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엇박자’가 문제라고요?”
“‘한미 엇박자’가 문제라고요?”
  • 최종환 기자
  • 승인 2020.01.21 16: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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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독자적 남북교류 반대한 해리스 대사에 우려
野·언론 “한미동맹 균열” 등 ‘엇박자’ 비판
“한반도 프로세스 추진 위해 한미동맹 변화 불가피”

톱데일리 최종환 기자 =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우리 정부의 독자적 대북구상에 우려를 표명하자 일각에서는 ‘한미 엇박자’ 우려가 나왔다. 하지만 한반도 문제에 한미 간 시각차가 존재한 만큼 보다 동맹관계에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해리스 대사는 지난 16일 외신기자간담회에서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한국이 제재를 촉발할 수 있는 오해를 피하려면 남북 협력을 위한 어떤 계획도 미국과의 워킹그룹을 통해 논의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북한 개별관광’ 사업에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피력한 것이다. 발언이 나오자 정부는 ‘내정 간섭’이라며 적극 반박하고 나섰다.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은 17일 “해리스 대사의 발언에 정부가 언급할 필요가 없다”며 “미국은 대북정책에서 한국의 주권을 존중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금도 외국인들이 북한을 관광하고 있다. 그런 차원에서 (북한 관광을) 이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북정책 방향을 놓고 정부와 미국 대사간 이견이 표출되자 야당과 언론에서는 ‘동맹균열’ ‘잘못 짚은 번지수’라며 정부 대응을 질타했다.

박용찬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17일 논평을 내고 “북한이 우리는 끼어들지도 말라고 한 상태에서 정부가 말하는 남북협력의 실체는 무엇인가”라며 “우리가 경고할 상대는 주미 대사인가 아니면 북한인가. 번지수를 잘못 찾아도 한참 잘못 찾았다”라고 비판했다.

언론에서는 ‘한미 엇박자’라는 제목을 내걸고 일제히 후속 보도를 내놨다. 한 보도전문채널은 이번 사태를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을 추진할 때마다 제기됐던 한미 공조 균열 논란“이라고 규정했다. 북한 비핵화 협상 국면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에 정부가 미국의 보조를 맞춰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한미 엇박자’가 힘을 얻는 배경은 힘의 우위가 작동하는 냉혹한 국제질서 속에서 동맹을 등한시하는 행위는 외교적 고립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고도화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미국의 압도적인 군사력으로 억제하고, 여기에 이의를 제기해선 안 된다는 의미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지난해 11월 외교부 청사에서 키이스 크라크 미국 국무부 경제차관(왼쪽 두번째), 데이비드 스틸웰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오른쪽),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왼쪽)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뉴스핌 제공)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지난해 11월 외교부 청사에서 키이스 크라크 미국 국무부 경제차관(왼쪽 두번째), 데이비드 스틸웰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맨 오른쪽),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맨 왼쪽)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뉴스핌 제공)

■ 탈냉전 맞아 동맹관계도 변해

시대가 변한 만큼 동맹 인식도 바뀔 부분이 있어 보인다. 예컨대, 1990년 이전 국가 생존은 어떤 진영의 나라와 손잡느냐가 중대한 문제였다. 냉전기 북·중·소 동맹은 한반도로 이동하는 미국 패권질서의 대응 조치였다.

이후 국제사회에는 이념보다 국가이익이 우선시됐고, 동맹의 의미도 전략적 차원으로 진화하기 시작했다. 국가마다 군사중심의 일방적인 억지전략을 펴기보다 경제와 안보 딜레마의 균형점을 찾는 게 중요해졌다.

러시아는 과거 소련 시절 북한과 동맹이었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북방정책에서 빼놓을 수 없는 거점 국가다. 중국 역시 북한과 군사동맹을 맺었지만, 경제적으론 남한에 더 밀착관계에 있다.

미국의 대북정책이 우리 정부와 달리 볼 여지가 있는 만큼 동맹관계도 보다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걸고 탄생한 트럼프 행정부의 한반도 정책은 본질적으로 대(對) 중국 봉쇄에 가깝다. 2018년 10월 트럼프 행정부의 ‘중거리 핵전력 조약(INF)’ 폐기는 미중관계의 안보 딜레마를 여실히 보여줬다. 유사시를 대비해 중국과 북한을 향해 사정거리가 긴 미사일을 개발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북은 군사적으로 적대관계에 있으면서도, 언젠가 통일을 해야 하는 ‘특수한 관계’다. 1991년 고위급 회담을 통해 맺은 남북기본합의서가 상호 체제 인정 및 존중을 강조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북한 비핵화 문제도 중요하지만, 이에 발맞춰 이산가족 상봉, 교류협력도 간과할 수 없는 처지다. 한반도 문제에 한미 간 시각차가 분명 존재한 만큼 외교정책의 ‘엇박자’를 과도하게 해석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신미연 겨레하나 국장은 “정부가 한반도 프로세스를 원활히 추진하기 위해선 북한과 교류협력이 중요하다”며 “이 과정에서 한미동맹, 미국과의 관계 변화가 불가피하다. 이때 국익에 대한 논의가 우선시 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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