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선거다가오니 ‘정치’ 하겠다는 언론
[기자수첩] 선거다가오니 ‘정치’ 하겠다는 언론
  • 최종환 기자
  • 승인 2020.02.18 11: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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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미리 고대 연구교수, ‘민주당만 빼고 투표하자’ 논란
언중위, 경향신문에 ‘공정보도 의무 위반’ 권고
민주당 고발 지나치지만 ‘언론 정치화’도 경계 대상

톱데일리 최종환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칼럼에 “‘민주당만 빼고’ 투표하자”라고 쓴 임미리 고려대학교 연구교수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가 지난 14일 취하했다. ‘표현의 자유’를 억압했다는 지적이 우세하지만, 언론의 ‘정치 개입’ 논란도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4·15 총선이 두 달도 남지 않은 시점이라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하면서도 언론의 공정한 보도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앞서 임미리 고려대 한국사연구소 연구교수는 지난달 29일 ‘경향신문’의 한 칼럼에서 “정권 내부 갈등과 여야 정쟁에 국민들의 정치혐오가 깊어지고 있다”며 “자유한국당에 책임이 없지는 않으나 더 큰 책임은 더불어민주당에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눈치를 살피는 정당을 만들자. 민주당만 빼고 투표하자”고 주장해 논란이 됐다.

임 연구교수는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선거는 개개 후보의 당락을 넘어 크게는 정권과 정당에 대한 심판”이라며 “선거기간이 아니더라도 국민은 정권과 특정정당을 심판하자고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썼다.

언론중재위원회 산하 선거기사심의위원회는 임미리 연구교수의 칼럼이 선거법을 위반했다고 보고 유권 해석을 내렸다.

선거기사심의위는 지난 12일 회의를 열어 임 연구교수가 쓴 칼럼이 ‘공직선거법(제8조)’를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권고 결정을 내리고, 경향신문에 해당 사실을 알렸다. 언중위의 권고는 가장 낮은 수준의 조치라 법적 구속력은 없다.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유의하라는 취지다.

공직선거법은 언론의 공정보도 의무를 명시한 조항에서 “방송·신문·통신·잡지 기타 간행물을 편집·취재하는 사람은 보도·논평을 하는 할 때 공정하게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해당 칼럼은 ‘표현의 자유’를 넘어 정당의 본질적 기능인 ‘유권자로부터 득표’ 행위를 방해했다는 점에서 언론의 공정성을 크게 훼손했다는 게 기자의 판단이다.

언론중재위원회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에서 “언론 보도의 공정성 여부를 판단한 조치다”며 “해당 언론사를 처벌하는 내용은 아니지만, 언론 보도가 공정하지 않았다고 알린 것이다”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고발 취하와 함께 1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반성의 뜻을 내비쳤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민주당은 표현과 언론의 자유를 위해서 과거의 권위주의 정권에 맞서 투쟁해온 정당”이라며 “임미리 교수의 칼럼은 아프게 한다. 민주당이 앞으로 더 잘 하겠다”고 말했다.

 

임미리 교수가 지난달 ‘경향신문’에 투고한 칼럼.(사진=경향신문 제공)
임미리 교수가 지난달 ‘경향신문’에 투고한 칼럼.(사진=경향신문 제공)

■ 여론조사 보도 때 후보 유·불리 따져

이번 사태는 ‘표현의 자유’를 넘어 ‘언론의 정치 개입’ 문제와도 맞닿아 있다. 이미 국내 상당수 매체는 칼럼 필진을 자사의 입맛대로 구성해 저널리즘의 ‘확증 편향’을 강화한다는 지적에 자유롭지 못하다. 언론의 월등한 정보력이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유권자들의 자유로운 후보 평가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봉우 민주언론시민연합 팀장은 “선거법 위반 여부와 관계없이 칼럼 내용을 두고 민주당이 무작정 고발 조치에 나선 것은 부적절하다. 과거 낙선운동이 모두 고발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하면서도 언론의 선거 개입과 관련해 일침을 가했다.

