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펄어비스, 당일 권고사직 논란
[단독] 펄어비스, 당일 권고사직 논란
  • 신진섭 기자
  • 승인 2020.03.19 18:34
  • 댓글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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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일 통보, 당일 퇴사… 권고사직이라고 쓰고 ‘짐싸라’고 읽는다
주 52시간을 넘어서는 초과근무는 증발했다
펄어비스의 순혈주의, 신입 경력직은 적응키 어려워
펄어비스 "대량 권고사직 소문은 사실과 달라", 내부 프로세스 점검 보완할 것
펄어비스가 최근 대량 권고사직 논란에 휘말렸다. 펄어비스에 몸담았던 이들은 이번 사태가 전부가 아니라고 한다. 인터뷰를 통해 이들의 주장을 정리했다. 사진=펄어비스 CI
펄어비스가 최근 대량 권고사직 논란에 휘말렸다. 펄어비스에 몸담았던 이들은 이번 사태가 전부가 아니라고 한다. 인터뷰를 통해 이들의 주장을 정리했다. 사진=펄어비스 CI

톱데일리 신진섭 기자 = 일각수(一角獸) 유니콘은 성스러운 동물로 묘사되곤 한다. 백색 갈기에 더러움을 배척하는 신화 속 모습은 성스러움 그 자체다. 유니콘의 잔혹함을 아는 이는 드물다. 중세 유럽 우화 속 유니콘은 포악하다. 심기를 거스르면 물거나 발로 짓이기고, 날카로운 뿔로 배를 관통한다.

펄어비스는 한국 게임업계의 유니콘으로 불린다. 탁월한 개발력을 앞세워 ‘검은사막’ 시리즈로 게임계의 신성으로 떠올랐다. 개발자 초봉 4200만원에 이르는 높은 임금, 대표이사부터 인턴까지 '님'으로 부르는 수평적 조직문화, 업계 최고 수준의 복지까지 면면이 화려했다. 하지만 펄어비스에 몸담았던 다수의 직원들은 재직 중 경험을 악몽처럼 회상했다. 펄어비스에겐 두 얼굴이 있다고 했다. 펄어비스는 대다수의 직원들에게 견디기 힘든 회사라고 주장했다. 처녀에게만 맘을 여는 유니콘처럼 말이다. 

■당일 통보, 당일 퇴사… 권고사직이라고 쓰고 ‘짐싸라’고 읽는다

경기도 안양시에 있는 펄어비스 사옥. 사진=펄어비스 제공
경기도 안양시에 있는 펄어비스 사옥. 사진=펄어비스 

“이번엔 내 차례가 왔구나 라고 생각했어요.” A씨는 인사팀으로 불려가던 날을 떠올렸다. 호출을 받고 가니 인사팀이 사직을 ‘권고’했다. 사전 관리자 면담 과정은 없었다. 

A씨는 회사로부터 왜 회사를 나가야하는지 이유를 제대로 듣지 못했다고 했다. “권고사직 이유는 크게 두 가지에요. 인재상과 맞지 않는다, 회사가 추구하는 방향성과 맞지 않는다고 합니다.”

사인을 하고 나오면 당일 즉시 짐을 싸고 회사를 떠나야 한다. 송별회는 물론 작별인사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했다. 메신저는 그날로 차단 돼 업무에서 배제된다. 

실제 퇴사 처리가 되는 건 그날로부터 한 달 후였다. 회사는 A씨에게 한 달 치 월급만큼을 위로금조로 지급했다. 때문에 서류에는 A씨가 권고사직 통보 후 한 달 뒤에 회사를 떠난 것으로 적혔다. 

그는 사측의 통보에 부당함을 느꼈지만 저항할 수 없었다고 한다. 펄어비스에 다니는 동안 퇴사자가 없는 주가 더 드물었고, 옆 부서 팀장과 직원들이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것을 봤다고 했다. 피하거나 극복할 수 없는 부정적인 상황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서, 어떠한 시도나 노력도 결과를 바꿀 수 없다고 여기고 무기력해지는 현상, 학습된 무기력이다.

황급하게 자리를 빼야 했던 직원들에게 회사의 복지는 종종 독이 됐다. 임대차 계약 기간은 남아있지만 주거지원비 지원은 종료됐고, 회사를 통해 받았던 대출은 당장 갚아야 할 무거운 짐으로 다가왔다.  

■대가없는 노동, 그날 야근은 기록되지 않았다

사진=펄어비스 홈페이지
사진=펄어비스 홈페이지

지난 2017년, 펄어비스는 포괄임금제를 폐지했다. 야근은 줄었다. 대신 기록되지 않는, 대가없는 야근이 늘었다.

