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서재] #오늘도 #난 #인스타에서 #눈물을 #흘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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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현욱 기자
  • 승인 2019.09.27 15: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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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주의자 선언'= 문유석 지음

톱데일리 박현욱 기자 =옆집 철수는 인스타 팔로워가 30만이라는데 넌 왜 이 모양 이니. 아니 영희는 벌써 유튜브 10만 찍었다는데 내 자식은 누굴 닮아서.

관심이 돈이 되는 시대, 몇 년 뒤면 학생들은 이런 잔소리를 들어야 될지도 모르겠다. 옛날엔 시였고 요즘은 공부고 근 미래에는 팔로워가 인간의 가치를 증명하는 척도가 될 것처럼 보인다. 아이템은 달라졌지만 ‘남들보다’ 혹은 ‘남들처럼’ 살지 못하는 사람을 손가락질하는 한국의 전통은 유구하게 이어지리라.

‘개인주의자 선언’의 저자 문유석 판사는 한국 집단주의 문화가 이같은 불행을 초래한다고 한다. 우리 사회가 ‘남’을 끊임없이 되새김질하라고 요구하며 이 때문에 개인은 ‘남’을 통해 자기검열을 하게 된다는 것. 

2019년, 다들 ‘힙’하고 ‘시크’한 핫 피플이 되기 위해 SNS를 들락거린다. 개성 넘치는 시대라는데 올리는 사진은 몰개성적이다. #외국휴양지에서 #오빠랑 #여친이랑 #무조건 힙하고 #무조건 핫하게. 

좋아요와 팔로워에 목매단 우리들의 ‘개성’이란 결국 집단의 기대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강박에 다름 아니다. 인스타 올릴 사진을 건지기 위해 하와이에 간 대가로 보름 간 매끼 식빵 한쪽을 침에 녹여 배를 채웠던 사내를, 마른 친구 페북을 보다가 열이 뻗쳐 100만원 어치 다이어트약을 주문한 여자를, 나는 알고 있다.

‘개인주의자 선언’은 집단주의를 극복하기 위해 ‘톨레랑스’, 관용이 필요하다고 한다. 자신과 타인의 차이를 인정하자는 거다. 지금은 남보다 나에게 초점을 맞춘 ‘톨레랑스 2.0’이 필요한 시대다. 남에게 관용을 베푸는 것보다 나를 용서하는 게 어려워진 시대다. 포토샵에 은혜를 입은 SNS는 남을 더 거대하고 매력적이게 왜곡시킨다. 우리는 실제보다 더 매력적이고 커다란 ‘남’과 싸우고 있는 셈이다. SNS에서 관용을 베풀 대상은 ‘남’이 아니라 ‘나’인 경우가 많다. 

빛나지 않는 막대기 같은 사람들이/가슴에 싱싱한 지느러미를 달고/헤엄쳐 갈 데 없는 사람들이 불쌍하다고 생각하는 순간/느닷없이/북어들이 커다랗게 입을 벌리고/거봐, 너도 북어지 너도 북어지 너도 북어지/귀가 먹먹하도록 부르짖고 있었다.

최승호 시인은 남의 눈치를 보다가 인생이 말라 비틀어져버린 이들을 ‘북어’라고 했다. 남처럼 살지 않아도 된다는 나에 대한 ‘관용’ 없이는 결국 우리도 시장통에 매달린 북어신세 아닐까.  전 여친 페북을 염탐하다 지쳐 잠드는 밤이면 귀에서 속삭임이 들린다. ‘너도 북어지, 너도 북어지, 너도 북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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