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서재] 이국종 머스트 다이
[기자의 서재] 이국종 머스트 다이
  • 신진섭 기자
  • 승인 2020.01.20 17: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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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아워' = 이국종 지음

톱데일리 신진섭 기자 = 이국종 아주대병원 교수가 외상센터장을 그만둔다 한다. 의료원장 욕설로 파문이 일었지만 이번 사태의 본질은 아니다. 이 교수가 겪은 고초의 전부도 아니다. 이 교수의 퇴진은 이 사회에서 영웅이 어떻게 사용되고 소진되는지 보여준다.

‘골든아워’는 20년 가까운 이 교수의 외상외과 생활을 담았는데, 현시점에서 이 책은 불가능한 시스템 안에서 이상을 꿈꾸는 영웅의 몰락담으로 읽힌다. 

‘골든아워’는 자서전이 아니라 전쟁기에 가깝다. 야전에서 자지도 씻지도 못하고 환자를 대하는 이국종 교수와 외상센터 직원들은 항시 전쟁상태다. 1년에 4일 정도 집에가고 한쪽 눈을 잃고 어깨와 다리를 상하면서 전진하는 건 직장인이라기 보단 군인을 위한 묘사이지 않는가. 실제로 그는 명예중령이기도 하다. 그의 고난은 진급할 때마다, 더 유명해지면서 견디기 어려운 것이 돼 갔다.   

불행히도 승리하기엔 그가 싸워야 했던 적은 너무 거대했다. 재정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보수적으로 의료비를 책정하는 심평원, 기관의 발전을 위해 흑자운영을 추구하는 병원, 건강보험료 상승은 꺼려하는 국민들, 그가 마주했던 건 대한민국과 그 의료복지 ‘시스템’ 전체였다. 그가 설령 슈퍼맨일지라도 이 괴물은 상대할 수 없다. 선과 악이 뒤섞여 누구를 공격해야 할지 불분명하다. 

전체 의료복지체계 안에서 보면 중증외상 환자는 악성 재고다. 중증이란 말은 막대한 치료비를, 긴급이란 용어는 많은 의료진, 즉 인건비를 뜻한다. 하지만 외상센터를 방문하는 이는 대체로 빈자이며 이들에게 투입된 자원은 회수되기 어렵다. 정부 보조금을 제외하면 손해율은 원가 절반에 육박한다. 

난세가 영웅을 만든다. 역이 항상 성립하는 건 아니지만 이 문장의 경우는 그렇다. 영웅이 있는 사회는 난세다. 독일의 시인 ·극작가인 브레히트는 “행복한 사람들에게 영웅은 필요하지 않다”고 했다. 제1차 세계대전의 비참함을 몸소 체험한 뒤 읊조린 말이다. 일반인은 엄두도 낼 수 없는 포화속에 걸어들어갔기에 이국종 교수는 영웅이 됐다. 이국종은 우리사회 남아있는 지옥을 상징한다. 

‘영웅’ 이국종은 어느 것도 해결할 수 없다. 이국종 교수의 헌신이 부각될수록 한국 외상센터의 비참함은 각인된다. 16개 권역 중증외상센터의 2017년 평균 예산 실제 집행률은 77.8%로, 쓰지 못한 돈이 68억8000만원이었다. 의료진이 없어 할당된 예산도 다 쓰지 못한 것이다. 이국종 교수에 대한 존경은 분명  ‘남일’이다. 감히 누가 자식에게 ‘너도 이국종이 되라’고 권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이 비극, 영웅 서사는 이국종이란 상징이 죽어야만 완결된다. 제2의 이국종이 탄생하지 않도록 영웅이 아닌 보통의 병원과 의사들이 견딜 수 있는 시스템이 이국종의 배태(胚胎)를 막는 선결조건이다.

‘국가가 나서서 해결해야’한다는 말이 나온다. 이는 결과적으로 세금인상을 말한다. 한 해 외상으로 사망하는 사람 3만 명 가운데 적어도 1만 명은 살릴 수 있는 사람들이라고 한다. 한국의 예방 가능 사망률은 33%로, 의료 선진국보다 20%가량 높다. 우리가 고민해야 하는 건 영웅 이국종의 희생을 앞으로 얼마만큼 숭고하게 기릴지가 아니다. 얼굴 모르는 이를 살리기 위해 내 주머니에서 얼마만큼의 돈을 꺼낼 수 있는가다. 살릴 수 있는 사람을 살려야 한다는 것, 골든아워의 결론도 이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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