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통일 예산분석]②통일 예산 키워드 ‘평화경제’…총 정착지원금은 오히려 줄어
[국방통일 예산분석]②통일 예산 키워드 ‘평화경제’…총 정착지원금은 오히려 줄어
  • 최종환 기자
  • 승인 2019.09.04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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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교류 넓히고 인프라 구축·포럼 등 지원
탈북민 정착 지원금 1074억 원서 1031억 원 줄어
“탈북민 보호 기간 늘려야” “전수 조사해 실태파악”

톱데일리 최종환 기자 = 정부가 발표한 내년 통일부 예산은 일반회계 2183억 원, 남북협력기금 1조 2203억 원 등 총 1조 4386억 원이다. 올해 1조 3235억 원과 비슷한 규모다.

정부는 지난달 29일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와 평화경제 구현에 대한 대내외적 공감대 확산에 중점을 두고 내년 예산을 이같이 편성했다고 밝혔다. 예산은 남북관계 상황에 따라 유기적으로 집행될 방침이다.

하지만 북한이탈주민(탈북민)의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 지원이 미흡한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최근 탈북민 사망 사건이 잇따르고 있어서다. 탈북민 모자(母子)가 지난 7월 서울시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굶주려 숨진 지 두 달 만에 발견됐고, 지난달 31에는 고시원에서 홀로 지낸 탈북민 A씨가 생활고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사건을 접한 상당수 탈북민은 정착지원에 대한 사각지대를 찾아 선제 대응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통일부는 콜센터 운영을 강화하고, 탈북민 보호 기간(5년)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강원도 의왕 청계사에서 지난달 15일 진행된 무연고 북한이탈주민 사망자 합동 천도재 모습.(사진=남북하나재단 제공)
강원도 의왕 청계사에서 지난달 15일 진행된 무연고 북한이탈주민 사망자 합동 천도재 모습.(사진=남북하나재단 제공)

■ 내년 예산 키워드 ‘평화경제’ 실현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광복절 축사에서 “평화경제를 통해 우리 경제의 신성장 동력을 만들겠다”며 “평화경제에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부어 ‘새로운 한반도’의 문을 활짝 열겠다”고 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단순히 한반도 긴장 해소를 넘어 국민들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내년 예산안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북한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사업 등에 쓰일 경제 인프라 구축 4890억 원, 산림협력 1275억 원 배정됐다. 한강하구 DMZ 등 접경지역 평화지대화 예산도 250억 원에 편성됐다.

‘평화경제’ 관련 용역 발주와 세미나·포럼 개최 등도 2억 5000만 원 마련됐다. 북한․통일학 연구를 장려하고자 외국 신진 연구자들이 국내에서 1∼2년가량 장기 연수를 돕는 사업도 7억 9000만 원 배정됐다.

정부가 추진하는 ‘한반도 신(新)경제지도’ 구상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한반도 신경제지도는 환동해·환황(서)해 경제벨트, 접경지역 평화벨트 구축으로 남북한의 경제영토를 넓히자는 것이다.

정부는 북한 경제 상황을 고려해 인도적 지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식량지원 예산은 쌀 20만t 지원을 상정하고 국제시세에 해당하는 금액을 편성하는 등 대북 구호 지원을 위한 기금을 올해보다 73.9% 증액된 1417억 원 편성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내년 예산안은 남북관계 개선과 평화경제 실현에 대한 의지가 담겼다”며 “중점 사업들을 내년에 차질 없이 추진해 평화경제 기반을 구축하고 한반도 번영이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올해 탈북민에게 지원되는 1인당 정착지원금은 지난해 보다 100만 원 증액된 800만 원이다.(사진=통일부 제공)
올해 탈북민에게 지원되는 1인당 정착기본금은 지난해 보다 100만 원 증액된 800만 원이다.(사진=통일부 제공)

■ “보호 기간(5년) 늘려야”

정부가 추진하는 평화경제 관련 예산은 증액됐지만 탈북민 정착지원금은 지난해보다 43억 원 줄었다. 최근 몇 년간 남한으로 넘어 온 탈북민 수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지난 5년간 탈북민 정착지원금을 보면, 2015년 1246억, 2016년 1229억, 2017년 1109억 , 2018년 1125억, 2019년 1074억에 이른다. 내년 예산안은 1031억 원이다. 같은 기간 탈북민은 2015년 1275명, 2016년 1418명, 2017년 1127명, 2018년 1137명, 올해 7월 기준 624명으로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전체 정착지원 예산은 감소했지만, 1인당 받는 지원금은 오히려 증가했다. 한 세대 기준 정착지원금은 크게 정착기본금과 주거지원금으로 구분된다. 2019년 기준 각각 800만 원과 1600만 원이다. 지난 2013년부터 5년간 지급된 금액 대비 각각 100만 원, 300만 원 늘었다.

문제는 현 제도가 탈북민의 복지 사각지대를 발굴하고, 생활 수준을 높일 수 있느냐는 것이다. 상당수 탈북민은 초기 정착 시 사회 적응에 몇 년이 걸리고, 지식 자본이 없으면 안정적인 직장을 얻기가 힘들다고 토로한다. 보호 기간(5년)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지난 2008년 남한으로 넘어 온 탈북민 이선영(29·가명) 씨는 “정부가 지원하는 정착금은 초기에 큰 도움이 된다”고 하면서도 ”보호 기간 5년이 지나면 취업·주거 지원 등을 받을 수 없어 경제적으로 힘들 수 있다. 안정적인 직장을 구하지 못하면 생활하는 데 큰 부담이다“고 했다.

실제 탈북민의 소득 증대를 높이고자 2015년부터 시행된 미래행복통장은 보호 기간 5년 내 가입해야 한다. 이 통장은 근로소득이 있는 북한이탈주민이 지정 은행에서 통장을 개설해 약정 금액을 저축하면 정부가 같은 금액을 적립해주는 제도다. 원금의 두 배를 불릴 수 있어 직장인들에게 인기가 많다. 하지만 4년제 대학 진학 등 학업에 전념하면 5년이 지나게 돼 통장을 만들 수 없다. 선영 씨 주변에는 해당 조건 탓에 통장 가입자가 될 수 없는 이들이 더러 있었다고 한다.

탈북민 김수진(42·가명) 씨는 “위급 상황 시 누구에게 도움을 청해야 할 지 난감할 때가 많다”며 “우리 사회 복지 시스템 전반을 점검하는 차원으로 문제를 봐야 한다”고 했다.

통일부는 탈북민 모자 사망 사건에 따른 후속 조치로 지난 2일 ‘탈북민 생활안정 종합대책을 내놨다. ‘탈북민 위기가구’ 발굴·지원 시스템을 마련하고 유관 부처가 복지 사각지대를 줄이는 게 핵심이다.

구체적으로, 보건복지부와 협의해 탈북민 기초생활보장 특혜 대상과 기간을 확대할 예정이다. 탈북민 위기 가구 등을 대상으로 북한이탈주민법상 거주지 보호 기간(5년)을 연장하도록 세부 기준과 절차 등도 마련한다.

다만, 관련 비용은 내년 예산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탈북민 정착지원에 대한 실효성에 물음표가 남는 이유다.

남북하나재단 관계자는 “탈북민 생활 싵태를 파악하기 위해 전수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며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을 찾아 지원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예산이 한정된 만큼 관련 부처와 협업해 효율적으로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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