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서재] 한국 페미니즘, 칭찬이 필요한 순간
[기자의 서재] 한국 페미니즘, 칭찬이 필요한 순간
  • 이서영 기자
  • 승인 2019.11.08 17: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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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데일리 이서영 기자 = 앤디 자이슬러가 지은 ‘페미니즘을 팝니다’라는 책은 일명 ‘힙하다(요새는 힙하다는 말도 잘 쓰지 않는다)’고 여기는 페미니즘을 경계하라고 조언한다.

힙한 페미니즘에는 페미니즘 발언을 한 연예인을 지지해 콘서트를 가고, 비혼반지를 사고, 여성서사가 대두되는 영화를 수차례 보는 것 등이 포함된다. 여기에는 돈이 소비된다.

생산자 입장에서 페미니즘이 돈이 된다. 자본은 페미니즘에 동의하는 ‘척’하기 바쁘다. 나이키 광고 <미국에서 태어난 여자아이>시리즈가 있다. 소녀와 성인 여자에게 공을 주며 ‘기회’를 주고 있다. 나이키가 여성 인권을 위한 광고를 찍은 것에 박수갈채를 보내기엔 큰 허점이 존재한다. 나이키는 ‘이미’ 여성들이 획득한 운동할 권리를 자신들이 ‘다시’ 허락하고 있다. 
 
우리는 강남역 살인사건 전이나 지금이나 돈이 되는 페미니즘에 부단히 노력한다. ‘Girls can do anything’ 같은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산다. 영화 걸캅스와 82년생 김지영에 ‘영혼 보내기’를 보낸다. 페미니즘에 목소리를 내는 AOA 노래를 스트리밍하기도 한다.   

한국의 페미니즘은 돈이 되는 페미니즘을 그만 둬야 할 시점일까. 앤디 자이슬러는 여성임금차별을 논하고, 가부장제를 타파해나가는 과정에서 힙한 페미니즘에만 얽매이는 것을 경계하라고 말한다.

하지만 앤디의 나라와 우리나라는 다르다. 미국은 페미니스트라고 목소리를 내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다. 한국은 어떤가. 갈등의 불씨, 함구해야 할 것으로 인식된다. 페미니스트라서 아르바이트에서 해고된 사례도 있다. ‘나는 페미니스트입니다’라는 말이 ‘나는 성차별주의자가 아닙니다’라는 말과 등치되는 언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걸캅스는 사실 여성 형사들이 범죄자를 잡는 내용이지만 영화적 문법은 남성 2명이 나온 기존 영화들과 별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여성들이 가지 않는 자리에 돈만 쓰면서까지 매달리는 이유는 하나였다. ‘다음을 기약할 수 없을까봐’라는 간절함이 지금 상황을 만들었다. 여성2명이 주체적으로 이야기를 이끄는 영화가 얼마 만이었던가.

여성이 여성스러워야한다는 이야기를 듣지 않는 날을 만나기 위한 또 하나의 실천이다. 지금 한국페미니즘은 ‘잘못됐다’고 말하기 전, 그 시도에 ‘잘했다’는 칭찬 한 마디가 필요한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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