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날 위의 진보]②‘싸가지’에서 혐오까지… 文 정부가 비판 받는 이유
[칼날 위의 진보]②‘싸가지’에서 혐오까지… 文 정부가 비판 받는 이유
  • 최종환 기자
  • 승인 2019.09.23 18: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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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도덕성 강조한 조국… 자신 향한 검증도 날카로워
강준만 교수 “예의 없이 바른말 하는 ‘싸가지’가 문제”
文 정부, 도덕 흠결 클수록 보수 정부보다 민심 이반 커져

톱데일리 최종환 기자 =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사태는 가족 비리 의혹만으로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대통령의 인사권부터 정부 도덕성까지 비판의 칼날이 앞을 드리우고 있다.

학자 출신으로, 엘리트 집단의 높은 도덕성을 강조한 조 장관은 문재인 대통령과 오랜 인연을 쌓았다. 정권 창출의 핵심 인물인 데다 행정부 요직인 민정수석과 법무부 장관에 올랐기에 그를 향한 언론과 정치권의 검증은 격해질 수밖에 없었다.

‘조국 사태’가 법적인 문제를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 초부터 ‘적폐 청산’에 몰두한 만큼 보수 야당은 이번 사태를 ‘내로남불’로 규정하며 대여 공세를 높이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지난 11일 박인숙 의원을 시작으로 ‘삭발 투쟁’을 벌였다. 이 대열에 합류한 현역 의원은 지난 19일 기준 9명에 이른다.

결국 사단은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다. 지난 19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tbs의 의뢰로 실시한 9월 3주 차 주중 집계(16~18일)를 보면,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지난주 대비 3.4%p 하락한 43.8%로 나타났다. 취임 후 최저치다. ‘국정 수행을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 평가는 3.0%포인트 오른 53.0%(매우 잘못함 41.1%, 잘못하는 편 11.9%)로 집계됐다.

리얼미터는 이 같은 결과에 대해 “하락세는 조국 법무부 장관의 가족과 관련한 구체적인 검찰 수사내용이 언론보도를 통해 지속적으로 확산한데 따른 것으로 풀이 된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조국 법무부 장관을 비롯해 6명의 장관(급) 후보자에 대해 임명을 단행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담화문을 통해 “인사청문회까지 마친 절차적 요건을 모두 갖춘 상태에서, 본인이 책임져야 할 명백한 위법행위가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의혹만으로 임명하지 않는다면 나쁜 선례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사진=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조국 법무부 장관을 비롯해 6명의 장관(급) 후보자에 대해 임명을 단행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담화문을 통해 “인사청문회까지 마친 절차적 요건을 모두 갖춘 상태에서, 본인이 책임져야 할 명백한 위법행위가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의혹만으로 임명하지 않는다면 나쁜 선례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사진=청와대 제공)

■ 심상정 대표 “국민들 박탈감·혐오감 표출”

사람들은 왜 문재인 정부에 지지를 철회하고 있을까. 조 장관의 위법 여부를 떠나 진보 진영의 ‘도덕적 우월감’에 대한 실망으로 해석해 볼 여지가 크다.

“우리가 민주화에 대한 헌신과 진보적 가치들에 대한 자부심으로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 선을 그어 편을 가르거나 우월감을 갖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이른바 ‘싸가지 없는 진보’를 자초한 것이 아닌지 겸허한 반성이 필요한 때입니다”

지난 2012년 대선에서 패배한 당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회고록 ‘1219 끝이 시작이다(2013)’에서 쓴 글이다. ‘독재와 싸워 민주화를 이뤘다’는 자신감에 찬 진보 진영이 현실 정치에 아무런 대안을 내놓지 못한 부분을 꼬집은 것이다.

당시 민주당은 광우병 사태와 4대강 개발, 국가 기관의 민간인 사찰 등 이명박 정부의 실정이 드러났음에도 아무런 정치적 이득을 보지 못했다. 오히려 ‘비판을 위한 비판’에 몰두하는 정치 세력으로 기억될 뿐이었다.

강준만 전북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에 따르면, ‘진보의 싸가지’는 도덕적 우월감과 무례함, 언행 불일치 등을 말한다. 상대에게 모멸감을 주되 담론에만 집중한 나머지 예의를 벗어난 표현, 위에서 내려다보듯 가르치려는 태도, 진보를 좋아하지 않고 보수에 표를 찍냐고 호통치는 자세 등이다.

강준만 교수는 ‘싸가지 없는 진보(2014)’에서 “야당(민주당)의 가장 큰 문제는 자기들이 잘 할 생각은 않고 늘 보수에 대한 비판과 심판으로 자기정당성을 확보하려는 데에 있다. 그러나 그런 방식으론 절대 안 된다‘”고 썼다.

