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개고 돌리고 건내주고…진화하는 조세회피 대응책은?
쪼개고 돌리고 건내주고…진화하는 조세회피 대응책은?
  • 김성화 기자
  • 승인 2019.09.20 11: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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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국정감사 이슈] 페이퍼컴퍼니 자금세탁도 이제는 구식
대놓고 위장법인 세우고 용역·인건비 지급, 특허권 공짜로 빌려주기도
OECD BEPS 동참했지만 사전적 대책 부족…'강제적 보고'제도 도입 필요성 제기
페이퍼컴퍼니를 통한 자금세탁도 이제는 옛날 방식이다. 좀 더 사업적인 성격을 띄면서도 직접적인 수익을 챙겨갈 수 있는 방식으로 조세회피 방법은 진화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페이퍼컴퍼니를 통한 자금세탁도 이제는 옛날 방식이다. 좀 더 사업적인 성격을 띄면서도 직접적인 수익을 챙겨갈 수 있는 방식으로 조세회피 방법은 진화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톱데일리 김성화 기자 = 페이퍼 컴퍼니로 대표되던 자금세탁은 조세회피 방법 중 구식에 불과하다. 새로운 방식으로 세금을 피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지만 국가의 대응은 느리기만 하다.

지난 2016년 뉴스타파는 파나마의 최대 로펌 ‘모색 폰세카(Mossack Fonseca)’에서 유출된 내부 자료를 바탕으로 조세도피처에 이름을 올린 한국인 명단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영어로 말한 페이퍼 컴퍼니는 말 그대로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기업을 뜻한다. 국내 법인에서 해외법인으로 돈이 돌고 도는 과정에서 일종의 관문처럼 자리잡은채 자금세탁 역할을 맡는다.

이후 2년 여가 지난 올해 5월, 국세청은 “현 정부 출범 이후 국부를 유출하고 국내 세원을 잠식한 역외탈세자에 대해 조사역량을 집중한 결과 459건을 조사해 총 2조6568억 원을 추징, 12명 고발 조치하는 등 최대실적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또 국세청은 지난 2년의 조사를 통해 역외탈세 수법이 단순히 페이퍼 컴퍼니를 통한 자금세탁에 그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제는 조세회피를 조력하기 위한 전문가 집단이 등장했으며 이들을 통해 조세회피처 회사의 다단계 구조설계, 공격적인 사업구조 개편, 해외현지법인과 이전가격 조작 등 한층 진화된 방식의 역외탈세 수법이 지속 출현하고 있다.

또 해외로 유출한 자금을 단순히 은닉하는데 그치지 않고 자금세탁 과정을 거쳐 국내로 재반입하거나 국외 재투자, 변칙 상속․증여하는 등 적극적 탈세시도가 증가하는 추세다.

국내에서 개발한 특허기술을 해외 자회사에 거의 공짜로 빌려줘 해외 자회사가 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한 방법은 애교에 가깝다. 외국법인의 국내자회사가 판매업자로서 수 년 동안 모법인의 제품을 수입해 국내에서 판매하다 갑자기 판매대리인으로 사업구조를 개편한 것처럼 위조해 국내에 최소한의 이익만 남기고 대부분의 소득을 국외로 이전하기도 했다.

또 내국법인이 중국 사업에서 벌어들인 소득을 조세회피처 SPC에 귀속시킨 후 사업구조 개편을 명분으로 다른 조세회피처 소재 계열사에 지분을 헐값에 이전하는 방법도 생겼다.

배우자나 자녀를 직원으로 등록하고 대놓고 회사 수익을 편취한 사례도 있다. 내국법인이 해외 연락사무소에 운영비용을 송금한 후 실제로 근무하지 않은 사주의 배우자를 직원으로 등록해 인건비를 지급하고 해외 연락사무소 명의의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사용하거나, 해외에 유학 중이던 사주 자녀가 해외현지법인과 시장조사 용역계약을 체결하고 허위 용역의 대가를 수령하는 방법으로 유학비용을 편법 지원한 사례도 있다. 이정도면 국내에 공시만 되지 않았을 뿐 꽤나 당당하게 돈을 빼돌린 케이스다.

이와 함께 외국 모법인이 국내에 자회사와 지점을 설립하고 전문인력을 파견해 자회사에 용역을 제공한 후 용역대가를 과다하게 지급하거나 디지털 재화(Digital contents)의 특성을 이용해 실제로는 국내 자회사가 거래조건 협상 등 중요한 영업활동을 수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약은 고객이 인터넷을 통해 외국기업과 직접 체결하도록 해 국내 자회사는 단순 마케팅 지원 역할만을 수행하는 것으로 위장한 경우도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7년 OECD BEPS에 동참했다. BEPS는 세원잠식 및 소득이전(Base Erosion and Profit Shifting)를 의미하며 다국적 기업들이 세율이 높은 나라에서 낸 수익을 상대적으로 세율이 낮은 나라로 옮겨 양자 조세협정의 차이나 허점을 악용해 조세를 회피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이는 다국적기업들이 세율이 낮은 곳에 법인을 설립해 조세 부담을 낮추려는 시도에 대한 부분이지 앞서 언급한 사례들처럼 적극적인 조세회피나 탈세에 대한 방지책이라 보긴 힘들다.

이에 따라 현재 우선적으로 도입 필요성이 제기되는 방안이 '강제적 보고 제도'다. 이는 기업 조세회피전략을 수립 또는 권고한 로펌・회계법인 등에 공격적인 거래, 전략, 구조 등을 과세당국에 보고하도록 만드는 조치다. 조세회피에 대한 사후적 대처를 넘어 회피전략에 대한 시의적절하고 유용한 정보를 통해 조세회피를 사전에 파악하고 대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우선 방법을 파악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순서로 보인다.

국회 관계자는 “강제적 보고 제도는 우리나라에 생소한 제도로 도입 방안을 모색하는 데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과 신종탈세 유형을 적시에 발굴하고, 공격적 조세전략을 억제해 과세권을 확보할 수 있기에 적극적으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으로 나뉜다”며 “기획재정부는 강제적 보고제도를 선제적으로 도입하기보다는 납세협력 비용, 기업에 미치는 영향, 해외사례 등을 고려해 도입여부와 시기를 검토한다는 입장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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