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남북관계 ①] 깊어지는 한숨… “남북경협은 의지의 문제”
[위기의 남북관계 ①] 깊어지는 한숨… “남북경협은 의지의 문제”
  • 최종환 기자
  • 승인 2019.11.09 00: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개성공단 철수(2016) 이후 남북교역액 제로 수준
제재 우회 한 남북경협 제시… “5·24조치는 이미 사문화”
“남북연락사무소 기능 강화 필요… 시민단체-北 연결해야”

톱데일리 최종환 기자 = 서울에서 대북 사업을 하는 한 중소기업은 최근 한숨이 깊어졌다. 지난해 9월 평양정상회담 때와는 달리 올 하반기부터 남북관계가 경색돼 민간 차원의 대북 교류가 전무하기 때문이다.

통일부가 내놓은 ‘2018 통일백서’에 따르면, 남북교역액은 2014년 23억 4300만 달러, 2015년 27억 1400만 달러, 2016년 3억 3300만 달러, 2017년 100만 달러로 나타났다. 개성공단이 철수(2016)한 이후 남북교역액은 제로 상태에 가까웠다.

익명을 전제로 한 인터뷰에서 기업인 A 씨는 “(북한의 금강산 관련 조치 이후) 정부와 기업 관계자들이 만나 대책을 세우고 있는 걸로 안다”며 “하지만 현재 기업이 북한에 들어가 새로운 사업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인도적 사업만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대북사업에 대한 기대의 끈을 놓지 않았다. 향후 계획을 언급하며 “남북관계가 개선되고, 대북 사업을 할 여지가 생긴다면 얼마든지 투자할 의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다른 기업인도 사업 계획만 짜놓았을 뿐 실행을 옮기지 못한 부분을 아쉬워했다.

 

‘2018 통일백서’에 따르면, 남북교역액은 2014년 23억4300만 달러, 2015년 27억 1400만 달러, 2016년 3억 3300만 달러, 2017년 100만 달러로 나타났다. 개성공단이 철수(2016)한 이후 남북교역은 제로 상태에 가까웠다.(사진=통일부 제공)
‘2018 통일백서’에 따르면, 남북교역액은 2014년 23억 4300만 달러, 2015년 27억 1400만 달러, 2016년 3억 3300만 달러, 2017년 100만 달러로 나타났다. 개성공단이 철수(2016)한 이후 남북교역액은 제로 상태에 가까웠다.(사진=통일부 제공)

■ “남북경협은 의지의 문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3일 금강산 관광지구 남측시설을 철거하라는 현지 보도가 나오면서 남북경협에 대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남북관계의 지렛대 역할을 했던 금강산 관광마저 파국 위기에 놓이자 대북제재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불거졌다.

전문가들은 그물망처럼 얽힌 대북제재가 북한의 군사적 도발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한반도 평화’라는 관점에서 탄력적으로 운영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대북제재를 우회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예를 들어, UN안보리 결의 2397호에 따르면, 제재위원회가 인도주의 목적이나 결의안 목적에 부합하는 경우 제재 예외(exemption)를 인정할 수 있고, 유엔안보리 제재 수준 여부에 따라 결의를 강화하거나 수정, 중단, 폐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북제재 목적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비확산과 군사적 도발 중지, 긴장 완화라고 보기 때문에 남북교류가 남북한의 군사적 긴장 관계를 해소한다면 제재 완화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실제 북한과 러시아의 물류 사업인 나진·하산 프로젝트는 제재 예외 항목으로 인정받았다. UN의 대북제재는 북한의 모든 신규·기존 합작 사업을 금지하면서도 비영리 공공인프라 사업 등은 사안에 따라 예외를 두고 있어서다.

또 남북 정상이 지난해 4·27판문점 선언을 통해 “각계각층의 다방면적인 협력과 교류 왕래와 접촉을 활성화”한다고 밝힌 만큼 정부 주도의 대북제재부터 풀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대표적으로 이명박 정부 때 만든 이른바 ‘5·24 조치’ 해제다. 2010년 3월 천안함 사건을 계기로 내려진 이 조치는 대북 지원사업의 원칙적 보류와 국민의 방북 불허, 북한과의 교류 및 지원 중단, 대북지원에 대한 정부의 감시 강화 등을 담았다.

