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서재] 사람 잡는 글쓰기
[기자의 서재] 사람 잡는 글쓰기
  • 신진섭 기자
  • 승인 2019.12.06 2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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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 '사람 잡는 글쓰기'.
▲SK텔레콤 '사람잡는 글쓰기'. 

톱데일리 신진섭 기자 = 지난 한글날에 한 이동통신사가 바른 우리 말 쓰는 법을 적은 책을 직접 출판했다. 반응은 뜨거웠다. 1쇄 700부가 공개 당일 거의 소진됐으며 2쇄까지 찍어야할 정도였다. 기업 일선에서도 글쓰기에 대한 고민이 적지 않나 보다. 

책 내용을 살펴보면 교열기자가 쓴 것 못지않다. 어려운 말은 풀어쓰고, 일상에서 말하듯이 읽기 편한 글을 쓰는 방법이 빼곡하다. 현장 환경까지 반영한 맞춤형 글쓰기 교본인 셈이다.

예컨대 일할 계산은 날짜별 계산으로 익월은 다음 달로 바꿔 쓴다. IMEI나 HD Voice 같은 외래어는 휴대폰 식별번호, LTE망을 사용한 음성통화로 고객 눈높이에 맞는 용어를 권장한다. 읽다보니 기업에 대한 호감도가 올라갔다. 이 정도로 글에 대해 고민하는 기업이라면 어느 정도 품격이 담보된다 싶었다. 분명하게, 잘못을 정확히 설명하고, 개선을 확실히 약속해야 한다는 ‘사과문 쓰는 법’에선 진정성이 느껴졌다. 

▲'사람잡는 글쓰기' 중 일부.

중국 당나라 때는 ‘신언서판’, 즉 몸과 말씨, 글씨와 판단을 보고 관리를 채용했다고 한다. 요즘도 크게 다르지 않다. 삶의 굽이굽이 마다 글과 말이 성패를 결정한다. 대학교 때 밤낮없이 골머리를 썩는 'PPT‘는 말과 글의 싸움이고, 직장에 들어가서 매일 토해내야 되는 보고서 역시 글 잘 쓰는 놈이 ’장땡‘이다. 연애사업은 어떤가. ’눈을 부랄였다‘, ’너 요즘 왜 이리 나한테 소울해?‘, ’나 시럽계 진학 할 거야‘라는 이성과 어떤 미래를 상상할 수 있을까.

BMW와 아이폰은 애지중지하면서 정작 말솜씨, 말솜씨에는 무감각한 이가 많다. 평균적 대한민국 시민의 글쓰기는 어릴 적 검사받던 일기쓰기에서 정체되기 때문일 것이다. 자소서가 자소설이 되고, 장판파를 지키던 장비가 등장하는 무협지로 돌변하는 이유가 딴 데 있지 않다. 언제 글이란 걸 써봤어야 말이지.

기업도 마찬가지다. 잘못된 언행 때문에 신문기사가 대서특필되고 높으신 분들이 포토라인에서 벌벌 떠는 모습을 한 두 번 본 게 아니다. 최근에는 막내들이 업무방에서 ‘ㅋㅋㅋ’를 쓴다고, 한국말이 안통한다고 냉가슴을 앓는 기자들도 봤다. 이쯤 되면 사람 잡는 글쓰기란 책 제목이 과언은 아닌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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