각이 들게 한다.

‘천년의 질문’의 인물들은 소설 밖의 인물들과 쉽게 대칭된다. 소설 속 장 기자는 우리가 아는 그 기자일 것이고(소설 속 ‘시사포인트’가 지금의 그 매체인지는 확신이 들지 않는다), 윤 국회의원은 300명 중 누구를 골라야 할지 모를 정도다. ‘성화’기업은 뉴스를 시끌시끌하게 한 그 기업일 것이고, 참여연대나 민변은 엄연히 지금도 활발히 활동하는 진짜 시민단체다.

당연히 그들의 이야기는 지금, 현실의 이야기다. 비리를 파헤치고, 덮으려 하고, 부정이 행해지고, 때론 위험도 있지만 소신을 지키고 이가 있는 세계가 지금 우리의 세계다. 돈이 기업을 움직이고, 기업이 돈을 움직이고, 그 돈의 흐름이 정치를 움직이고, 또 그 돈이 언론을 움직이는 여실한 모습이 숨긴 것 없이 드러난다.

어쩌면 심심한 얘기다. 요새는 영화나 소설이 현실을 따라가지도 못하는 시대이기도 하니까. 그럼에도 300쪽이 넘는 3권의 소설에 빠져드는 건 역시 작가의 글솜씨 덕분이다. ‘ㅋㅋㅋㅋㅋ’나 대화의 호흡, 간간히 나오는 유머는 어쩔 수 없이 작가의 나이를 실감하게 하지만 작가의 글솜씨는 이를 만회하고도 넘친다.

이 책이 주는 매력은 ‘태백산맥’과 ‘아리랑’, ‘한강’에서 시대를 직면하고 이를 쏟아내려는 작가의 시선이 2019년 ‘천년의 질문’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된다는 점이다. 재미도 없고, 늘 비슷한 얘기가 뉴스화되고, 그 자리에 올라서면 누구나 그럴 수 있을 거 같은 일들이고, 그렇기에 외면했던 이야기들이 지금의 이야기라고 우리에게 말하고 있다.

개인을 위하자고 하지만 그럴듯하게 포장한 글로 공허한 말놀음을 하고, 잡히지 않는 이상을 추구하는 것보다 잡히는 내 앞에 행복을 추구하는 게 지금의 시대상일지도 모른다.

소설은 시대의 거울이다. 그 시대의 책은 그 시대를 반영한다. 나를 위하는 것이 트렌드인 시대에 팔리지 않을 이런 이야기를 풀어내는 작가가 어쩌면 용감하다고 할 수 있다. 어쩌면 유행과 인기에 편승하기 보다는 진정 말하고 싶은 얘기가 가슴에서 뛰고 있었기에 내놓은 이야기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기자인지, 작가가 기자를 해야할지 모르겠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사회의 이야기를 피할 수 없다. 마이클 샌델이 도덕을 말하며 '공동체주의'를 내세운 건 인간이 어쩔 수 없이 유기적인 사회를 구성하고 살아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개인을 말하되 사회를 말하지 않아서는 안된다.

다만 이왕 이야기 하는거, 속 시원한 결말을 내줬으면 어땠을까 싶다. 풀 수 없는 답답함 마저 반영한 극현실주의는 우리가 이 책에 나온 문제들을 외면하고픈 마음이 생기게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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