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서재] 지금은 '라틴어수업' 시간 입니다.
[기자의 서재] 지금은 '라틴어수업' 시간 입니다.
  • 김성화 기자
  • 승인 2019.12.13 12: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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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데일리 김성화 기자 = ‘Magna puerilitas quae est in me(마그나 푸에릴리타스 쿠에 에스트 인 메)’. 내 안의 위대한 유치함. 이 얼마나 고상한가.

무심코 사용하는 단어의 탄생 배경을 알고 나면 그 뜻이 다르게 다가오기도 한다. 예를 들어 ‘한 끗 차이네’, ‘끗발이 좋지 않네’란 단어가 소위 ‘섯다’라는 도박용어란 걸 알고 나면, 이 단어를 사용할 때 좀 더 절박함이 가미되지 않을까?

‘라틴어 수업’은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말의 배경에 무엇이 자리 잡고 있는지 알려준다.

일례로 성적인 의미를 담은 'sex'는 십계명의 제6 계명 '간음하지 말라'에서 유례했다. 옛 사람들도 성적인 것을 입에 올리길 꺼려했다. 이를 직접적으로 표현하기 보다는 '십계명의 그거 있잖아'라듯 여섯번째를 의미하는 라틴어 'sex'라 말하고 다닌 것이 지금의 의미로 통용되기에 이르렀다.

일련의 라틴어 얘기들은 참으로 고상하고 지적이다. 무엇보다 이런 얘기들을 접하다 보면 기원전에 시작돼 지금은 사라진 로마가, 그리고 그들의 언어였던 라틴어가 왜 우리에게 영향을 주고 있는지, 사람 사는 건 시간이 지나도 다르지 않다는 전 인류적 공감대가 물씬 풍겨진다.

사람 사는 건 다르지 않다는 공감대는, 그렇다면 과거 로마인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살고 있었는가,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란 물음과 답으로 이어진다.

물론 정답이 정해져 있는 건 아니다. 단지 지금 흔들리고 있는 나와 같은 사람은 과거 로마에도 존재하고 있었고, 그렇기에 내가 잘못된 것이 아니며 사람이기에 겪고 고민하는, 대단하진 않지만 해볼 만한 고민과 과정을 겪고 있다는 걸 깨달으면 된다.

그리고 이미 나와 같은 사람들이 내놓은 답을 살펴보며 그 중 하나를 골라도 좋다.

지금의 내가 초라하더라도, 지금보다 더 나아질 가능성으로 사람을 평가한 ‘Summa cum laude(숨마 쿰 라우데)’도 좋다.

미래보다는 현재를 더 원한다면 마치 포도의 덩굴을 끌어다 딴 과실처럼, 내일에 열릴 과실을 기대하기 보다는 지금까지 내가 수확한 것을 즐기라는 ‘Carpe Diem(카르페 디엠)’도 좋다.

하루하루가 견디기 힘들다. 로마에도 하루하루를 견디기 힘든 사람들이 있었고 고통스런 나날들이 매일 되풀이 되는 시기가 있었다. 왜 그들이라고 절망하지 않고 힘들지 않았겠는가.

누구보다도 인류 역사에 찬란한 흔적을 남긴 그들도 이렇게 말하는 걸 보면 예나 지금이나 우리에게 힘듦도 있지만 또 견딜 수 있는 힘도 있다. ‘Dum vita est, spes est(툼 비타 에스트, 스페스 에스트).’ 삶이 있는 한, 희망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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