펄어비스 전‧현직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회사 내 야근은 여전히 존재한다. 하지만 야근수당 인정 여부는 중간관리자와 인사팀에게 달려있다. 출퇴근 시 직원 증을 태그해도 전자기록으로 남지 않는다. 아직도 펄어비스는 수기(手記)로 근태를 관리한다. 늦은 저녁까지 개발에 매달렸지만 보상은 약속만큼 돌아오지 않았다. 시급의 1.5배에서 2배에 달하는 야근 수당 대신 대체휴무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았고, 이마저도 초과근무시간에 미달되는 수준인 경우가 빈번했다.

초과근무 시간에는 한계가 있었다. 회사는 12시간 이상을 넘는 초과근무는 인정하지 않았다. 인사팀을 거치면 주 80시간 근무 보고가 주 52시간으로 바뀌었고, 그만큼의 임금이 사라졌다. 대가없는 노동이 늘어날수록 높은 기본급은 빛이 바랬다. 올해 초부터 사측의 이런 기조가 더 강해졌다고 한다.

지난 2018년 개정된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임직원 수 300명 이상인 기업의 최장허용 근로시간은 최대 52시간이다. 육상운송업, 수상운송업, 항공운송업 등 연장근로가 허용되는 업종도 있다. 하지만 게임사는 여기 포함되지 않는다.

‘노력한 만큼 최고의 보상을 주는 개발사’라던 펄어비스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유니콘의 순혈주의, 근속연수 1.7년의 비밀

펄어비스의 지난 3분기
펄어비스의 지난해 3분기 직원현황. 총 직원 수 697명에 비정규직은 183명, 비율로 따지면 26.26%다. 펄어비스는 "평균 근속 연수의 경우 게임의 글로벌 확장에 따라 2017년(공시 기준) 인원이 3배가 늘었다. 다른 회사와 단순 비교 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고 밝혔다.

B씨는 사내에 순혈주의가 팽배해 있다고 했다. ‘성골’격인 펄어비스 창업 멤버와 입사 5년 이상 직원들이 사내 문화를 주도해 신입과 경력직 직원들은 적응하기 어렵다고 했다.

폭언과 이해하기 어려운 조직문화에 이의를 제기하면 “아직 펄어비스 직원이 되지 않았다”는 대답이 돌아왔다고 했다. 경력직이 전 회사의 시스템과 펄어비스를 비교해도 비슷한 반응이었다. 펄어비스기 때문에 남들과 달라도 된다는, 니 실력에 퇴사를 하면 어차피 갈 데도 없다는 얘기도 빈번하게 나왔다. 

B씨는 이를 가스라이팅(gaslighting)이라고 했다. 타인의 심리나 상황을 교묘하게 조작해 그 사람이 스스로 의심하게 만듦으로써 타인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는 행위를 말한다. 그간 수평적 조직문화를 강조해왔던 펄어비스와는 대척점에 있는 단어다. 

펄어비스 전 직원들은 지난 2018년 펄어비스에 합류했던 스타 원화가 김범이 회사를 떠나게 된 이유도 비슷하다고 했다. 이런 소문이 돌았다고 회상했다. ‘펄어비스 스타일이 아니다’라는 기존 직원들의 텃세가 그를 압박했다고 했다. 김범 원화가는 검은사막과 향후 개발될 신작의 원화를 담당할 예정이었지만 그가 그린 게임아트는 게임에 좀처럼 반영되지 않았다. '마비노기 영웅전', '하이퍼유니버스' 등을 담당한 화려한 경력도 펄어비스가 그를 품어야 할 충분한 이유를 제공하지 못했다. 

이에 대해 펄어비스는 "김범님은 개인 사정에 의해 회사를 그만 뒀다"고 밝혔다.

정규직과 비정규직(계약직)의 차별도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펄어비스의 임직원 수는 697명, 이 중 비정규직은 183명이다. 펄어비스의 비정규직 비율은 26.26% 전체의 1/4을 상회한다. 펄어비스의 비정규직 비율은 엔씨소프트(3.15%), 넷마블(3.06%), 컴투스(7.73%), 게임빌(12.31%) 등 주요게임사와 비교할 때 현격히 높다.

펄어비스에서 비정규직 비율이 증가한 시점은 지난해 검은사막 자체 퍼블리싱(유통)을 시작하면서다. 개발 외에 운영과 서비스 인력을 크게 늘렸고 이 중 상당수는 비정규직으로 채워졌다. 인건비 등 비용문제를 고려한 경영적인 판단으로 추정된다.

