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정부 대북정책 ①] 남북교류는 ‘북풍’? 선거에 득될까 독될까
[文 정부 대북정책 ①] 남북교류는 ‘북풍’? 선거에 득될까 독될까
  • 최종환 기자
  • 승인 2020.02.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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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김정은 답방’ 제안 등 남북관계 주도적 역할 천명
일각선 총선 전 ‘평화쇼’로 표 얻으려는 것 비판
동아시아연구원 “천안함 이후 북풍 주목 못받아”
“총선서 ‘북한 프리미엄’ 없을 것”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1월 청와대에서 2020년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사진=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1월 청와대에서 2020년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사진=청와대 제공).

톱데일리 최종환 기자 = “김대중이 당선되면 다 죽는다”

1997년 12월 제15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집권층 사이에선 김대중 후보를 향해 불안감이 표출됐다. 40여 년 간 야당 생활을 한 그가 집권하면 북한과 빼닮은 ‘붉은 정권’이 들어선다는 이유에서다.

‘총풍’ 사건이 이 무렵 터졌다. 당시 이회창 후보 관련자 3명은 북한측 고위급 인사에게 휴전선 인근서 무력시위를 요청했지만, 무위에 그쳤다. 이들 중 일부는 재판에 넘겨져 실형을 선고받았다.

선거는 김대중 후보의 근소한 승리로 끝났지만, 총풍은 한국 현대사의 역대급 ‘북풍 사건’으로 기록됐다.

이후 20여 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북풍의 망령은 한반도에서 가시지 않았다. 남북관계가 좋았든 그렇지 않든 선거철만 되면 어김없이 고개를 드는 게 북풍이다.

정부가 새해 정초부터 김정은 위원장의 한국 답방 등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해법을 내놨다. 작년 2월 베트남 ‘하노이 노딜’ 이후 북미관계가 경색됐고, 비핵화 협상은 물론 남북관계마저 얼어붙은 상황에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의지였다.

주변 환경이 녹록지 않은 탓에 정부의 대북구상은 어느 때보다 절실해 보였다. 문 대통령은 “올해는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을 맞는 뜻깊은 해”라며 “김정은 위원장의 답방을 위한 여건이 하루빨리 갖춰질 수 있도록 남북이 함께 노력해 나가길 바란다”고 이같이 말했다.

‘민족’이라는 집단 정서를 자극하며, 남북교류를 실천하기 위한 적극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틀을 의식한 듯 구체적인 남북경협은 언급하지 않았지만, 2030년 올림픽 남북 공동개최를 비롯해 도쿄올림픽 남북 선수단 공동입장 등 굵직한 협력 방안을 꺼냈다.

문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적극적인 대북구상을 밝히자 야당과 보수 언론은 일제히 비판의 칼을 들었다. 정부가 총선(4월)을 기점으로 ‘북풍’을 기획한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였다.

심재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7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북핵 문제를 들어 “북한의 선의에만 기댄 채 평화타령을 하고 있으니 참 한심하기 짝이 없다”고 일갈했다.

한 보수 매체는 문 대통령의 김정은 위원장 답변과 관련해 “‘가짜 평화쇼’를 연출”한다며 “비핵화에 전혀 진전조차 없는 자신의 대북 정책이 마치 성과가 있는 것처럼 국민들을 오도(糊塗)하려는 의도”라면서 정부의 대북구상을 비판했다.

해당 필진은 진보 정당도 북풍을 활용해 선거에 이용했다면서, 김대중 정부의 대북정책을 사례로 들었다. 당시 정부는 2000년 16대 총선 사흘 전 남북정상회담 개최 소식을 발표한 바 있다. 문재인 정부 역시 겉으론 ‘평화’라고 외칠 뿐 본질적으로 북한을 이용해 선거를 치르겠다는 흑색선전을 펼친다는 얘기다. 

실제 재작년 지방선거는 투표일 하루 전 날인 6월 12일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이 열렸다. 자유한국당은 앞서 ‘북풍’을 외치며 정부를 견제했지만, 선거 결과는 집권 여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당시 한국당은 17곳의 광역지방자치단체 중 2곳인 대구시장과 경북지사직만 얻는 데 그쳤다.

분단된 대한민국 현실에서 ‘북풍’은 선거의 주요 변수로 작용했다. 주봉호 동의대학교 교수가 ‘제15대 대통령 선거와 북한 변수’라는 논문에서 지적했듯 북한은 “군사적 위협의 원칙이며 서로 다른 이념을 가진 적대세력”으로, “(북풍은) 선거 국면에서 결과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8월 ‘신형대구경조종방사포’ 시험 사격을 직접 지도했다고 발표했다. 발사체 일부를 모자이크 처리해 한미당국의 분석 및 추적을 피하려는 의도가 보인다.(사진=조선의 오늘 제공)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8월 ‘신형대구경조종방사포’ 시험 사격을 직접 지도했다고 발표했다. 발사체 일부를 모자이크 처리해 한미당국의 분석 및 추적을 피하려는 의도가 보인다.(사진=조선의 오늘 제공)

■ “2010년 이후 ‘북풍’ 효과 없어”

그간 보수·진보 정권 모두 ‘북풍’을 기획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지만, 그 효과는 2010년 이후 점점 옅어지고 있는 추세다.

동아시아연구원은 2010년 6월 낸 ‘천안함 사건은 지방선거의 변수였나’라는 보고서를 통해 “천안함 사건의 영향은 (지방선거에) 상당히 제한적”이었다며 “효과 역시 예전과는 다소 상이한 형태로 나타났다”고 분석한 바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야당을 지지하다가 천안함 사건 때문에 여당 후보로 지지를 바꿨다‘는 응답자는 2.4%에 불과했다. 사건을 계기로 야당 지지자로 돌아선 비율은 16.8%였지만, 여당 지지자는 6.4%로 크게 떨어졌다.

실제 선거결과 당시 집권 여당이었던 한나라당은 288석(37.8%)에 비해 야당인 민주당 360석(47.3%)을 차지했다. 연구원은 해당 사례를 들어 “천안함 사건이 여당보다 야당의 지지 변화에 더 큰 영향을 줬다”고 풀이했다.

2017년 대선에서는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 회고록 파문을 비롯해 ‘국방백서’ 내 북한 ‘주적’ 표기 여부 등으로 야당 후보들에게 대북 인식 관련 공격을 받았다. 하지만 지지율은 큰 변화 없이 40%대를 유지했고, 결국 대통령 자리에 올랐다.

북풍은 특정 이데올로기와 편협한 사고에 기대 유권자의 마음을 흔들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최근 양극화와 경제 성장 등 ‘먹고 사는 문제’가 대두되면서, 북풍으로 포장된 안보 이슈는 표심을 자극하는 데 한계가 있어 보인다.

현 정부가 내놓은 대북구상 역시 북풍으로 오해받지 않기 위해선 실질적인 성과가 필요한 시점이다. 

김일한 동국대학교 DMZ평화센터 연구교수는 “최근 선거 국면에서 북풍은 영향이 없어지고 있다”고 설명한 뒤 “북핵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표명하면 오히려 마이너스 효과를 낳을 수 있다”며 “남북관계 호재가 정부 지지도로 연결되지 않을 것 같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총선 전후 정부의 대북구상은 국론분열이 일어날 수 있다. 하지만 교류협력 등 해야할 일이 있다면 결과(성과)로 승부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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