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조각사' 그 오만과 편견
'달빛조각사' 그 오만과 편견
  • 신진섭 기자
  • 승인 2019.10.18 21:0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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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조각사', 운영도 버그도 '향수'에 취한다
가챠가 아니라는 '편견', 공개 테스트 없었던 '오만'
위태로운 성공, 큰 파도 견디려면 절치부심해야
모바일 MMORPG '달빛조각사'가 서비스 초기 부실한 운영으로 도마에 올랐다. 버그도 옛날 감성을 그대로 살렸다.
모바일 MMORPG '달빛조각사'가 서비스 초기 부실한 운영으로 도마에 올랐다. 버그도 옛날 감성을 그대로 살렸다.

톱데일리 신진섭 기자 = "재산깨나 있는 독신 남자에게 아내가 꼭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진리다. 이런 남자가 이웃이 되면 그 사람의 감정이나 생각을 거의 모른다고 해도, 이 진리가 동네 사람들의 마음속에 너무나 확고하게 자리 잡고 있어서, 그를 자기네 딸들 가운데 하나가 차지해야 할 재산으로 여기게 마련이다."

고전소설 '오만과 편견'의 유명한 시작 부분이다. 이 소설은 결혼 그 자체 보다는 결혼에 이르는 길에 집중하는 사회적 편견과 각자의 오만을 다룬다. '달빛조각사'를 플레이하면서 이 도입부가 눈앞을 몇 번이나 스쳐갔다. 남자를 유저로, 딸들을 게임사로 대치하면 현재 상황과 꽤나 잘 들어맞는다.

■‘달빛조각사’, 운영도 버그도 ‘향수’에 취한다

카카오 모바일 MMORPG '달빛조각사'. 
허수아비를 치는 것만 리니지 감성인 줄 알았다. 출시 전까지는.

출시 전 게임사는 달빛조각사가 레트로(복고) 감성을 담은 게임이 될 거라고 했다. 사실이었다. 콘텐츠는 물론 게임 운영과 버그까지 2000년대초로 돌려놓았다.

몹 순간이동, NPC 증발, 아이템 복사, 레벨다운, 물약 등 자산 증발까지. 과거부터 MMORPG를 즐겼던 유저라면 익숙한 버그들을 ‘달빛조각사’에선 모두 만나볼 수 있다. 오브젝트에 길이 막혀 캐릭터가 사망하거나 주인 길을 막는 소환수 역시 고전 감성을 자극한다.

경제 관련 소양을 쌓고 싶다면 ‘맨큐의 경제학’ 보다는 ‘달빛조각사’를 플레이하는 걸 추천한다. 특정 물품으로 폭리를 취하면 실물경제에 얼마나 치명적인 타격이 가는지, 또 이를 국가(게임사)가 방관하면 생기는 문제에 대해 몸소 보여준다. 방만한 복지정책(게임 내 재화 지급)이 일반 국민(유저)에게 어떤 폐해를 불러 오는지 체감할 수 있다. 거래소가 폐쇄되고 골드가 말라서 물약도 사기 힘들어지는 상황에선 미국의 ‘대공황’을 유사 체험할 수 있다. 

■가챠가 아니라는 ‘편견’, 공개 테스트 없었던 ‘오만’

'이벤트'라 쓰고 '갓챠'라 읽는다.
'이벤트'라 쓰고 '가챠'라 읽는다. 사진은 '달빛조각사' 보물상자 확률표 중 일부

‘확률형 장비 가챠(뽑기)는 없을 거라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보물상자 이벤트라고 포장을 해도 장비 가챠라는 걸 유저들은 안다. 게임을 플레이해보면 ’달빛조각사‘가 매출 상위권에 오르는데 ’보물상자 이벤트‘가 적지 않은 공을 올렸음을 알 수 있다.

게임 내 재화와 장비를 토해내는 보물상자를 열기 위해선 열쇠가 필요하다. 열쇠보다 보물상자의 드랍율이 현저히 높아 이를 모두 열기 위해선 열쇠를 구매하도록 게임시스템이 설계됐다. 또 최상위 열쇠는 캐쉬로만 구매할 수 있다. 

