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서재] 이 가을 '창비'가 당신에게 필요한 이유
[기자의 서재] 이 가을 '창비'가 당신에게 필요한 이유
  • 신진섭 기자
  • 승인 2019.10.18 21: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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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창작과 비평'.
계간 '창작과 비평'.

톱데일리 신진섭 기자 = 얼마 전 창작과 비평사에서 주관하는 ‘북토크’를 다녀왔다. 문 앞에 계간 ‘창작과 비평’이 쌓여있었다. 1년 구독료가 3만원. 단행본 한 권과 작은 노트, 배송료까지 포함한 가격이었다. 따져보니 권당 편의점 도시락 가격도 안 나온다. 반갑기보다는 좀 서글퍼졌다. 창비는 너무 저렴했다.

계간지를 봐야만 어디서 ‘문청’이라고 말할 수 있던 시대가 있었다. 이번 호에서 다룬 ‘담론’과 신작 소설에 대해서 ‘이바구’를 나눠야만 지식인축에 들어간다고 생각했던 때가 있었다. 물론 지금은 아니다. 교실에서 책을 읽는 이에게 ‘독서충’이라는 비판하는 일까지 있다고 한다. 출판계에 진혼곡이 울리고 있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예전만큼 사랑받지 못하는 창비는 편의점 도시락보다 자신을 낮춰야만 하는 운명해 처했다. 얼마전 계간 '인물과 사상'도 무기한 휴간에 들어갔다.

‘망가져도 괜찮아’, ‘ㅇㅇ해도 ㅇㅇㅇ는 먹고 싶다’는 류의 유사힐링 서적이 베스트셀러를 독점하다시피 한다. 그만큼 사람들의 삶이 고달픈가 싶으면서도 아쉬움은 남는다. 비평과 순문학의 줄어든 영향력만큼 고료(稿料)가 내려가고, 이를 녹봉처럼 여기던 작가들도 설 자리를 잃게 된다. 그 결과는 지식공동체의 약화로 돌아올 것이다. 

그래서 소개한다. 당신에게 창비가 필요한 이유. 이른바 고급독자가 아니더라도 창비는 쓸데가 많다. 

이 계간지는 500페이지를 상회하는 분량에 자간마저 숨 막히게 촘촘하다. 침대 맡에 놓고 자기 전에 읽으면 두 페이지를 넘기지 못하고 숙면을 달성할 수 있다. 불면증 때문에 ASMR 콘텐츠를 찾아다니는 분들에게 창비는 꽤 괜찮은 수면유도제로 기능한다.

두께나 ‘때깔’이 트렌치코트와 매칭하기 좋다. 두꺼운 계간지 한 권을 들고 다닌다면 남들과 차별화되는 가을여자 혹은 가을남자 코디를 완성할 수 있다. 팔뚝의 도드라진 ‘힘줄’이 여름철 남성의 매력 포인트라면 가을에는 책상에 무심하게 굴러다니는 창비 한 권이 이성에게 어필하는 무기일 수 있다.

사회적 지위가 있으신 분들에겐 책장 인테리어용으로 창비 만한 게 없다. 안은 텅 빈 있어 보이는 인테리어 소품과 비교할 때 창비 1년 구독이 오히려 저렴하기까지 하다. ‘나도 한 때는 문청이었지’하는 추억토크를 통해 클라이언트와 부드러운 관계를 구축할 수도 있다. 

‘이런 구성이 단돈 30000원 놀라운 가격!’이라는 홈쇼핑 같은 문구를 쓰고 싶을 정도로, 그렇게, 지금 창비는 싸다. 문학과 비평은 이 사회에서 매우 저렴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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