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손' 국민연금, 제2의 삼성물산 합병 막을 수 있나?
'큰 손' 국민연금, 제2의 삼성물산 합병 막을 수 있나?
  • 김성화 기자
  • 승인 2019.09.11 13: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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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공정경제 성과 조기 창출방안’, "기관투자자 의결권 행사 지원"한다지만
국민연금이 내부정보 이용해 단기매매? "과도한 걱정"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밝혔지만 행보는 오락가락
국민연금 국내주식 포트폴리오 구성. 사진=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홈페이지
국민연금 국내주식 포트폴리오 구성. 사진=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홈페이지

톱데일리 김성화 기자 = 우리나라 경제계에 공정경제를 도입하기 위해선 국민연금의 역할이 지대하다. 그런 차원에서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가 요구되지만 정부가 내놓은 건 뜨뜻미지근하기만 하다.

지난 5일 정부는 ‘공정경제 성과 조기 창출방안’을 내놓으면서 국민연금이 지난해 7월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한 후 후속조치를 꺼냈다.

크게는 3가지다. 우선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운영에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기금위원회 위원 자격요건을 신설하고 소위원회 체계를 구축하며 위원회를 상시운영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또 국민연금 주주건 행사 예측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지난 7월 국민연금 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 후속 가이드라인 초안에 이은 후속 작업을 진행해 9월 중 제정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국민연금 주주활동 관련 보완장치 마련을 위해 국민연금이 내·외부 정보교류 차단장치와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할 경우 반환의무 특례를 보완하는 방안을 세운다.

국민연금은 2018년 말 기준 삼성전자 10.0%, SK하이닉스 9.1%, LG화학 9.8%, 포스코 10.7%, SK텔레콤 9.8% 등 우리나라 779개 기업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281개 기업은 5%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자료=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홈페이지. 그래픽=김성화 기자
자료=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홈페이지. 그래픽=김성화 기자

그 영향력이 잘 드러난 사건은 삼성물산 합병으로 2015년 당시 11.61%의 舊삼성물산 지분을 보유하고 있던 국민연금이 손을 들어줬기 때문에 합병이 가능했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이로 인한 국민연금 손실액은 3343억 원에서 6033억 원에 이른다.

국민연금이 손실을 봐가면서까지 삼성물산 손을 들어준 행보는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에 있어 중립성과 공정성, 투명성을 강조하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이번에 나온 조치가 이를 보완하기에는 충분치 않다. 우선 정부가 언급한데로 자격요건 신설이나 소위원회 체계 구축, 위원회 상시운영 등은 의결권 행사를 보완하기 위해서가 아닌 장기 수익성을 위해서다. 공정경제 성과와는 별개로 봐야한다.

‘국민연금 주주활동 관련 보완장치 마련’이 기존에 제기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대책으로 보이지만, 주주권 행사 예측 가능성 제고를 위한 가이드라인 제정은 기대하는 바와는 달리 흘러가고 있다.

우선 지난 7월 제6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서 내놓은 가이드라인 초안을 보면 국민연금의 단기매매차익에 대한 전제를 깔아놓고 있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근거한 것으로 임직원과 지분율 10%이상 주요 주주 등 내부자가 6개월내 단기매매를 통해 얻은 차익을 회사에 반환하는 의무를 부담해 내부정보 취득 가능성이 높은 주주의 불공정행위를 예방한다는 취지다.

국민연금은 초안의 ‘주주제안 의결 관련 추진 절차’에 따라 ▲주주제안 논의 전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방지를 위한 주식매매 정지 ▲주주제안 논의 중 단기매매차익(지분율 10%이상 기업)과 기업과의 대화 실효성 확보(지분율 5~10%미만 기업) 등을 고려해 주식매매 정지 혹은 운용역 자율 판단에 따른 매매 ▲주주제안 의결 후 주식 보유목적을 경영참여로 변경하는 공시의 형태로 주주권을 행사하게 된다.

대주주의 내부정보를 이용한 거래는 분명 문제다. 하지만 이런 잣대가 국민연금까지 적용될 수 있는지는 미지수다.

이에 대해 이지우 참여연대 간사는 “국민연금이 경영진과의 대화를 통해 얼마나 내부정보에 접근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고 비공개 정보를 자유자재로 볼 수 있는 것도 아닌데 그런 상황에서 단기매매를 우려하는건 과도한 걱정이다”며 “이와 같은 주장은 대한항공에 대한 주주참여를 제한하는 근거로도 제시된바 있지만 그렇다면 공단 및 위탁운용사의 주식 단기매매 현황 실태 점검에 먼저 나서야 할 것이다”는 입장을 보였다.

국민연금 역할론이 제기된건 삼성물산 합병에서 드러났듯 외부 영향에서 자유롭지 않았기 때문이었지만 이번 조치에서는 이에 대한 방안은 포함되지 않았다. 또 최정우 포스코 회장 선임 시 국민연금은 "시장 혼란을 줄이기 위해서"라며 포스코로부터 후보 추천 요청을 전달 받았는지 여부도 밝히지 않았고 반대로 대한항공 오너리스크는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하겠다고 내세웠지만 구체적 행동이 이어지지 않는 등 오히려 오락가락한 행보가 예측 가능성만 낮추고 있다.

이 간사는 “한진칼과 같은 경우 국민연금이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이사들에 대해 얼마나 적극적으로 반대의사를 표했는지 의문이며, 삼성물산 합병 논란 이후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고 국민연금에 내부논의 기구가 생겼다고 해도 기대만큼 잘 운영되고 있는거 같진 않다”며 “가이드라인 초안에 포함된 위탁운용사 의결권행사 위임 또한 운용사가 국민자산으로 운영되는 국민연금과 얼마나 같은 방향에서 이를 행사할지도 보장되지 않고 있어 이 방안은 반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간사는 “기관투자자의 적극적 주주권 행사를 지원하기 위해 주식 등을 5% 이상 대량보유시 보유상황과 변동내용 등을 5일내 공시하되 그 보유목적이 ‘경영권에 영향을 주기 위한 것’이 아닌 경우 보고시한과 보고내용을 완화한 조치는 괜찮아 보이지만 한편으론 당연한 조치였다”며 “전반적으로는 미흡한 조치들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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