카카오게임즈는 “보물상자에서 획득할 수 있는 장비는 오픈필드 '바란협곡' 지역에서 누구나 획득 가능한 아이템이다. 보물상자와 열쇠는 오픈필드 사냥을 통해 획득하는 이벤트이지 가챠 상품으로 기획된 아이템이 아니다”라고 했다.

납득하기 어려운 답변이다. 과금이란 노력과 시간을 돈으로 채우는 행위다. 무과금 유저의 성장속도가 헤비과금러의 그것을 따라잡을 수 없는 이유다. 설령 동일 장비를 필드에서 획득할 수 있어도 누군가는 보물상자 과금을 통해 타인의 노력치를 앞지를 수 있다. 이렇게 두리뭉술하게 유저들의 불만을 잠재울 수 있을지 알았다면 편견이다. 그건 2000년대초에나 통하던 얘기다. 

무너진 신뢰는 이번 게임 뿐 아니라 향후 서비스할 게임에도 낙인을 씌운다. 어쩌면 ’믿고 거르는‘이라는 칭호를 획득하게 될지도 모른다.

OBT, CBT를 거치지 않고도 서비스가 안정화될 수 있었다고 믿었다면 오만이다. 개발 기간 내부적인 테스트를 거쳤다지만 이는 실제 플레이환경과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열흘 남짓한 서비스기간 동안 수차례 게임시스템 ’어뷰징(악용)‘ 문제가 불거졌다는 건 이를 방증한다. 

유저 테스트 기간을 생략하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일차방정식으로 접근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엑스엘게임즈가 모바일게임에 익숙하지 않고, 카카오게임즈 또한 대규모 MMO 퍼블리싱 경험이 많지 않다는 점을 변수로 넣은 이차방정식이 필요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몰릴 줄 몰랐다 하면 이 또한 이치에 맞지 않는다. 300만이 넘는 기록적인 사전예약자가 몰렸다는 걸 자랑스레 말한 이는 게임사가 아닌 '제 3의 인격'인가. 

■위태로운 성공, 큰 파도 견디려면

초반흥행에는 성공했다. 하지만 이 인기를 유지하는 데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초반흥행에는 성공했다. 하지만 이 인기를 유지하는 데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달빛조각사는 잘 만든 게임이다. 과거 리니지를 떠올리게 하는 몰입감 있는 게임성과 귀여운 SD 그래픽은 분명 수준급이다. 운영면에선 낙제점이다. 유저들 사이에서 나오는 '내 돈주고 버그 잡는다', '오픈 베타를 돈 내고 한다' 등 볼멘소리는 결코 과장이 아니다.

대체제가 온다. 오는 11월이면 넥슨의 ’V4‘가, 연내 엔씨의 ’리니지2M‘이 출시될 예정이다. 기자간담회에서 게임사는 달빛조각사를 장기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대로는 위태롭다. 확실한 개선대책을 내놓지 못한다면 ’달빛조각사‘는 유저들 사이에서 2019년 그저 거쳐 갔던 게임으로 기억될 공산이 크다.

소설 ’오만과 편견‘은 ’오만한 첫인상‘이라는 ’편견‘을 극복하고 한 쌍의 부부가 사랑으로 맺어지는 내용으로 끝이 난다. 

달빛조각사도 해피엔딩을 맞을 수 있을까. 부정적인 첫인상을 뒤집는 데는 꽤나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잘못 낀 첫 단추를 돌려놓기 위해선 수많은 단추를 되짚어가야 하듯이. 달빛조각사에게 유저들이 기대하는 부분도 이지점이다. 게임 초반 실망감을 메울수 있을만한 만족감을 앞으로 꾸준히 제공하는 것. 수작(秀作)을 초반 운영 때문에 망치는 건 유저로서도 결코 반갑지 않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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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ㅈ 2019-10-25 21:14:06
기자한테 돈안줬냐? 뭔짓을 했길래 기자가 이리 정성스럽게 욕을했냐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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