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부동산 바보들]② 서브프라임 모기지, 분노를 불러오다
[위대한 부동산 바보들]② 서브프라임 모기지, 분노를 불러오다
  • 김성화 기자
  • 승인 2020.03.13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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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컴 버블 이후 저금리 기조…건설업 호황 맞물려 주택 공급 상승
수익 찾아 나선 금융권, 저소득 대상 담보대출 타겟
MBS, CDO 파생상품으로 돈 굴리기…'부동산 불패' 신화 종료, 글로벌 금융위기로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은 금융의 중심, 월 스트리트에 분노를 표출하게 만들었다. 사진=Flicks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은 금융의 중심, 월 스트리트에 분노를 표출하게 만들었다. 사진=Flicks

톱데일리 김성화 기자 = 부풀지 않은 풍선을 바늘로 찌르면 소리도 내지 않고 바람이 빠진다. 반대로 터질 듯 터지지 않는 풍선을 바늘로 찌르면 ‘뻥’소리를 내며 터져버린다. 2008년 미국 부동산 시장이 그랬다. 부풀만큼 부풀어 오른 부동산 시장이 터지자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무너지기 시작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두고 가장 크게 지적된 문제는 금융권의 ‘도덕적 해이’다. 수익을 찾아 부동산으로 향했고 그 대상이 저소득 서민층이었기에 더 반감이 들었다. 돈을 빌려주며 부동산을 담보로 잡고, 셀 수도 없는 파생상품을 만들어 돈을 굴린 결과는 자신들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풍선이 터지기 전에 무엇이 바람을 불어 넣었냐는 그 이전에 존재했던 닷컴버블을 봐야한다. 미국 나스닥 지수가 1995년부터 상승하기 시작해 2000년 정점을 찍었던 시기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벤처기업들을 주목했고 돈이 쏠렸다.

닷컴버블은 마치 지금의 4차 산업혁명을 보는 듯 하다. 온라인 패션업체를 내세운 ‘부닷컴’, 한때 검색시장을 대표했던 ‘라이코스’, 영국 인터넷 업체 최초 상장 기업인 ‘프리서브닷컴’, 닷컴버블에 온라인 영업망을 철수했던 ‘이토이스’ 등은 무르익지 않은 닷컴시대의 희생양(?)으로 보인다.

어쨌든 닷컴버블이 꺼지면서 수많은 기업들이 무너졌고 아프간·이라크 전쟁과 9·11 테러가 겹치며 미국 정부는 저금리를 경기활성화 카드로 꺼내놓는다.

미국 금리 및 부동산 가격 추이. 사진=
미국 금리 및 부동산 가격 추이. 사진=한국개발연구원
미국 주택공급 동향. 사진=한국감정원
미국 주택공급 동향. 사진=한국감정원

이때 저금리가 미국 부동산 시장을 끌어올린 유일한 기폭제라 보긴 힘들지만 부추긴 건 사실이다. 이전부터 꾸준히 상승 중이던 미국 신규주택건설 착공물량 추이는 1980년 말~1990년 초 연 150만 호 이하에서 2000년대 중반 200만 호를 넘어섰다.

또 신규주택과 이미 지어진 기존주택의 중간가격도 올라가고 있었다. 미국 주택도시개발부에 따르면 신규주택 거래량이 2000년 87만7000호에서 2005년 128만3000호(47.1%)로, 기존주택은 517만4000호에서 707만5000호(36.7%)로 늘었다. 같은 기간 중간가격은 신규주택이 16만9000달러에서 24만 달러(41.1%), 기존주택은 14만3600달러에서 약 22만 달러(36.3%)로 상승했다.