그는 “언론 모니터 결과, 경향신문과 같이 (특정 정당에 대해) 노골적인 표현을 동원한 칼럼·사설이 많았다. 이는 유권자들에게 좋은 메시지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민언런 산하 ‘총선보도감시연대’가 2016년 내놓은 보고서를 보면, 한국 언론의 선거 개입은 매우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종합편성채널은 지난 20대 총선(2016) 기간 ‘‘선거의 여왕’이 돕는 법’이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프로그램 진행자는 “대통령이 뭔가 공식적으로 선거 때 유세를 해줄 수도 없다”며 “대통령이 돕고 싶다할 때 뭐할 수 있냐”고 물어 선거법 논란에 휩싸였다.

‘선거방송심의에 관한 특별규정(제4조)’는 “방송은 선거의 후보자와 선거에 참여하는 정당에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상당수 종편채널은 해당 법령을 무시하고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 띄우기에 열을 올렸다.

선거 여론조사 관련 보도에서도 같은 문제점이 발견됐다. 송병권 한양대학교 정책학과 교수는 지난해 쓴 논문 ‘여론조사 보도에서 나타난 언론매체의 정치적 편향’을 통해 한국 언론은 선거 여론조사 보도 때 정치적 편향성을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송 교수가 지난 19대 대선(2017)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직후인 2017년 3월 11일부터 여론조사 공표가 금지되기 직전인 5월 1일까지 선거 여론조사를 다룬 언론 보도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친문재인 성향은 친안철수 성향과 음의 상관관계를, 친홍준표 성향과는 양의 상관관계를 보였다.

쉽게 말해 반문재인 성향 매체는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을 높게 보도하는 경향을, 친문재인 성향 언론은 문재인 후보의 지지율을 높게 보도한 경우가 많았다는 분석이다.

선거 여론조사를 보도하는 언론이 특정 후보의 유·불리를 따졌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언론 스스로 ‘공정성’ ‘중립’을 내걸고 있지만, 선거기간 정보의 취사선택으로 유권자의 합리적 의사결정을 방해했다고 보는 근거다.

송병권 교수는 해당 논문을 통해 “현행 ‘공직선거법’은 여론조사 자체의 공정성이나 신뢰성에 초점을 맞춰 (유권자가) 객관적이고 정확한 여론 조사 결과를 접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하면서도 “언론은 여론조사 결과를 선택적으로 인용함으로써 정보를 왜곡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혹자는 한국도 미국처럼 언론이 뒤에 숨지 말고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 여부를 과감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신문·방송을 보유한 거대 보수 언론과 자본 시장 결탁 등의 현실을 감안할 때 우려되는 부분이 한둘이 아니다. 우선, 매일 아침 특정 정당과 후보를 지지하는 흑색선전이 난무할 가능성이 크다. 소위 언론 시장의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공명정대한 선거가 치러질지도 의문이다. 

‘국경 없는 기자회’가 발표한 2019 언론자유지수에서 한국은 세계 41위로, 아시아 국가 중 최고 수준에 올랐다. 언론인들은 2007년 이후 언론자유 체감도가 가장 높다고 한다(언론재단, ‘2019 언론인 조사’). 자유가 확대된 만큼 책임을 갖는 건 당연한 순리 아닐까.

마침 민주언론시민연합 등 전국언론노동조합 23개 단체는 지난 17일 총선 보도 감시를 목표로 ‘2020 총선미디어감시연대’를 발족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내고 “선거보도가 얼마나 객관적인지, 얼마나 철저한 검증을 거쳤는지, 혐오‧차별을 제대로 비판하고 있는지, 다른 선거보다 더욱 치열하게 감시하겠다”고 밝혔다.

유튜브와 SNS 등 새로운 유형의 미디어가 출현하고 있는 요즘, 총선미디어감시연대가 표현의 자유를 빙자한 언론의 ‘선거 개입’을 막아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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