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서재] '더 골', 목표를 잃은 기업가에게
[기자의 서재] '더 골', 목표를 잃은 기업가에게
  • 신진섭 기자
  • 승인 2020.03.06 19: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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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골(THE GOAL)' = 엘리 골드렛, 제프 콕스 저/강승덕, 김효 역.
▲'더 골(THE GOAL)' = 엘리 골드렛, 제프 콕스 저/강승덕, 김효 역.

톱데일리 신진섭 기자 = 미리 밝혀두지만 필자는 자기계발서와 경영서를 대단히 싫어하는 편이다. 이런 종류의 책을 쓰는 저자는 나무에게 엎드려 사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묘한 언변으로 일반론을 황금률인 것처럼 호도해 대중에게 책을 팔아먹는 사기의 일종이라고 판단한다. 자기계발서로 계발이 가능한 이는 책은 판 ‘자기(저자)’ 밖에 없다고 믿어왔다. 

하지만 이 책, ‘더 골(THE GOAL)’은 읽어봄직하다. 남에게 선물해 욕먹지 않을 책을 누군가 권해달라면 이 책을 추천하겠다. 이 책은 경영 이론서지만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소설 형식으로 써서 술술 읽힌다.

주인공은 엘리트 교육을 받은 공장장인데, 3개월 안에 실적을 개선하지 않으면 공장문을 닫아야 한다는 본사의 엄포를 마주한다. 재고는 쌓여있고, 납기일을 못 맞춘 지는 벌써 한참 됐다. 고객 컴플레인이 본사로 빗발쳐, 있던 계약도 깨질 판이다.

이 공장의 자랑거리는 큰 돈 주고 구입한 로봇 자동화 라인이다. 지치지도 않고, 노조에도 가입하지 않는 성실한 로봇들이야말로 성공의 열쇠라고 모두가 생각했다. 

하지만 공항에서 우연히 만난 소크라테스를 닮은 현자는 공장장의 믿음에 파문을 남긴다. 로봇이 들어온 뒤로 공장은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이고 있었는지? 조사 끝에 밝혀낸 사실, 놀랍게도 로봇은 실은 공장의 골칫거리였다. 멈춰서기 일쑤였고, 직원들이 제대로 다룰 줄 몰라 전체 공정을 지연시키고 있었다.

현자는 공장장의 상식을 뒤집는다. 가장 훌륭한 자원이 아니라 조직 내 가장 뒤쳐진 부분을 보완하는 것이 매출 개선의 방법이라는 것이다. 

부품 24개를 조립해야 완성되는 제품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부품A부터 Y까지 100만개를 찍어낸 성과에 직원들은 환호한다. 그런데 같은 시간, 별 볼일 없어 신경 쓰지 않았던 부품Z는 10만개밖에 완성되지 않았다. 현자는 이것이 대부분의 기업들이 빠지는 함정이라고 지적한다. 원자재를 최대한 싸게 사서(구매), 상품을 기획(PM)하고, 가능한 한 많이 찍어(제조) 화려한 문구를 달아(마케팅) 파는 각각의 파트만 고려하다가 정작 큰 그림은 놓치고 있다고. 이 때문에 창고에 재고는 쌓이고 납기일을 맞출 수 없다고. 

기업의 목적은 무엇인가. 시장 점유율 확보, 원가 절감, 고객 만족 등등. 일견 맞는 말이지만 궁극적인 목적은 되지 못한다. 돈을 벌어야 기업이다. 원가 절감을 하려고 처음 사업에 뛰어든 기업가가 있었겠는가. 규모가 커지고 업력이 쌓이다보면 디테일에 매몰 돼 ‘돈을 번다’ 기본명제를 망각하게 되는 것이다.

‘더 골’은 제조업에 국한 된 책은 아니다.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달리다 영문도 모른 채 스러져야만 했던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모두 저마다의 교훈을 얻어 갈 수 있을 듯하다. 특히 부하 탓만 하는 관리자에게 일독을 권한다. 팀이 성장하기 위한 해법은 이미 잘하는 에이스가 아니라 업무에 버거워하는 막내에게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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