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반, 기대반 달빛조각사
우려반, 기대반 달빛조각사
  • 신진섭 기자
  • 승인 2019.09.23 19: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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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데일리 신진섭 기자 = 카카오게임즈가 모바일 MMORPG ’달빛조각사‘를 연내 출시한다. 막강한 IP(지적재산권)의 힘을 바탕으로 사전예약자 200만명을 넘겼지만 이들이 실제로 게임에 만족할지는 미지수다. 달빛조각사 IP는 양날의 검이다.

카카오게임즈는 오는 25일 서울 모처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달빛조각사 게임성 소개 및 향후 운영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엑스엘게임즈에 따르면 이 게임은 오픈버전에서 소설 2권 분량에 해당하는 내용을 구현할 예정이다.

■소설에선 주인공인 내가 게임에선 허접?

달빛조각사는 지난 2007년 남희성 작가가 연재를 시작한, 게임 판타지 소설의 이정표 같은 작품이다. 주인공 ’이현‘이 가상현실 게임인 로열로드에서 비주류 직업인 ’달빛조각사‘를 택해 최강자가 되는 내용을 담았다.

달빛조각사의 성공 이후 비슷한 카피캣들이 장르문학의 줄기를 이루며 게임 판타지라는 장르가 정립됐다. 이들 소설들은 현실에서 보잘 것 없는 주인공이 가상현실 게임을 통해 성장하는 내용을 담는다. 이 과정에서 남들과는 다른 직업을 얻거나 숨겨진 이벤트를 통해 캐릭터를 성장시키고, 작중 히로인들에게 인기를 얻는다는 대중서사가 완성됐다. 

달빛조각사류가 인기를 끌었던 건 독자의 욕망을 대리실현 해준다는 것이 컸다. 판타지 게임 소설 대다수는 MMOPR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에서 최강자가 되는 내용을 담는다. 현실에서 MMORPG는 극소수에게만 강자의 자리를 허락한다. 하지만 게임 판타지 소설은 자신과 동일시되는 주인공의 액션활극을 지켜보며 현실에선 경험할 수 없는 최강자로서의 대리만족감을 제공한다. 게임판타지는 최강이 된다는 욕망을 ’반드시‘ 실현해준다는 의미에서 게임 보다 더 게임 같은 재미를 제공한다.  

게임 판타지의 서사는 기존의 판타지 소설, 더 멀리는 무협소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막강한 무공은 ’스킬‘로 대체됐고 히든 이벤트는 무협지의 ’기연(奇緣)‘과 동일한 기능으로 소설 내에서 작동한다. 독자들의 문화적 토양만 달랐을 뿐이다. 앞 세대들이 ’녹정기‘, ’사조영웅전‘, ’영웅문‘ 등 무협지에 열광한 것과 현재의 2030들이 게임판타지에 빠져든 맥락은 동일하다. 

문제는 게임판타지가 게임으로 만들어지는 순간 그 핵심재미요소가 사라진다는 데 있다. 모두가 ’달빛조각사‘를 택할 수 있다면 ’남들과는 다르다‘라는 서사는 붕괴되고, 소수에게만 ’기연‘을 부여한다면 게임은 오버밸런싱 문제를 마주하게 된다. 유저들은 ’달빛조각사 이현‘이 되고 싶어하지만 이를 실제 게임으로 구현하자면 누군가는 이름 없는 ’검사1‘의 역할을 맡아야 한다. 현실의 MMORPG는 허접이 있어야만 강자를 구현해낼 수 있다. 그래서 게임판타지는 매력적인 IP임에도 누구도 쉽사리 뽑지 못하는 ’엑스칼리버‘ 같은 존재였다.

■송재경, 이번에도 원작을 지워낼까

송재경 엑스엘게임즈 대표.
송재경 엑스엘게임즈 대표.

그 칼을 뽑아든 것이 송재경 엑스엘게임즈 대표다. 달빛조각사를 게임으로 굳이 만들어야 한다면 송 대표 이상의 인물은 한국 게임계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그는 ’바람의 나라‘, ’리니지‘, ’아키에이지‘ 등 원작 IP를 이용해 대작 게임으로 탈바꿈시키는 데 탁월한 재주를 보였다.

송 대표는 원작에 매몰되지 않았다. 바람의 나라에선 파티플레이와 ’세계최초‘ MMORPG 시스템으로 고구려를 덮었고, 리니지에선 PK시스템(송 대표 자신은 정작 반대했지만)과 개인 간 거래로 데포로쥬 왕자의 권력투쟁을 지워버렸다. 아키에이지의 하우징과 해상 집단 전투 또한 송 대표 이전엔 상상의 영역으로만 존재하던 것들이었다. 그는 원작팬들에게 배신감을 느낄 수 있는 기회조차 제공하지 않았다. 원작의 향기만 가져다 게임에 덧입혔을 뿐 전혀 다른 세계임이 분명했기에 소설팬들도 배신감을 표출하지 않았다. 마치 능숙한 마술사에 속으면서도 즐거워하는 관객처럼 유저들은 송재경의 게임을 대했다.  

또 한번 송재경의 ’IP매직‘이 펼쳐질까. 달빛조각사가 앞선 게임과는 달리 모바일환경에서 제작됐다는 점에서 혹자는 ’이번엔 쉽지 않을 것‘이라 한다. 송 대표의 화려한 개발력을 보여주기엔 모바일 환경의 제약이 크다는 뜻이다. 송 대표가 성공시킨 모바일게임을 찾기 어렵다는 점도 이런 분석에 힘을 싣는다.

원작을 전면에 세우는 달빛조각사의 홍보문구도 우울한 예상을 부풀린다. ▲소설 속 지역을 그대로 담은 방대한 ‘오픈월드’ ▲하우징, 조각, 제작, 요리 등 다채로운 ‘생활 콘텐츠’ ▲촌장, 기사단장, 왕까지 될 수 있는 나만의 ‘목표’를 강조한다. 원작을 충실히 구현할수록 소설 팬들이 달빛조각사 게임에 느끼는 배반감은 커지기 마련이다. 그들이 그리는 달빛조각사는 조각을 할 수 있는 직업이 아니라 남들이 못하는 조각, 피라미드를 세울 수 있는 ‘단독자’이기 때문. 드래곤라자, 묵향 등 인기 판타지 소설 IP로 제작된 게임들이 유저들에게 외면을 받은 이유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 게임이 기대작으로 꼽히는 건 송재경의 이름값 덕분이다. 2015년 여름부터 지금까지 4년이 넘게 구상하고 제작했다 하니 한 번 쯤 해볼 가치는 있음이 분명하다. 부디 이 소설이 해피엔딩으로 끝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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