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 지원, 돈 몇 푼보다 사회결속 높여야”
“탈북민 지원, 돈 몇 푼보다 사회결속 높여야”
  • 최종환 기자
  • 승인 2019.10.23 17: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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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국회서 ‘북한 이탈주민의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포럼
“지금까지 탈북민 정책은 정치적 고려가 우선순위”
“관리 대상 말고 사회통합 정책 펴야”

톱데일리 최종환 기자 = “탈북민은 더 이상 ‘통일의 역군’이 아니다. 탈북민 지원은 한국 사회 내부 결속을 다지는 데 집중해야 한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이 23일 국회서 열린 이북도민 포럼 ‘북한 이탈주민의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에서 이같이 말했다. 안찬일 이사장은 정부 시기별 탈북민 정책을 비교 평가하며, 단순 정착지원을 넘어 정부의 사회통합 정책을 주문했다.

통일부에 따르면, 2019년 6월 말 기준 남한에 정착한 북한이탈주민(탈북민)은 3만3000여 명에 달한다. 이들은 하나원에서 12주 동안 머물며 사회 적응 교육을 받은 후 취업과 거주, 정착금 등을 지원받는다. 하지만 정부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탈북민 모자(母子)가 지난 7월 굶주려 숨진 지 두 달 만에 발견되면서 이들의 안전망에 허점이 드러났다.

문제가 불거지자 통일부는 지난 9월 탈북민 거주지 보호 기간(5년) 연장 등을 담은 ‘탈북민생활안정 종합대책’을 내놨다. 탈북민의 경제생활을 전수 조사해 안전사각지대를 좁히겠다는 조치다.

 

23일 국회서 열린 이북도민 포럼 ‘북한 이탈주민의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포럼이 열리고 있다.(사진=최종환 기자)
23일 국회서 열린 이북도민 포럼 ‘북한 이탈주민의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포럼이 열리고 있다.(사진=최종환 기자)

■ “탈북민 정책, 정치적 고려 없어야”

이날 발표자들은 탈북민 지원 정책으로 정착지원금 확대 등 물질적 요소보다 사회 통합적 기능을 강조했다. 정부의 대북정책에 따라 탈북민에 대한 인식도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들어 구체적인 제도 보완도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안찬일 이사장은 ‘정부의 탈북민 관리체계 개선방안’이라는 발제문을 통해 탈북민에 대한 인식 전환을 촉구했다. 탈북민을 통일의 과정이나 수단이 아닌 사회통합적 관점에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안찬일 이사장은 “탈북민 정책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은 정치적 고려가 반영된 정책이다”며 “정권의 대북정책 기조가 우호적일 땐 탈북민 정책은 여론을 의식해 소극적인 경향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또 현 정부의 통합 지향적 탈북민 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경제적으로 열악한 탈북민을 발굴해 안전사각지대를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찬일 이사장은 “문재인 정부의 탈북민 정책은 정착보조금이나 주거지원과 같은 일회성 지원이 아닌 탈북민의 정착을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돕겠다는 것이다”며 “탈북민을 한국사회의 건강한 시민으로 편입하려는 사회통합적 의미가 강하다”고 말했다.

특히 “탈북민들이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많은 경우 취약계층으로 전락하면서 이들의 적응에 보다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한 시점에서 통합을 지향하는 탈북민 정책은 시의적절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탈북민을 통일의 수단으로 보는 관점에 대해선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안 이사장은 “탈북민을 ‘통일의 역군’으로 거론하는 것은 오히려 통합에 방해요인이 될 수 있다”며 “탈북민 지원은 본인의 인권을 증진하고 한국 사회 내부 결속을 다지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통일부가 관장하는 탈북민 지원체계를 행정안전부로 이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찬일 이사장은 “통일부 임무 어디에도 탈북민을 정착시키고, 그들을 통일역량으로 키워 통일준비를 착실하게 해나간다는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며 “국가와 지역 간 유기적 연계가 가능한 행정안전부가 탈북민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영종 중앙일보 통일문화연구소 소장은 이북도민과 탈북민의 상생을 위해 제도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영종 소장은 “이북도민 사회와 국내 정착 탈북민 사이에는 반목의 역사를 걸어왔다”며 “두 집단의 연대를 위한 정책적, 심리적 대책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이북도민과 탈북민 사회가 함께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 아이디어를 마련해야 한다”며 “다양한 교류와 결연 프로그램을 통해 탈북민을 이북도민사회로 동화시키는 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영종 소장은 “가칭 ‘재남 이북도민·탈북민 통합위원회’가 대안이 될 수 있다”며 “이북도민 지도급 인사와 탈북민 단체장이 공동으로 책임자를 맡아 두 사회의 통합과 통일준비 과정에서의 현안 등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 “탈북민은 관리대상 아냐”

토론자로 나선 송두록 남북교육개발원 소장은 탈북민의 정체성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탈북민을 관리의 대상으로 보는 지원체계를 수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송두록 소장은 “‘탈북민 지원체계’라는 표현에 너무 놀랐다”며 “마치 미국의 인디언 보호구역을 연상하면서 범죄자를 관리한다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그냥 ‘정부의 탈북민 정책’이라고 표현하면 어떨까”라고 문제제기를 했다.

이어 “최근 탈북민 아사 사건을 계기로 언론과 정책담당자들은 냉담한 시선으로 탈북민을 보고 있다”며 “탈북민 3만 시대를 맞아 정체성을 어떻게 세워야 할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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