다만, 영유아 등 취약계층에 대한 인도적 지원 사업은 예외로 인정했다. 2010년 7월 북한에 내린 폭우로 신의주와 황해도가 심각한 피해를 입자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수해 피해 지원을 제의했고, 쌀 5000t, 컵라면 300만 개, 시멘트 1만t 등을 전달한 것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인도적 사업도 정부와 사전 협의를 하지 않으면 지원 자체가 불가능하다. 북한 선박 역시 남한 해역 운항이 금지돼 남북교류 사업은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5·24 조치가 10년 가까이 지난 데다 남북경협에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에 실효성 논란이 불거졌다.

이장희 한국외국어대학교 명예교수는 “(5·24조치는) UN의 대북제재와는 무관하다. 대통령의 훈령 공포를 통해 해제할 수 있다”며 “국제적 대북제재의 예외사업인 인도적 지원사업의 최우선적 시행을 위해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김일한 동국대학교 DMZ평화센터 연구교수도 “5·24조치는 이미 사문화된 내용이다”며 “국제사회는 더 높은 차원의 대북제재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현 정부가 5·24조치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고 진단했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지난 9월 10일 서울 중구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에서 열린 남북교류협력 종합센터 개소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사진=뉴스핌 제공)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지난 9월 10일 서울 중구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에서 열린 남북교류협력 종합센터 개소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사진=뉴스핌 제공)

■ 지방정부, 독자적 대북사업 가능… 실효성은?

남북경협이 부진한 가운데, 통일부는 지난달 지자체(지방정부)도 대북지원 사업자로 승인받을 수 있도록 한 ‘인도적 대북지원사업 및 협력사업 처리에 관한 규정’을 개정했다.

지방정부는 그동안 사업자 지정 대상에서 제외돼 민간단체 이름으로 사업 관련 기금 신청, 인도지원 물품 반출 승인 등을 해왔다. 앞으로는 지방정부도 독자적으로 대북지원 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국제기구를 통해 대북 지원을 할 경우, 사전에 통일부 장관과 사업계획을 협의하는 절차도 마련됐다. 남북협력기금 등 사업 지원 자금에 대한 사용 결과 보고 제출 기간도 기존 1개월에서 2개월 이내(지방정부는 3개월)로 완화하는 내용도 담겼다.

통일부 관계자는 “향후 지방정부가 대북지원 사업자로 신청하면, 통일부가 인도지원 경험 및 역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지정할 예정”이라며 “지방정부의 남북교류 협력을 효과적으로 지원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 남북관계를 고려할 때 지방정부가 주도하는 교류 사업이나 정부 지원이 바로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정부가 대북제재 해제 등 남북경협에 대한 활로를 개척한 후 지방정부와 기업, 시민단체 등이 뛰어드는 방안이 거론된다.

김일한 연구교수는 “북한의 지방정부는 남북교류사업을 할 역량과 기관이 부족하다”며 “우리나라 지방정부의 대북사업 독자성은 인정하되 남북연락사무소의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예를 들어 남한의 중앙정부, 기업, 시민단체와 북한 당국을 연결하는 사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톱데일리는 독자분들의 제보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여러분께서 주신 제보와 취재요청으로 세상을 더욱 가치있게 만들겠습니다.
뉴스제보 이메일 top@topdaily.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나도 기자코너 운영
억울한 일, 알리고 싶은 일 기사로 표현하세요.
작성하신 기사와 사진(저작권 문제없는 사진)을 top@topdaily.co.kr 로 보내주시면 채택되신 분께 기사게재와 동시에 소정의 상품권(최소5만원이상, 내용에 따라 차등지급)을 드립니다.
문의 02-5868-114 시민기자 담당자
기업돋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