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서재] 지구에서 하나뿐인 비현실적 선택
[기자의 서재] 지구에서 하나뿐인 비현실적 선택
  • 이서영 기자
  • 승인 2019.09.20 09: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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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데일리 이서영 기자 =  “네가 남자건 외계인이건 이제 상관 안 해”

책을 닫고 나니, 학창시절 여름을 달달하게 물들여줬던 한 드라마의 명대사가 문득 떠올랐다. 무엇이 닥쳐와도 너만 보겠다던 그 박력에 흠뻑 빠졌던 이들이 한 둘은 아닐거다.

작가의 말대로 달디단 이 책은 곳곳엔 무서운 인생의 진리가 설파돼 있다. ‘한 우물만 파라.’ 2만 광년 떨어진 곳에서 망원경으로만 지켜봤던 한아를 사랑하기 위해 외계인 경민은 평생의 빚을 지고 지구에 왔다. 교복을 입고 좋아하기 시작한 가수 팬클럽회장까지 했던 주영은 지구의 삶을 포기하고 우주로 갔다. 나의 가수 아폴로가 우주에서 투어 중이기 때문이다. 둘 다 하나만 주구장창 바라보더니 만족스러운 엔딩을 냈다.  

이들의 직진 덕에 ‘지구에서 한아뿐’은 고구마를 물 없이 먹은 것 같은 답답함이 없다. 지금의 삶을 버리고 우주에서의 삶을 택할 때도 망설임이 5%도 되지 않았다. 이것도 저것도 아니었던 애매한 한 사람만이 안타까운 결말을 맺었다.

선택은 51%와 49% 사이에서 51%로 하면 된다고 했거늘, 이들의 선택은 0과 100사이에서 100을 선택한 듯 행복감을 전해온다. 포기가 빨라서였을까. 선택이 옳았기 때문일까. 그들은 선택은 왜 그렇게 쉬웠을까. 이들에게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란 말은 시체다. 한 사람만 사랑하고 알면 그곳이 천국이다.

여기저기 기웃거리지 않고 한 우물만 파는 건 결코 쉽지 않다. 점심메뉴는 뭐 먹을까라는 작은 선택지부터 삶의 균열을 일으킬 큰 선택지 사이에서 매번 고민하기 일쑤다. 하나를 보든 한아만 보든, 후회 따위는 개나 줘버리라는 자신만만함과 앞만 보는 패기가 더해져야 가능한 일이다.      

어떤 선택을 해도 매번 후회의 연속인 삶에서 이 책은 외계인이 등장해서, 장르가 SF 러브라서 비현실적인 것이 아니다. 오늘 점심 메뉴를 고민하는 자 앞에서 자신의 선택에 망설임이 없는 자, 그것이 비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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