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호르무즈해협 파병… 남북관계 영향 없나?
韓, 호르무즈해협 파병… 남북관계 영향 없나?
  • 최종환 기자
  • 승인 2020.01.22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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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중동 정세 및 국민 안전 위해 파견지역 확대”
“북한에 대남 비난 명분 줄 수도”
北, 공식 논평 없지만 지난달 호르무즈해협 파병 美 비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1일 충남 계룡대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방부와 국가보훈처 업무보고에 앞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1일 충남 계룡대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방부와 국가보훈처 업무보고에 앞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청와대 제공)

톱데일리 최종환 기자 = 정부가 지난 21일 결국 중동 호르무즈해협 일대에 파병하기로 했다. 정부는 남북관계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밝혔지만, 이번 결정은 정부의 주도적인 대북구상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는 이날 브리핑을 통해 “우리 정부는 현 중동 정세를 감안해 우리 국민의 안전과 선박의 자유항행 보장을 위해 청해부대 파견지역을 한시적으로 확대하기로 결정했다”며 “청해부대 파견지역은 아덴만 일대에서 오만만, 아라비아만(페르시아만) 일대까지 확대되며 우리 군 지휘 하에 우리 국민과 선박 보호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방부에 따르면, 중동 지역은 우리 교민 2만 5000명이 거주하고 있다. 호르무즈해협 일대는 우리 원유 수송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전략적 요충지다. 우리 선박이 연 900회 통항하고 있어 유사시 군(軍)의 발 빠른 대응이 요구된다.

정부는 ‘한시적’ ‘국민 보호’라는 이유를 들어 이란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미국의 파병 요구를 수용하는 자세를 취했다. 하지만, 해당 지역에서 독자적인 작전을 수행하더라도 ‘필요에 따라 국제기구와 작전을 함께할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아 향후 미국과의 협조체계는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방부는 “청해부대가 확대된 파견지역에서 독자적으로 작전을 수행해도 필요한 경우 국제해양안보구상(IMSC)과 협력할 예정이다”며 “정보 공유 등 제반 협조를 위해 청해부대 소속 장교 2명을 IMSC 본부에 연락장교로 파견할 계획”이라고 했다.

다만, 정부는 이번 결정이 남북관계를 고려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21일 정례브리핑에서 이번 파병이 남북협력 문제와 연관되어 있냐는 질의에 “명백하게 아무 상관이 없다”면서 “한미 간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해 긴밀히 공조해 나가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냈다.

이번 결정은 미국의 요구를 수용한 것으로 볼 수 있어 향후 우리 정부의 대북구상에 미국의 협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해 7월 경남 거제도 인근 해상에서 파병 출항을 앞둔 청해부대 30진이 ‘해적대응 민관군 합동훈련’을 진행하고 있다.(사진=정책브리핑 제공)
지난해 7월 경남 거제도 인근 해상에서 파병 출항을 앞둔 청해부대 30진이 ‘해적대응 민관군 합동훈련’을 진행하고 있다.(사진=정책브리핑 제공)

■ “단기간 남북관계 어려워” “물밑서 대미 협력을”

정부는 최근 독자적인 대북구상을 밝힌 가운데, 해법으로 당장 실현할 수 있는 개별관광을 서두르고 있다. 개별관광은 유엔제재와 세컨더리 보이콧에 저촉되지 않아 남북교류를 촉진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으로 꼽혔다.

하지만 미국은 여전히 우리 정부의 남북협력에 지지를 표명하면서도, 비핵화 진전과 보조를 맞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급기야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가 지난 16일 “남북 협력을 위한 어떤 계획도 미국과의 워킹그룹을 통해 논의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해 파문이 일기도 했다.

때문에 정부의 원활한 대북구상 추진을 위해선 ‘한미관계 균열’이라는 오해를 피하면서, 미국의 적극적인 지지나 협조가 절실한 상황이다.

서보혁 통일연구원은 평화연구실장은 지난 14일 발표한 ‘미국·이란 충돌이 한반도에 주는 시사점’이라는 현안 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호르무즈해협 파병 요구에 한국이 응할 경우 “북한에게 대남 비난의 명분을 높여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북한은 새해 들어 공식적인 대남 논평을 한 건도 내놓지 않았지만, 지난달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통해 한미연합훈련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당시 북한은 전원회의 결정서를 통해 “조미간의 교착상태는 불가피하게 장기성을 띠게 되어 있다”며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가 철회되고 조선반도에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가 구축될 때까지 국가안전을 위한 필수적이고 선결적인 전략무기개발을 중단 없이 계속 줄기차게 진행해나갈 것임을 단호히 선언”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북한에 한미연합훈련 등 군사적 압박을 최소화하고, 교류협력을 위한 분위기 조성이 필요해 보인다.

서보혁 실장은 이러한 상황에 정부의 대북 제안은 “실현가능성과 일관성을 고려해 신중할 필요가 있고, 대미 협력은 물밑 아래서 진행할 필요가 있다”면서 “민간교류를 장려해 남북대화의 계기를 만들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또 이란과 북한이 외교적으로 밀착 관계에 있는 만큼 파병 수위는 물론 활동 영역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일한 동국대학교 DMZ평화센터 연구교수는 “이란과 북한 관계가 끈끈하기 때문에 이번 파병은 남북관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 같지 않다”며 “대신 우리 정부는 자국민 보호와 독립부대 운영 등으로 파병 지역에서 제한적인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한편, 북한은 22일 현재 정부의 파병 결정과 관련해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조선중앙통신’은 지난달 30일 “이란 군 해군사령관이 미군은 지역의 수역에서 철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하면서 미국의 호르무즈해협 파병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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