모기지 분류. 사진=하나금융투자
모기지 분류. 사진=하나금융경영연구소

불에다 기름을 쏟은 게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이었다. 이름 그대로 ‘프라임’ 시장보다 ‘서브’인 계층에게 판매된 상품으로 우량 고객보다 신용도가 낮은 저소득 고객층이 주요 타겟이었다. ‘모기지’는 담보 또는 저당을 뜻한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은 프라임보다 대출금리가 2~4%p가 높고 대출로부터 일정 기간 후 변동금리로 전환되며 LTV가 90% 이상인 형태였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은 이미 한 차례 실패를 겪은 바 있다. 미국은 1980년 고금리 대출업무 범위를 확대했고 1982년 대출금리 재약정을 통한 변동금리가 가능해짐에 따라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을 합법화했다. 이어 1990년 융자 관련 규정 완화와 1997년 지역사회재투자법을 통해 서브프라임 모기지 시장이 확대됐다. 1995년 650억 달러 규모였던 서브프라임 모기지 시장은 1998년 1500억 달러로 급증했다.

이런 급증은 2008년의 서막을 보여주는 듯 했다. 1998년 높은 연체율과 차압률에 모기지 업체들이 무너지며 시장이 재편됐다. 상위 25개 업체들은 시장점유율을 1995년 40%에서 2003년 90%로 끌어올렸다.

모기지 신규취급액.
모기지 신규취급액. 사진=한국금융연구원

재편된 시장은 다시 파이를 키워갔다. 1998년 300억 달러까지 줄었던 시장이 대형 업체들을 중심으로 2006년 6000억 달러, 이전 규모를 훨씬 넘어섰다. 증가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시장은 다르게 말하면 그만큼 신용도가 낮으면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저소득층이 증가했다는 얘기다.

이정도였다면 2008년 금융위기는 미국, 모기지 업체들로 한정됐을 수 있다. 모기지 업체들은 소소한 이자 수익에 만족하지 않았다. 저소득층이 제공한 대출담보를 굴리기 시작한다. 자산이나 부채를 담보로 한 자산유동화증권(ABS)을 이용했다.

모기지 업체들은 유동화증권 중 주택저당대출을 담보로 한 주택저당채권(MBS)을 발행했다. 보통 은행은 주택을 담보로 대출금을 회수할 권리인 대출채권을 가지며 MBS는 이를 기초로 발행한 증권을 뜻한다.

여기에 수익을 늘리기 위한 과정이 더해진다. 부채담보부증권(CDO), 부채를 담보로 발행한 증권이다. 채권 투자기관에서 MBS를 구입해 CDO를 발행하면 이를 매입한 투자자는 채무에서 발생한 이자와 원금으로 수익을 얻는다. 모건 스탠리나 골드만 삭스, 리먼 브라더스와 같은 대형 투자은행들이 여기에 참여했다.

보통 CDO는 수 십 개의 부채를 합쳐 발행한다. 2006년 말 기준 MBS를 기초로 유동화한 CDO 규모는 3000억 달러, 2007년 기준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의 54% 정도가 이 과정을 거친 것으로 추정한다. 특징은 위험도가 높을수록 은행과 보험사보다는 헤지펀드 투자비중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MBS나 CDO나 의도는 위험도를 낮추기 위해 시작됐지만 여기서는 위험도를 가리고 리스크와 수익을 늘린 효과가 있었다.

감이 오지 않는가? 그렇다고 여기가 끝이 아니다. 채권 투자기관의 CDO를 매입한 투자자들은 이를 또 다시 분할해 매각하기도 했고 투자 등급을 높이기 위해 적당한 우량 채권을 섞기도 했다. 몇 번만 이런 과정을 거치다보면 태초의 부동산저당증권이 어디까지 닿아 있나 알 수가 없다.

