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판교노조, 본진 소환 신중해야
[기자수첩]판교노조, 본진 소환 신중해야
  • 신진섭 기자
  • 승인 2019.10.04 16: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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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섭 라이프&테크팀 기자
신진섭 라이프&테크팀 기자

 

톱데일리 신진섭 기자 =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판교에서 노조 설립 흐름이 거세다. 네이버, 카카오 등 양대 포털 외에도 넥슨, 스마일게이트 등 국내 대표 게임사 직원들이 노조를 세웠다. 이들 노조는 민주노총 산하에 있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판교 노조를 바라보는 시선은 양분된다. 장시간 노동, 고용 불안정 등 문제에 따른 당연한 노동자의 권리 행사라는 시각과 자본주의를 해하는 민노총 2중대에 불과하다는 우려로 나뉜다. 

최근 넥슨, 스마일게이트 노조 시위는 그간 기자가 취재했던 어떤 것과도 달랐다. 이들은 점심시간 1시간 동안 모였다가 자발적으로 흩어졌다. 전경도 질서유지선도 필요치 않았다. 어색한 듯 ‘투쟁’을 외치고 더듬더듬 민중가요를 배우는 모습은 귀엽(?)기까지 했다. 민노총의 냄새는 나지 않았다.

민노총에 대한 평가를 하려는 게 아니다. 판교에는 판교에 맞는 시위문화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배수찬 넥슨 노조 지회장은 자신을 “롤(온라인게임) 수천판하면서도 욕을 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판교이기에 가능한 말이었고 그렇기 때문에 청중의 공감을 샀다. 판교 노조에 대한 우려의 시선은 많지만 이들의 시위 문화 덕분에 어떤 세력도 이들을 ‘과격’ 또는 ‘폭력’ 노조라는 프레임에 가둬두지 못했다. 아직까지는 말이다.

광화문, 서초동의 시위와 판교의 시위는 달라야 한다. 결국 투쟁은 싸움이고 싸움의 성패는 명분과 대중의 호응도에 달려있다. 노조원은 물론이고 시위를 지켜보는 판교의 직장인들도 민중가요를 부르고 오와 열을 맞춰 본사로 밀어닥치는 시위문화에 익숙치 않다. ‘청소부 김씨’, ‘바위처럼’, ‘철의 노동자’를 불러야만 시위가 되는 건 아니다. ‘달라달라’, ‘너에게 가는 길’, ‘질풍가도’가 판교 노조의 OST로 더 적절할 수 있다. 머리에 둘러맨 빨간 띠 대신, 카트라이더의 ‘무지개 장갑’도 고려해봄 직 하다. 

민노총 소환엔 신중을 기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시위의 전문성에선 본진을 따르기 힘들겠지만 때론 어설픔이 진실성을 보여주는 데 더 적절한 경우도 있다. 앞으로 판교에 더 많은 노조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후배들이 이를 따를 수 있도록 현재 설립된 노조들이 '판교스러운' 시위 문화를 만들어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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