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서재] 국가의 흥망성쇠는 어떻게 결정될까
[기자의 서재] 국가의 흥망성쇠는 어떻게 결정될까
  • 최종환 기자
  • 승인 2019.11.22 10: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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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책 표지.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책 표지.

톱데일리 최종환 기자 = 지구촌은 왜 불평등할까. 왜 어떤 나라는 돈이 넘쳐나고, 어떤 나라는 경제난에 허덕일까. 남북한의 경제 격차는 어쩌다 50배 이상 벌어졌을까. 이 문제는 사회과학의 영원한 숙제다.

대런 애쓰모글루 MIT 경제학과 교수와 제임스 로빈슨 하버드대학교 정치학과 교수가 쓴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는 그 답을 명쾌하게 설명한다. 이들은 난해하지 않은 용어로 글로벌 경제의 흐름을 진단하고, 부의 양극화, ‘국가 실패론’의 원인을 해부한다.

이들은 책 머리말부터 결론까지 경제 번영의 요인으로 ‘포용 사회’를 강조한다. 제도와 정책은 사람이 만든다. 결국 한 나라의 성장은 사람과 지도자의 ‘정치력’에서 찾아야 한다는 게 책의 기본 전제다.

저자는 ‘포용적 제도’에 대해 “사유재산권을 보장하고, 공평한 경쟁의 장을 마련하는 것”이라며 “착취적 경제제도에 비해 경제성장에 훨씬 유리하다”고 정의했다.

포용적인 정치제도는 국가의 번영을 불러온 반면, 특정 계층을 위한 착취적인 제도는 공동체의 가난을 가져왔다는 게 저자의 핵심 주장이다. 포용적인 제도는 개인의 자유를 존중하며, 성과에 따른 인센티브가 주어진다. 착취적 정치‧경제제도는 내부 분쟁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고, 소수 지배층만 부와 권력을 누리게 된다.

저자는 예를 들어, 아프리카 중서부에 자리한 콩고의 빈곤은 성장과 번영의 원동력을 원천적으로 차단한 착취적 경제제도에서 비롯됐다고 말한다. 콩고 정부는 사유재산이나 법질서 보장 등 기본적인 공공서비스가 부재하다. 국민은 재산과 인권을 심각하게 위협받았다.

포르투갈인이 문자를 소개하면서 콩고 엘리트층은 글을 읽게 됐지만, 상당수 국민은 그렇지 못했다. 왕이 일반 국민에게 글을 가르치려는 어떤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서다. 책에서 콩고는 착취적 정치제도의 폐단을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로 꼽힌다.

■ 남북한 경제력 격차 50배… ‘정치제도’ 때문

2019년 8월 기준, 남한의 국민 총소득(GNI)은 1898조 5000억 원에 달한다. 반면, 북한은 35조 9000억 원으로 남한의 53분의 1수준이다. 60년대 엎치락뒤치락하던 남북한의 체제경쟁은 이미 끝난 상태다. 저자는 그 원인을 정치·경제제도의 포용력에서 찾았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항일 공산주의 빨치산 부대를 이끌었던 김일성은 소련을 등에 업고 1947년부터 독재자로 군림했다. 인민대중의 자주화를 내세운 ‘주체사상’을 통해 엄격한 중앙계획 경제를 도입했다. 김일성과 직계 가족, 극소수 지배 엘리트층만 제외하고 대다수 국민은 사유재산권을 보장받지 못했다.

‘사유재산의 불인정’은 신산업에 투자하거나 인센티브를 느끼는 기업, 사람이 드물다는 의미다. 북한의 착취적인 경제제도는 혁신과 신기술 도입 부재로 이어졌다. 저자의 설명대로 ‘실패한 국가’에 속한다.

하지만 남한은 북한과 달리 포용적인 정치‧경제제도를 도입한 점이 다르다. 정부가 고등교육을 장려하면서 국민의 대학 진학률은 한때 80%를 육박했고, 문맹률은 현저히 떨어졌다. ‘한강의 기적’이라 불릴 만큼 남한은 지난 30~40년간 급속한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뤘다.

1997년 외환위기(IMF) 이후 신자유주의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면서 부의 양극화가 초래되긴 했지만, 여전히 기업은 기술이전, 투자, 사회공헌에 관심을 보인다. 성과가 높은 노동자는 북한과 달리 인센티브가 주어진다.

저자는 이러한 사례를 들어 “국가가 실패하는 이유는 경제성장을 저해하거나 발목을 잡는 정치제도를 기반으로 한 착취적 경제제도를 시행하기 때문이다”며 “결국 제도의 선택과 정치가 국가의 성패를 이해하는 핵심 열쇠다”고 주장했다.

제도의 포용성을 강조하는 저자의 사례들을 접하다 보면 어느새 650쪽에 다다른다. 가벼운 책은 아니지만 어렵지만은 않다. 고대 마야 문명부터 영국의 산업혁명, 미국의 패권질서를 넘나드는 사례는 독자들의 흥미를 끌 만하다. 공동 번영을 위해 국가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궁금하다면 이 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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