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을 위한 설날표는 없다
어르신을 위한 설날표는 없다
  • 이진휘 기자
  • 승인 2020.01.23 15: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어르신 "온라인 예매 할 줄 몰라 역 나와"
올 설연휴 온라인예매 92%, 현장예매 8%
기차표 10분 만에 대부분 매진… 모바일에선 7시, 창구에선 8시부터 예매 가능
정부 세대간 정보격차 대응 실효성 의문
정보화교육 개선, 노인 맞춤형 기기 필요

5G 시대, 우리나라는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명절도 예외는 아니다. 모바일, OTT, N스크린 등 IT기술로 인해 변모한 설을 조망해 본다. ▲편집자 주

[5G시대 설날 신풍속도①] 어르신을 위한 설날표는 없다

[5G시대 설날 신풍속도②] 세뱃돈 제로섬 게임은 끝났다

[5G시대 설날 신풍속도③] 리모콘 권력은 무너졌다

20일 서울역엔 설연휴 기차표를 구하기 위해 방문한 어르신들로 붐볐다. 사진=이진휘 기자
20일 서울역엔 설연휴 기차표를 구하기 위해 방문한 어르신들로 붐볐다. 사진=이진휘 기자

톱데일리 이진휘 기자 = “휴대폰을 열어 들어가보면 얼마나 어려운지, 예매하려고 시도했다가 답답해서 표를 못 구했어.”

간편 온라인 예매가 대중화됐지만 어르신들은 명절마다 여전히 역 창구로 향한다.  지난 20일 서울역, 고향을 방문하기 위해 표를 구하려는 사람들이 줄을 이었다. 대다수는 50대 이상의 중장년층이었다. 

대전 가는 표를 구하기 위해 나온 이희준(89)씨는 “인터넷으로 표를 구입하려다가 결국 헤매는 사이 다 매진됐다”며 “혹시나 해서 나왔는데 입석이라도 구해서 다행”이라고 했다. 실제로 명절기간 지방에 내려가는 기차표는 예매 접수 시작 5분~10분만에 대부분 매진된다. 지난 7일부터 10일까지 진행된 올 설날 기차표 예매의 경우 온라인·모바일 환경에선 오전 7시부터 예매를 시작할 수 있었지만 역 매표 창구에서는 이보다 한 시간 늦은 오전 8시부터 표를 살 수 있었다. 1인당 최대 12매, 1회당 6매까지 예약할 수 있어 온라인 예매를 할 줄 모르면 좌석표를 구할 수 없다는 얘기나 마찬가지다.

오대산행 표를 구하러 나온 정옥영(75)씨도 마찬가지였다. 정 씨는 “휴대폰으로 예매 하는 법을 배워야 하는데 아직 할 줄 몰라 역으로 직접 나왔다”며 “표를 구하느라 오늘 한시간 넘게 기다렸다”고 했다. 입석표라도 구하기 위해 3시간 넘게 기다린 경우도 발생했다.

어르신들이 20일 서울역 매표소 창구에서 설연휴 고향행 표를 예매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사진=이진휘 기자
어르신들이 20일 서울역 매표소 창구에서 설연휴 고향행 표를 예매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사진=이진휘 기자

코레일 관계자는 “아무래도 중장년층이 모바일 환경을 이용하기 어렵다보니 역 창구에 많이 나왔다”며 “경부선 300석과 호남 150석이 매진되고 뒤에 오신 분들은 입석으로라도 열차를 이용할 수 있게 조치를 취했다”고 했다.

이번 설연휴 온라인 예매는 86만석(92%)으로 역 창구 예매 7만석(8%)보다 10배 이상 높았다. 온라인 예매에 많은 접속자가 몰려 오전 7시 시작과 동시에 경부선, 호남선 등 대부분의 주요노선이 매진됐다.

국내 세대간 정보격차는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해 한국정보화진흥원(NIA)이 발표한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한민국 국민의 ‘검색 및 이메일, 콘텐츠 서비스 이용률’을 100으로 봤을 때 60대는 69.6%, 70대 이상은 42.4% 수준이다. 20대는 126.5%, 30대 121.7%로 높게 나타났다. 20대와 70대 사이엔 약 3배의 디지털정보 격차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사진=한국정보화 진흥원(NIA)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
사진=한국정보화 진흥원(NIA)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

스마트폰 보급률의 문제는 아니다. 지난해 8월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호모 스마트포니쿠스(Homo Smartphonicus), 세대별 진화 속도’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3년부터 2018년까지 세대별 스마트폰 보유율은 50대가 51.3%에서 95.5%로, 60대는 19%에서 80.3%로 크게 늘었다. 같은 기간 70세 이상은 3.6%에서 37.8%로 10배 이상 늘었다. 하지만 60대 이상 중 앱 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한 비율은 60%에 이른다. 이들은 카카오톡 등 모바일 메신저는 사용 가능하지만 이 외 정보서비스 이용에는 난색을 표하고 있었다.

정부는 2000년대 초부터 정보화교육계획을 수립하고 세대간 정보격차에 대응하고 있다. 각 정부부처나 지자체가 장노년층을 상대로 컴퓨터, 인터넷, 스마트폰 활용법 등을 교육하고 있다. 하지만 실질적인 효과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춘식 전국노인복지단체연합회장은 “정보화교육이 이뤄지고 있지만 노인들이 실생활에 응용하기 어려운 것이 문제”라며 “노인들이 스마트폰 환경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정보화 교육이 진행돼야 한다”고 했다.

노인들의 모바일 정보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스마트 기기·정보 시스템 설계 단계부터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허준수 숭실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정부차원에서 노인계층에 대해 배려하고 이들이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나가는 노력이 요구된다”며 “정보격차를 완화하기 위해 어르신 눈높이에 맞는 스마트폰이나 기기들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했다.



톱데일리는 독자분들의 제보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여러분께서 주신 제보와 취재요청으로 세상을 더욱 가치있게 만들겠습니다.
뉴스제보 이메일 top@topdaily.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나도 기자코너 운영
억울한 일, 알리고 싶은 일 기사로 표현하세요.
작성하신 기사와 사진(저작권 문제없는 사진)을 top@topdaily.co.kr 로 보내주시면 채택되신 분께 기사게재와 동시에 소정의 상품권(최소5만원이상, 내용에 따라 차등지급)을 드립니다.
문의 02-5868-114 시민기자 담당자
인기기사
기업돋보기
단독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