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후보 딸 ‘과잉 스펙’ 논란… 핵심은 교육 다양성과 공정성
조국 후보 딸 ‘과잉 스펙’ 논란… 핵심은 교육 다양성과 공정성
  • 최종환 기자
  • 승인 2019.09.06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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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사정관부터 고교학점까지 학생 재능 키워
‘스펙 대물림’되기도… 교수 자녀 논문 139건 적발
“학종 비교과 3종 없애야” “정시 확대가 답은 아냐”

톱데일리 최종환 기자 =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딸 스펙 논란이 확산된 가운데, 한국 사회의 ‘뇌관’인 교육 제도 개편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단순히 정시 확대·축소라는 이분법적 논의에서 벗어나 과열된 입시경쟁과 ‘스펙 대물림’이라는 사회구조적 병폐를 개선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가족 논란 차원을 넘어서 대학 입시제도 전반에 대해서 재검토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입시제도가 공평하지 않고 공정하지도 않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이 많다”며 “기회에 접근하지 못하는 젊은 세대에게 깊은 상처가 되고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고교 시절 의학 논문 제1저자 등재 등 조 후보자 딸을 둘러싼 입시 특혜 논란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 사회에서 입시는 대학에 들어가는 수단뿐만 아니라 사회·경제적 신분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평가과정에서 공정성은 기본 전제다. 문제는 학생의 잠재력을 존중하는 ‘다양성’과 평가의 ‘공정성’을 어떻게 조화시키냐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가족 논란 차원을 넘어서 대학 입시제도 전반에 대해서 재검토를 해달라”고 말했다. 사진은 지난 2월 북미정상회담 관련 수석보좌관 회의 모습.(사진=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가족 논란 차원을 넘어서 대학 입시제도 전반에 대해서 재검토를 해달라”고 말했다. 사진은 지난 2월 북미정상회담 관련 수석보좌관 회의 모습.(사진= 청와대 제공)

■ 교육 획일화 타파해 학생 다양성 존중

한국 교육의 근간은 학생들이 서열화된 대학에 점수에 맞춰 들어가는 성적 위주의 시스템이다. 이 과정에서 부모 경제력이 학생 성적에 영향을 미치는 병폐를 낳았고, 사교육에 들어가는 사회적 비용도 만만치 않다. 

교육부가 지난 3월 발표한 ‘2018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사교육비 총액은 약 19조 5000억 원으로 전년 18조 7000억 원과 비교해 8000억 원(4.4%) 증가했다. 2020년 교육부 예산 74조 원 대비 4분의 1 수준이다.   

정부는 획일화된 입시 제도를 개선하고자 그간 여러 대안을 내놨다. 점수에 의존한 학생 역량을 다양한 방식으로 평가하자는 취지다. 역대 정부가 내놓은 입학사정관제와 자유학기제, 고교학점제의 기본 방향은 그런점에서  대동소이하다.

이명박 정부는 점수 위주의 교육 과정을 탈피하고자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했다. 봉사활동·수상경력 등 학생의 여러 자질과 재능을 입시 평가 항목에 넣겠다는 것이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처럼 ‘과잉 스펙’ 논란이 불거졌지만, 이 제도는 학생들의 다양한 잠재력을 평가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

이후 박근혜 정부에서는 중학생을 대상으로 자유학기제가 실시됐다. 3년간 시범 운영 후 2016년 전면 도입된 이 제도는 학생들이 중간·기말고사를 치르지 않고 체육과 예술, 동아리 프로그램 등을 통해 재능을 기를 수 있도록 했다. 교실에서 배울 수 없는 비교과 영역을 몸소 익힐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문재인 정부는 교육 과정을 적성 위주로 개편하고자 고교학점제를 추진했다. 학생들이 진로에 따라 다양한 과목을 이수하고, 누적 학점이 기준에 도달하면 졸업하는 제도다. 학생들은 정해진 시간표에 따라 동일한 과목을 공부하는 현 제도에서 탈피해 대학생처럼 흥미와 적성에 따라 수업을 듣게 된다. 오는 2020년 마이스터고에 도입된 후, 2025년 모든 고등학교에서 시행될 예정이다.

일련의 정책들은 학생들의 잠재력을 키우고, 성적 위주의 교육 제도를 개선했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 개인의 능력을 존중해 사회 역동성을 높인다는 점도 기대된다.

홍성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시험과 점수 위주의 평가는 과거 산업시대에 걸맞은 방식이다”며 “앞으로 우리 사회는 전문화, 불확실성이 높아진 가운데 다양한 재능을 가진 인재가 필요하다”고 했다.

 

교육부와 과학기술정통부는 지난 5월 ‘미성년 공저자 논문 및 부실학회 참가 조사 및 조치 결과’를 발표했다. 교수 미성년 자녀 논문 부정행위 검증 결과 ‘연구부정 있음’이 12건으로 나타났다.(사진=교육부 제공)
교육부와 과학기술정통부는 지난 5월 ‘미성년 공저자 논문 및 부실학회 참가 조사 및 조치 결과’를 발표했다. 교수 미성년 자녀 논문 부정행위 검증 결과 ‘연구부정 있음’이 12건으로 나타났다.(사진=교육부 제공)

■ ‘스펙 부풀리기’ 문제도… 교수 자녀 논문 공저자 139건

문제는 학생들의 숨은 재능을 발굴하자는 취지가 자칫 ‘스펙 부풀리기’로 이어져 또 다른 경쟁과 탈법이 유발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입학사정관제가 애초 취지와 달리 소논문 작성 등 스펙 경쟁이 과열돼 교육부는 2013년 학내 활동을 평가하는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전환했다. 자기소개서에 논문과 어학성적, 외부 수상실적 기재를 금지하는 게 골자다.