민주당이 지난 대선(2007․2012)과 총선(2008․2012)에서 패배한 요인 역시 강한 ‘도덕적 우월감’에 기인했다는 게 강 교수의 진단이다. 흥미로운 점은 민주당 지지자와 언론 역시 같은 방식으로 반대 진영을 대한다는 사실이다. 상대가 분노하게끔 조롱하면서 이를 정당한 비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강 교수는 이러한 현실이 ‘싸가지’의 핵심이며, 진보 진영이 도덕의 문제라고 인식하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싸가지’론은 최근 ‘혐오’로 확대되는 추세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 지난달 22일 국회서 열린 상무위원회에서 “2030대는 상실감과 분노, 4050대는 상대적 박탈감, 6070대는 진보진영에 대한 혐오감을 표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조 후보자는 ‘위법이냐 아니냐’의 법적 잣대를 기준으로 의혹 사안에 대응해 왔다. 그러나 조 후보자 딸에 대한 국민의 분노와 허탈함은 법적 잣대 이전의 문제다”고 꼬집었다.

조 장관이 오랫동안 우리 사회의 높은 도덕성을 요구한 인물이었기에 그가 짊어진 도덕적 무게와 책임도 크다는 게 심 대표의 주장이다. ‘조국 사태’는 법적인 문제를 넘어 도덕적 우월감을 과시한 진보 진영의 무사안일주의에 대한 경고인 셈이다.

■ 진보 성향일수록 ‘돌봄’ ‘공정’ 중시

정치 철학적으로 볼 때 진보주의자는 변화와 새로움을, 보수주의자는 권위에 대한 존중과 체제유지를 선호한다. 학계에서는 진보와 보수에 대한 정치적 시각이 도덕에 대한 이해에서도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고 설명한다. 

조나단 하이트(Jonathan Haidt)는 ‘도덕 기반 이론’을 통해 정치 성향에 따른 도덕성 판단 영역의 차이를 밝혔다. 그의 연구(Above and below left–right: Ideological narratives and moral foundations, 2009)에 따르면, 사회적 현안에 대해 옳고 그름을 판단할 때, 진보주의 성향 사람들은 주로 돌봄과 공정 영역만이 도덕적 판단과 관련 있다고 여겼지만, 보수주의자는 돌봄과 공정, 충성, 권위, 신성 다섯 가지 모두 도덕 판단과 관련 있다고 응답했다.

예를 들어, 정부가 복지 정책을 펼친다고 가정해보자. 진보주의자는 취약계층 보호와 불평등을 비중 있게 판단하지만, 보수주의자는 보호를 받는 사람이 지켜야 할 사회적 규범과 의무도 함께 고려한다는 것이다.

개인의 자유를 핵심 요소로 여기는 진보주의자들은 개인이 자유롭게 발전을 추구해야 한다고 보는 반면, 보수주의자는 인간 본성을 이기적이고, 불완전한 존재로 여겨 권위와 제도, 전통의 통제가 필요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이 같은 결과는 진보주의자가 공정성에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반대로 도덕성에 흠결이 드러날 경우 보수주의자보다 훨씬 가혹한 비판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기회는 평등하게, 과정은 공정하게, 결과는 정의롭게’라는 구호를 강조한 문재인 정부가 공정하지 않다면, 민심 이반이 보수 정부보다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서울대 학생회관 앞 아크로 광장에서 모인 집회 참가자들이 지난달 28일 피켓을 들고 “법무장관 자격 없다 지금 당장 사퇴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최종환 기자)
서울대 학생회관 앞 아크로 광장에서 모인 집회 참가자들이 지난달 28일 피켓을 들고 “법무장관 자격 없다 지금 당장 사퇴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최종환 기자)

■ “민주당, 자기성찰 필요할 때”

강준만 교수는 ‘왜 `싸가지 없는 진보`는 진보에 해가 되는가’라는 글을 통해 사람들이 느끼는 도덕적 감정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사람들은 이념에 분노하지 않는다. 도덕에 분노한다. 거대한 것에 분노하지 않는다. 사소한 것에 분노한다. 자신을 중심으로 자신과 비교해서 분노한다. 이념이나 정책은 피부에 와닿지 않기 때문에 분노의 소재로는 한계가 있다. 한국의 현 여야 관계도 도덕의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다”

똑같은 과오를 저질러도 진보주의 인사가 더 많은 비판을 받는다는 게 강 교수의 진단이다. 조국 사태에 직면한 현 정부가 가볍게 볼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강준만 교수는 그 답으로 ‘자기 성찰’을 제시했다. 강 교수는 “진보주의자는 보수주의자들을 경멸하고 혐오하기보다 그들을 이해하고, 더 나아가 존중까지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이 30여 년 동안 신줏단지처럼 모신 ‘민주 대 반민주’라는 프레임이 민주화 시대에 독약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민주당을 지지하면 민주요 반대편을 지지하면 반민주라는 도식은 시대착오적이라는 점이다.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라고 다르지 않다. 현 정부가 과거 보수 정부보다 도덕적으로 우월하다고 생각하거나 ‘적폐 청산’ 구호를 높일 때 사람들이 갖는 현 정부의 도덕적 잣대는 더욱 엄격해질 수밖에 없다. 정부·여당이 세간에 ‘조국조(조국의 적은 조국)’라는 신조어가 생긴 이유를 명심해야 할 때다.

* 인용된 설문조사는 리얼미터가 tbs의뢰로 지난 16일에서 18일까지 전국19세이상 유권자 2천7백명을 대상으로 사흘간 유무선 전화 응답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2.2%p(95% 신뢰수준)에 응답율은 6.1%다. 자세한 사항은 리얼미터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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