여기에 신용평가사의 직무 유기가 지적된다. CDO에 신용등급을 부여하는 신용평가사들은 신용평가 대가로 보상을 받고 CDO가 성립되지 않으면 보상 또한 없는 구조였다. 또 CDO가 손실을 보더라도 신용평가사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

‘부동산이 올라서 부자가 됐잖아?’라고 되물을 수 있다. 맞다. 부동산이 오를 때는 모든 것이 문제없다. 하지만 부동산이 떨어질 때는 모든 것이 문제가 된다. 모든 시작점에는 멈추지 않고 상승하던 부동산과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부동산 대출이 있었기 때문이다. 부동산이 멈추던가, 저소득층이 대출을 갚지 못하던가, 둘 다 발생하던가하면 문제가 커진다. 지금은 그런걸 고려할 필요는 없었다. '부동산 불패'이니까.

미국 주택소유율. 사진=트레이딩 이코노믹스
미국 주택소유율. 사진=트레이딩 이코노믹스
사진=한국개발연구원
미국 10대 도시 실질주택가격 추이 및 변화율. 사진=한국개발연구원

설마했던 그게 실제로 일어났다. 2005년 10% 이상이었던 주택가격 상승률은 2006년 3분기부터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모기지 업체들은 신규 고객 확보를 위해 ▲피기백 대출(Piggyback, 먼저 집 값의 80%, 후에 나머지 20%를 추가로 대출해 다운페이먼트가 없는 대출) ▲노닥대출(No-Doc, 증빙자료 없이 대출자가 자신의 소득을 밝히는 대로 인정하는 대출) ▲이자전용대출(Interest-only, 이자만 내다 후에 원금을 일시 상환하는 대출) 등 대출기준을 완화한 상품까지 판매하며 시장을 키워갔다. 미국 주택 소유율도 이 시기 정점을 찍는다.

무리하게 시장을 키운 결과는 곧 드러났다. 미국은 2004년 6월 4% 대였던 금리를 2007년 5.34%까지 인상했다.

금리가 오르자 변동금리가 적용됐던 저소득 주택담보대출 차입자들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연체율도 2004년 8.43%에서 2005년 10.6%, 2007년 13.8%로, 주택차압률은 3.5%에서 5.1%로 증가했다. 1980년 일본과 마찬가지로 부동산이 모든 걸 해결해 줄 거라 믿었지만 부동산은 신이 아니었다. 2007년, 90일 이상 대출상환이 연체돼 경매로 넘어간 주택 수만 76만 채다. '약탈적 대출'이란 말이 왜 나왔을까를 생각해볼 시점이다.

당연히 모기지 업체들도 무너졌다. 모기지 대출업체 2위였던 뉴센츄리 파이낸셜은 230억 달러의 부채를 감당하지 못해 파산했고 대출규모 6위였던 아메리 퀘스트는 소매부문 영업 종료, 7위였던 옵션 원은 매각을 추진했지만 파산을 피할 수 없었다. 미국 5대 투자은행인 베어스턴스도 구제금융을 신청하기에 이르렀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으로 인한 손실액은 2008년 초 610억 달러로 추정한다. 1차 상품인 MBS 손실규모는 330억 달러며 2차 상품인 CDO도 이와 비견되는 230억 달러로 여겨진다.

미국 GDP 대비 가계부채. 사진=트레이딩 이코노믹스
미국 GDP 대비 가계부채. 사진=트레이딩 이코노믹스
미국 실업자 수. 사진=트레이딩 이코노믹스
미국 실업자 수. 사진=트레이딩 이코노믹스

2008년을 기점으로 미국은 실업자 수는 하늘을 찔렀다. 제조업 임금도 이 시기 바닥을 쳤고 오바마 정부와 의회는 2009년 2월 7870억 달러, 900조 원 규모 공적자금 지출을 결정했다. 금융이 부동산을 믿은 대가가 너무 비쌌다.

부동산의 신은 위대한 부동산 바보(?)였던 금융권을 벌하지 않았다. 그 결과는 다들 알고 있지 않은가. 미국 1위 모기지 업체 컨트리와이드 파이낸셜 CEO 앤젤로 모질로 회장은 회사가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으로 파산 위기였지만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매각 후 퇴직금과 스톡옵션, 연금으로 1억1500만 달러(한화 1080억 원)를 챙겨 비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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