조국 후보자의 딸 논란에서 보듯 소논문 작성은 일반 학생이 참여하기 어려운 데다 ‘스펙 대물림’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교육부와 과학기술정통부가 지난 5월 발표한 ‘미성년 공저자 논문 및 부실학회 참가 조사 및 조치 결과’를 보면, 지난 2007년 이후 10년 간 전국 총 50개 대학 소속 교수 87명이 139건의 논문에 자녀를 공저자로 등재한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에 기여한 바가 없는 자녀를 논문 공저자로 이름을 올린 사례도 밝혀졌다. 친인척·지인의 자녀도 22건 포함됐다.

대학별로 서울대가 14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성균관대 10건, 연세대 8건, 경북대 7건, 인하대 5건, 건국대·경일대·부경대·포항공대 각 4건 순이었다.

미성년자의 논문 작성은 문제가 아니지만 연구에 기여하지 않은 사람을 공저자로 표시한 것은 명백한 불법이다. 대학 교수가 자녀 대입 스펙을 위해 자신의 논문에 중고생 자녀 이름을 올린 것은 교육의 ‘다양성’을 넘어 입시 ‘공정성’을 훼손하는 일이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은 부모의 경제·사회적 배경에 영향을 받아 교육 양극화를 초래하는 독소조항 네 가지로 소논문과 수상경력, 자율동아리, 자기소개서를 제시했다. 하지만 교육 당국이 폐지하기로 한 조항은 소논문밖에 없다. 나머지 항목은 어떤 형태로든 입시에 반영돼 대입 전형의 공정성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사걱세는 학생들의 다양한 잠재력을 키우고자 교육청과 지자체별로 진행한 교내외 수상 대회도 공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전국 9개 지역, 91개교의 교내 대회 운영상황을 조사한 결과(2016), 서울 강남구 일반고의 교내 대회 개최 수는 21.8개인 반면, 전북 임실군의 일반고는 2.5개에 불과했다. 지역별 학생들의 수상 경력 편차가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대학 입시 과정에서 수상경력 반영은 그 자체로 불공정하다는 게 사걱세의 입장이다.

구본창 정책대안연구소 정책국장은 “대학 입시전형에서 수상경력과 자율동아리, 자기소개서 등 학종 비교과 3요소를 폐지해야 한다”며 “투명한 입시관리를 위해 공공사정관제와 교육부 산아 대학 입시 공정관리 위원회를 설치해 투명하고 공정한 입시 관리 창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은 지난 4일 문재인 대통령의 대입 재검토 지시에 따른 대입 공정성 제고 방안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걱세는 투명한 입시 관리를 위해 ‘공공사정관제’와 교육부 산하에 ‘대학입시 공정 관리 위원회’를 설치해 투명하고 공정한 입시 관리 감독 및 이의신청 창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사진=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제공)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은 지난 4일 문재인 대통령의 대입 재검토 지시에 따른 대입 공정성 제고 방안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걱세는 투명한 입시 관리를 위해 ‘공공사정관제’와 교육부 산하에 ‘대학입시 공정 관리 위원회’를 설치해 투명하고 공정한 입시 관리 감독 및 이의신청 창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사진=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제공)

■ “정시 확대가 답은 아냐”

입시 과정에서 불공정 인식은 최근 확대되고 있는 대입 수시전형에서도 어렵지 않게 확인됐다. 수시전형은 수학능력시험처럼 양적 평가가 어려워 절차적 불공정성 시비가 불거질 수 있다.

수시전형으로 대학에 입학한 이현주(30․서울시 영등포구) 씨는 “학교 내신 성적과 수상경력 등을 토대로 대학에 입학했다”며 “이 과정에서 본인 점수와 평과 요소 등을 소상히 알 수 없었다”고 했다.

최정묵 고려대학교 행정학과 교수가 지난 2016년 쓴 ‘대학입시제도의 공정성에 대한 대학생들의 인식 연구’에서 심층 인터뷰를 가진 한 학생은 입학사정관제의 불공정성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주변에 보면 수시합격해서 들어온 친구들도 많이 있습니다. 얘기를 들어보면 본인들이 내가 어떻게 이 학교에 들어왔는지 모르겠다고 하는 친구들이 많거든요. 교수들이 채점에 대한 특별한 기준이 없었어요”

양적 평가가 가능한 수학능력시험 체제에 익숙한 학생들은 다른 제도 도입에 대해 ‘불공정하다’고 인식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대학이 자의적인 방법으로 학생을 선발할 수 있다는 문제의식 탓이다. 이런 이유로 학생들은 수치화되지 않은 평가 방법을 불신한다는 게 최 교수의 설명이다.

최정묵 교수는 논문을 통해 “학생들은 대학입시에서의 불공정성이 제도의 변화로 일회적인 문제가 아니라 불평등이 심화되는 사회구조적인 영향이 입시제도에 투영된 것으로 생각했다”며 “대학 입시정책을 보완하기 위해선 여러 사회·경제적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수시 축소·정시 확대’만으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학생들의 다양한 잠재력을 살리면서 평가과정의 공정성 담보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수상대회 개최 등 지역별 제도 차이에 기인하는 평가요소도 배제돼야 한다.

구본창 국장은 “수능 위주의 정시가 주류를 이뤄지면 이른바 ‘강남수능불패론’과 고소득층 자녀의 명문대 독식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며 “채용시장에서의 학벌 차별과 대학 서열화에 대한 근본적인 입시 정책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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