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반환점]② '재벌개혁'은 어디로 사라졌나
[문재인 정부 반환점]② '재벌개혁'은 어디로 사라졌나
  • 김성화 기자
  • 승인 2020.01.15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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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중대표소송제’, ‘다중 장부 열람권’, ‘대표 소송제’ 등 대주주 사익추구 견제
전자·서면 투표제와 집중투표제, 감사위원 분리선출 등 소액주주의 권리 보장
시작은 요란했지만 결과물 없어…경기 악화, 총선 맞물려 장담 못해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통해 촉발된 재벌개혁 요구를 등에 업고 탄생했지만 현재까지 이뤄진 성과는 지지부진하다. 사진=뉴스핌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통해 촉발된 재벌개혁 요구를 등에 업고 탄생했지만 현재까지 이뤄진 성과는 지지부진하다. 사진=뉴스핌

톱데일리 김성화 기자 = 문재인 정부는 광화문 광장에서 시작된 바람을 등에 업고 탄생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 그리고 이들에 호응한 재벌은 헌정 사상 초유의 탄핵이라는 결과까지 이끌어 냈다. 문재인 정부가 탄생할 수 있었던 배경 중 하나는 광화문 광장에서 울려진 ‘재벌개혁’을 다른 후보들 보다 잘 해낼 것이란 기대감도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7일 신년사에서 “공정이 바탕에 있어야 혁신도 있고 포용도 있고 우리 경제가 사회가 숨 쉴 수 있습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말이 불안한 경기와 맞물려 꼭 ‘재벌개혁’을 의미한다고 볼 수 없다.

이달로 꼭 임기 절반을 돈 문재인 정부의 재벌개혁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한 마디로 ‘빈 수레가 요란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19대 대선 공약집의 경제민주화 중 ‘재벌의 불법경영승계, 황제경영, 부당특혜 근절시키겠습니다’ 부분과 대선 직후 발표된 100대 국정과제에서도 “2018년까지 다중대표소송제·전자투표제를 도입하고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미 시기도 지났을뿐더러 녹록치 않은 경제 상황과 총선을 앞두고 적극적으로 추진하기도 힘들어졌다.

재벌개혁 공약 중 ‘다중대표소송제’와 함께 ‘다중 장부 열람권’, ‘대표 소송제’는 일감몰아주기와 같이 대주주의 사익을 위해 회사의 수익을 침해하는 경우 직접적으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제도다.

다중대표소송제는 모회사 주주가 자회사 혹은 손자회사 임원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낼 수 있는 제도로 일감몰아주기 견제장치로 여겨진다. 우리나라는 모회사인 A회사가 자회사인 B회사와 내부거래를 행하고 이때 거래조건이 A회사에 불리한 경우, B회사의 최대주주가 그룹 오너일가인 경우가 많다. 이 경우 현행법은 A회사 대표가 B회사 임원을 상대로 책임을 추궁할 수 없다. 모회사와 자회사는 별개 법인으로 소송의 당사자가 B회사의 임원이 속한 회사의 주주로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이 제도는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들이 정한 지분율이 논란이다. 20대 국회 발의안을 보면 다중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모회사의 자회사 지분 비율을 30~50% 이상으로 하고 있다. 이는 여타 국가들이 100% 지분을 설정하고 있는 것과 다르다. 하지만 반대로 자회사의 총수일가 지분율이 높다면 그만큼 모회사의 지분은 줄어들고 회피할 여지도 크다. 또한 100% 지분 조건은 지주사 체제를 위한 지주사의 자회사 지분율 40% 규정과도 차이가 있다.

다중장부열람권은 소송의 실효성을 제고하기 위한 제도로 모회사가 자회사 장부를 열람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것이다. 대표소송제는 특정 주주가 다른 주주들을 대표해 회사에 손해를 회복시켜 놓으라는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제도로 주주가 승소할 시 배상금이 회사로 귀속된다. 이 두 제도도 모회사의 자회사 지분율이 논란이다.

전자·서면 투표제와 집중투표제, 감사위원 분리선출은 주주총회에서 대주주를 견제하기 위한 장치들이다. 전자·서면 투표제는 주총에 참석하지 못하는 주주들의 투표 참여율을 높이는 방법이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2009년 전자투표제 도입 후 지난해 3월까지 정기주총을 개최한 결산법인 중 전자투표제를 이용한 상장법인은 564개로 전체의 2.45%에 불과하다. 특히 시가총액 상위 10대 그룹도 상장계열사 98개 중 전자투표제를 도입한 회사는 21개(21.4%)에 불과하며 삼성, LG그룹 등은 전자투표제를 도입한 회사 수가 0개, 현대자동차그룹은 현대글로비스 한 곳만이 신규로 전자투표제를 도입한 상태다. 자발적으로 도입하는 분위기가 잡혀있지 않다.

집중투표제는 이사 선임 시 1주 1표 대신 1표당 주총에서 선임되는 이사 수만큼 투표권을 부여하는 것이다. 3명의 이사를 선임한다면 3표를 행사할 수 있도록 한다. 이는 1인 1표 하에서 대주주가 자신의 의결권을 나눠 원하는 이사를 모두 선임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제한적이나마 소액주주들이 원하는 후보에 표를 몰아줘 선임 가능성을 높이는 방법이다. CEO스코어에 따르면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공시한 162개 기업 중 집중투표제 채택 준수율은 6%다.

집중투표제는 감사위원 분리선출과 맞물려 더 중요하다. 감사위원은 기업 내부에서 감시를 하는 인물이다. 현재 감사위원들은 주총에서 선임된 이사들을 후보로 재선임 되는 구조로 주총 시즌이 되면 늘 제기되는 지적이다. 대주주에 대한 견제장치가 없다면 이사부터 감사위원까지 모두 대주주의 입맛에 맞는 인물들이 차지하게 된다. 이를 감사위원을 따로 선출함과 동시에 최대 행사 의결권을 3%로 제한하자는 것이 감사위원 분리선출 제도다.

이 모든 제도들이 문재인 정부에서 처음 제기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정권 초 발의만 부지런히 했을 뿐 실제로 반영된 건 하나도 없다. 여기에는 정권 내내 정쟁을 진행 중인 국회 탓도 있다.

다만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올해 법 개정이 어려운 상황에서 시행령 등의 제·개정을 통해 대기업의 건전한 경영을 유도할 수 있는 기반을 곧 마련하게 될 것"이라 말해 상법 개정이 아닌 우회책을 강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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