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말 한마디로 '퉁'치라는 삼성준법감시위원회
[기자수첩] 말 한마디로 '퉁'치라는 삼성준법감시위원회
  • 김성화 기자
  • 승인 2020.03.12 12: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톱데일리 김성화 기자 =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아도 될까.

지난 11일 삼성준법감시위원회가 이재용 부회장에게 그간 경영승계작업에 위법한 요소가 있었음을 사과하라고 권고했다. 또 무노조 방침도 없을 것이란 사실도 공표하라고 덧붙였다.

이 권고를 따른다면 이 부회장 입으로 직접 경영승계작업이 존재했음을 인정한다는 의미가 있다. 그간 묵시적으로 존재했던 경영승계작업은 삼성뿐만 아니라 재계 전반에서 인정한 적이 없었던 사실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충분한가. 1996년 에버랜드 전환사채 문제부터 시작해 삼성SDS의 신주인수권부사채, 삼성물산 합병과 그 과정에서 이용된 삼성바이오로직스까지. 삼성 경영승계작업의 반대편에는 주주들의 손해가 존재한다.

또 삼성 X파일 사건, 삼성물산 합병에 동원된 국민연금과 그로 인한 3000억 원 이상의 손실까지. 삼성의 경영승계작업이 단순 주식 시장에만 영향을 준 것이 아니며, ‘삼성공화국’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우리나라 정치, 경제, 사법, 사회 영역을 넘나들며 끼친 영향이 크다.

이 모든 걸 ‘위법했습니다’, ‘죄송합니다’란 말로 차치해도 될까? 또 이 부회장만 해야 할 말이 있는 건 아니다. 경영승계작업 과정에 위법성이 있었다면 김지형 삼성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도 함께 뭔가 말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김 위원장은 에버랜드 전환사채 사건에 면죄부를 준 대법원 전원합의체 대법관 중 한 명이었다. 하다못해 ‘에버랜드 전환사채 사건은 위법하지 않으니 그 부분은 사과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위원회는 출범할 때부터 삼성의 ‘진정성’을 언급했지만 위원회 또한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을 가져가는 입장이다. 지금껏 보여준 건 다분히 ‘삼성’이 아닌 ‘이재용 부회장’의 입장이 반영돼 있어 보인다. 말 한마디로 모든 게 해결된다면 수 십 번도 할만하다. 누가 아는가. 재판부에서 ‘반성의 기미’가 보인다며 양형에 반영해줄지.

말만으로 멈추지 않아야 한다. 진정한 반성과 사과는 행동으로 나타난다. 위법한 경영승계작업과 무노조 원칙이 누구의 지시로, 어떤 보고 과정을 거쳐 어떻게 실행됐는지 삼성이 모든 걸 드러내놓고 평가 받는다면 믿어볼만하겠다. 이 부회장에게 과한가? 이 부회장이 60억 원으로 시작한 지난 경영승계작업은 6조 원이 넘는 결과물로 이어졌다. 얻을 건 얻었으며 다만 더 가져가지 못할 뿐이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인기기사
기업돋보기
단독기사
톱데일리는 독자분들의 제보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여러분께서 주신 제보와 취재요청으로 세상을 더욱 가치있게 만들겠습니다.
뉴스제보 이메일 top@top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