비정규직 비율에 대해 펄어비스는 "로컬라이징이나 고객센터처럼 자회사나 외주를 통해 하는 일을 본사에서 계약직으로 직접 진행하기 때문에 타사와 비교하기는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 최고 수준으로 꼽히는 펄어비스의 복리후생제도. 사진=펄어비스 홈페이지
업계 최고 수준으로 꼽히는 펄어비스의 복리후생제도. 사진=펄어비스 홈페이지

사측의 허들을 맞추지 못한 비정규직은 교체됐다. 인턴들은 정규직 전환을 위해 강도 높은 근무를 감수했다. 여느 회사가 그렇듯 모든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거듭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몇 번의 재계약에도 정규직이 되지 못하고 회사를 떠난 사람들은 존재했다. 비정규직은 펄어비스 내에서 가장 약한 고리였다. “정규직인 줄 알고 같이 근무했던 사람이 나갈 때 보니 비정규직인 경우가 종종 있었다. 일하면서 계약직이냐고 직접 물어보기도 어렵잖아요.” A씨는 비정규직의 퇴사 모습을 이렇게 떠올렸다.

■아트부서 대량 권고사직? 전혀 새롭지 않은 이야기

펄어비스의 인재상 중 일부. 사진=펄어비스 홈페이지
펄어비스의 인재상 중 일부. 사진=펄어비스 홈페이지

최근 불거진 아트부서 직원들의 대량 권고사직 논란에 대해 C씨는 전혀 새롭지 않은 이야기라고 말했다. 

“맨날 그렇게 날린다. 비일비재 했고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사업‧마케팅 부서에서 10명씩 날아가곤 했다.”

펄어비스는 짧은 시간에 급격히 성장했다. 김대일 의장을 주축으로 2010년, 안양의 작은 오피스텔에서 멋진 MMORPG를 만들고 싶은 7명이 만든 회사가 10년 만에 글로벌 게임 기업으로 거듭났다. 지난 4년 새 매출은 357배로 증가했고, 직원 수도 현재는 800명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논란은 어쩌면 성장통일지도 모른다. 회사를 떠난 일부의 불평불만일 수도 있다.

하지만 단순히 퇴사자들의 시기와 음해라고 보기엔 사태는 너무 시끄러워졌고, 그들의 말은 대체로 일관됐다.  

현재 펄어비스는 최근 발생한 대량 권고사직 소문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권고사직이 있을 순 있지만 정식절차를 따르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이슈에 대해 내부 프로세스를 점검해 보완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선 적극 개선할 계획이 있다고 했다.

이외 본지가 전‧현직 직원들의 인터뷰를 통해 취합한 질문들에 대해선 “개인적인 퇴사나 조직별 구조에 대해 언급하는 건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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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승 2020-05-11 21:12:34
수준급 원화가도 저러는 마당에.. 진짜 실력은 둘째치고 업계
좆같은 시스템 때문에 더 화가난다 이런 현실보면

ㅇㅇ 2020-03-23 00:20:01
포트폴리오도 빡세게 보고 사람 쉽게 안뽑는 회사에서 쟁쟁한 지원자들중에 뽑혀들어간 직원중에 대충대충하는 직원이 설마 니네가짜른 수백명이나 됐겠냐? 다들 실력있는 사람들인데 그놈의 리더급 맘에 안들면 짜르는거야. 중소기업보다 못한 업무시스템, 말도안돼는 일정, 성골들만 독식하는 인센티브등에 문제 제기하고 반항하면 짤리는거야. 주위에서 같이일한 팀원들 하루아침에 사라지면 남아있는 사람들이 멘탈제대로 붙잡고 일할까? 정신적으로 좀먹으면서 ㅈ같지만 버티는거야. 사람을 갈아넣는것도 정도껏해야지 이제 어떤인재가 거길가겠냐? 진짜 월급루팡 암세포같은존재는 리더급에있으니 하루빨리 도려내기를.

기래기 2020-03-21 05:32:43
기사 에바야... 양쪽 얘기 다 들어봤어? 대우해준만큼 열심이 해야지?
호의를 권리로알고 대충대충하다 나가떨어진걸 부당해고라고 악악거리는건 좀 그렇지 않냐
그리고 직원수가 폭발적으로 는게 몇년이나 됬다고 근속을 따지네

ㅇㅇ 2020-03-20 22:40:47
가스라이팅에 랄부탁!

ㅇㅇㅇ 2020-03-20 18:18:20
근래에 본 펄어비스 관련 기사중 가장 잘 쓴 기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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