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크로바‧둔촌주공 재건축, 갈등 줄이자던 '독립정산제' 역효과
미성크로바‧둔촌주공 재건축, 갈등 줄이자던 '독립정산제' 역효과
  • 이서영 기자
  • 승인 2020.01.08 11: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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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정산제 하 아파트 주민은 '조합', 상가'협의체'는 임의단체
미성크로바 "계획안 변경에 상가는 힘도 못쓰고 합의"
"상가협의체 소송해도 모두 패소"…법적 테두리 내 보호장치 마련해야
잠실 미성 크로바. 상가에 제안됐던 스카이브릿지 부분이 관리처분인가를 거치면서 사라졌다. 자료=주택산업연구원
잠실 미성크로바 조감도. 상가 설계에 제안됐던 스카이브릿지 부분이 관리처분계획안에는 사라졌다. 자료=주택산업연구원

톱데일리 이서영 기자 = 재건축 단지에서 상가와 아파트 조합원 갈등을 줄이고자 시작한 ‘독립정산제’가 갈등 해결에는 역할을 못하고 오히려 소수자인 상가 조합원을 불리하게 만들고 있다.

독립정산제는 아파트와 상가를 분리해 개발이익과 비용을 별도로 정산하는 것을 뜻한다. 재건축 단지 내 상가의 위치 등으로 수익률이 달라져 상가와 아파트 조합원의 갈등이 잦으니 아예 분리해 사업을 추진하자고 합의 한 것이다.

최근 재건축 단지에서 제기된 소송과정에서 대법원은 독립정산제를 현재 사용되고 있는 제도로 인정한 바 있지만 법적 제도로는 인정하지 않았다. 독립정산제 시작은 재건축 사업 내 자율적으로 진행하는 방식이고, 대법원은 독립정산제의 뜻을 정의했을 뿐이다.

이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과 맞물려 상가 측을 약자로 만들고 있다. 도시정비법은 하나의 사업단지에서 2개 조합을 설립할 수 없도록 했다. 독립정산제를 하더라도 아파트는 조합원, 상가는 상가조합단체가 아닌 상가협의체가 되며 이로 인해 상가협의체는 임의단체에 불과하다.

재건축 과정에서 상가 단체들이 아파트 조합으로부터 실질적인 독립성이 없는 점은 독립정산제 문제를 키운다. 조합원 간 합의를 통해 독립정산제를 인정했더라도 하나의 사업 안에서 하나의 관리처분계획안만 나올 수 있다. 즉 상가협의체와 아파트 조합원과 협의과정을 거쳐야 하나의 계획안 만들어진다.

아파트 조합원과 상가협의체의 계획안이 서로 협의되지 않으면 아파트 조합원 의견이 반영된 계획안에 따라 재건축이 진행된다. 재건축 단지는 평균적으로 아파트 조합원이 90%, 상가 조합원이 10%를 차지한다.

미성크로바에서 진행되고 있는 관리처분계획안 무효 소송은 이런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업계 관계자는 “서울시 압박으로 시공사인 롯데건설이 설계혁신안을 대부분 변경했고, 바뀐 부분이 상가와 관련된 부분이다”며 “미성크로바가 상가와 아파트를 분리해 독립정산제를 진행했지만, 사업이 지연될 수 있다는 이야기 때문에 상가 쪽 사람들이 결국 힘도 못쓰고 합의로 간 거다“고 말했다.

갈등을 빚고 있는 둔촌주공은 독립정산제가 한 번 더 꼬여있는 형태다. 독립정산제가 도시정비법 적용을 받지 않으니 상가협의체 정관 안에는 가장 기본적인 대표 해임안 조차 갖추고 있지 않았다. 협의체에서 위법이 발생해도 임의 단체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제재할 방법이 없다. 이로 인해 둔촌주공 상가협의체는 둘로 나눠져 기존 협의체 대표 해임과 계획안 협의라는 두 가지 갈등을 겪고 있다.

또 잠실 장미 아파트 또한 독립정산제를 진행하지만 새로 지을 상가 위치 때문에 갈등 중이다.

상가협의체가 임의단체인 점은 갈등을 소송으로 끌고 가기도 힘들게 말한다. 청담삼익아파트 등 상가 협의체는 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했다. 상가와 아파트 조합원 갈등이 생기면, 아파트 조합 측에서 아예 상가를 재건축에서 배제하는 토지분할을 소송을 걸어 재건축을 진행하기도 했다. 용산 렉스아파트가 대표적이다. 지금까지 상가 측이 소송에서 승소한 경우는 없다.

독립정산제가 상가협의체를 배제하고 아파트 주민으로만 구성된 조합만을 인정하도록 해 오히려 다수의 의견을 밀어붙이는 데 사용되고 있는 모양새다. 원효경 법무법인센트로 변호사는 “독립정산제에서 상가협의체가 임의단체로 구분되니 소송할 자격 자체가 사라지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미성크로바나 둔촌주공과 같은 사례는 분양가 상한제와 맞물리면서 앞으로 더욱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진주 아파트 등 잠실 대표적인 아파트들 뿐 아니라 반포3지구, 개포주공4단지, 신반포4지구 등 강남 아파트도 독립정산제 방법으로 재건축을 시행중이다. 또한 1기 신도시들이 재건축에 본격 돌입하게 된다면 수도권에 재건축은 100만호가 넘을 예정이다.

차흥권 법무법인 을지 변호사는 “더 많은 재건축 갈등이 예고되고 있는 상황에서 독립정산제를 제도적 범위로 끌고 와서 정관에 명시하는 방법 등을 강구해야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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