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부동산 바보들]⑤ 노무현은 세종을 향하고 부동산은 서울을 안았다
[위대한 부동산 바보들]⑤ 노무현은 세종을 향하고 부동산은 서울을 안았다
  • 김성화 기자
  • 승인 2020.03.23 1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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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충청권 새로운 행정수도'의 꿈, 서울과 강남의 거센 저항
이명박, 글로벌 위기 속 부동산은 조용…부익부 빈익빈은 부동산에서도
박근혜, 빚내서 집사라…다주택 소유자 10만명, 가계부채 300조 증가로
2004년 1월 '지방화와 국가 군형발전시대' 선포식에 참석한 노무현 대통령. 사진=노무현 재단
2004년 1월 '지방화와 국가 군형발전시대' 선포식에 참석한 노무현 대통령. 사진=노무현 사료관

기득권을 뒤집는 다는 건 무모했다. 시장의 반응도 차가웠다. 노무현 정권의 부동산 정책은 그렇게 시작했고 결과도 좋지 않았다. 그리고 이명박·박근혜 정권은 노무현 정권의 흔적 지우기에 나섰다. 

톱데일리 김성화 기자 = ■노무현 정권(2003년~2008년): 외로이 천도를 꿈꾸다

노무현 정권의 어려움은 무모해 보일 정도로 과감한 기존 기득권과의 대립이 한몫했다. 세종시 행정수도 이전은 이를 잘 보여준다. 노무현 대통령은 16대 대선 공약은 “충청권에 새로운 행정수도를 건설”하며 “청와대와 중앙부처는 물론 국회까지” 포함하는, 옛 말로 천도(遷都)였다. 노무현 사료관의 참여정부정책보고서는 행정수도 이전의 이유로 “수도권은 권력이나 자본의 집중도는 훨씬 극심해 우리나라 100대 기업 본사의 91%, 공공기관의 85%, 금융기관 대출의 67%가 집중돼 있다“는 점을 언급한다.

2003년 12월 국회는 여야 합의로 ‘신행정수도의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을 통과 시켰지만 2004년 10월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을 받았다. 이후 2005년 3월 국회에서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특별법’을 의결하고 같은 해 11월 헌재가 헌법소원 각하 결정을 내리면서 행정수도 이전을 위한 절차를 진행할 수 있었다.

주택 매매가격 동향. 그래픽=김성화 기자
주택 매매가격 증감율. 그래픽=김성화 기자

2005년 12월 행정중심복합도시 예정지역 보상 작업이 시작됐다. 이후 부동산 시장 동향이 이상했다. 주택매매가격 동향을 보면 2006년 전국 평균 11.6%가 올랐고 서울 18.9%, 수도권은 20.3%, 강남 22.7%, 강북 14.8%로 급상승했다. 분명 의도와 다른 결과였다. 2006년 1순위 마감단지 83%가 수도권이었다.

당시 수도권은 택지부족과 사업승인 지연으로 분양물량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었다. 2006년 서울 분양 실적은 1만2500호로 2005년의 절반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후 공급과잉 우려와 함께 2007년부터 미분양 물량이 증가하는 등 공급이 심각하게 부족하지도 않았다.

단지 사람들은 여전히 서울과 수도권을 원하고 있었고, 노무현 정권의 이상을 공유하지 못함이 나타났다.

서울과 수도권 부동산 가격 상승 원인으로 짐작되는 바는 7조 원에 달하는 행정중심복합도시 예정지역 보상비가 서울로 몰렸다는 견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2006년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14만 호로 이후 2007년과 2008년 6만5000호와 6만3000호보다 상당히 많다. 2006년 경기권도 24만 호가 넘는 거래량을 보였고 이후 14만, 13만 호와 비교하면 특이한 시기임을 보여준다. 통계청은 2006년부터 아파트 거래 현황을 집계 이전 시기와 직접 비교는 어렵다.

노무현 정권은 2003년 수도권 투기과열지구 지정과 장기공공임대주택 150만 호 건설 계획, 투기지역 LTV(주택담보비율) 40% 등 정권 초부터 부동산 안정화 대책을 내놨다. 2005년은 판교 일괄 분양 등 판교투기방지 대책, 1가구 2주택 양도세 실거래 과세 대책 등을 내놨으며 2006년에도 주택거래 신고지역 자금조달 계획 신고, 재건축 개발이익 환수 및 투기 방지, 수도권 164만 호 공급 등을 발표했다. 2005년 종합부동산세도 빼놓을 수 없다.

이런 대책들은 임기 내 결과물로 나오진 못했다. 노무현 정권 시절 지가상승률 상위 20개 지역에는 충남과 서울, 경기권이 차지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부동산 빼고 꿀릴 게 없다”고 말했지만 당시 그를 평가하기엔 부동산을 빼놓을 수는 없었다.

■이명박 정권(2008년~2013년): 시장에 대한 단호한 믿음.

4대강은 제쳐두자. 그 효과는 아직도 모르겠으니까. 이명박 정권은 일관되게 시장친화적이었다. 그리고 노무현 정권과의 대립각이 기조였다.

미분양 물량 추이. 사진=주택금융공사

2008년 6월 지방 미분양주택 LTV를 60→70%로 완화한 6·11 대책, 재건축규제 합리화와 수도권 전매제한 완화의 8·21 대책, 양도세 합리화와 종부세 부담 완화의 9·11대책, 종부세 기준금액을 6→9억 원으로 낮추고 1~3%인 세율도 0.5~1%로 낮춘 9·23대책, 주택담보대출 부담 완화와 투기(과열)지구 해제 등 10·21대책, 지방 미분양주택에 대한 양도세 일반세율 적용과 투기(과열)지구 해제, 수도권 전매제한 완화 등 11·3대책 등 정권 1년차부터 노무현 정권의 부동산 규제책에 대응한 규제완화 정책을 쏟아 냈다.

정권 초 부동산 시장은 이명박 정권의 바람대로 반응했다. 정권 1년차 전국 주택매매가격은 3.1%, 2년차에는 1.5% 증가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감안하면 나쁘지 않았다. 서울은 같은 기간 5.0%와 2.7%가 올랐지만 강남은 1.3%와 3.4%, 강북이 8.8%와 1.9% 올라 균형도 어느 정도 맞았다. 이 시기 주택보급률도 증가했고 서울도 2008년 93%에서 2013년 101%로 올랐다. 수도권은 같은 시기 98%에서 106%, 정권 말 지방 주택보급률은 120%가 넘었다.

이러한 주택보급률에도 불구하고 정권 초 상승하던 미분양률까지 잡았다. 2008년과 2009년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수요 감소와 2006년 이후 공급 과잉이 겹쳐 16만 호까지 증가했던 미분양 물량은 이명박 정권 말 8만 호까지 감소했다. 다만 서울은 2만 호에서 다소 증가하는 추세를 유지했다.

정권 말인 2011년과 2012년 전국 평균 주택매매가격은 6.9%와 0.0%의 증감률을 보였지만 서울은 0.3%와 -2,9%, 강남은 0.3%와 -3.5%를 보여 나름 부동산 가격을 잡았다. 아파트매매 거래량도 2011년 반짝 증가했을 뿐 2012년에는 전년도들 보다 낮아졌다. 정권 초부터 부동산 완화정책을 내놓은 것에 비해 시장은 안정적이었다.

이명박 정권의 치부는 양극화다. 부동산 활성화에 따른 무리한 대출과 과실의 양극화가 눈에 띈다.

소득분위별 소득, 자산, 부채. 그래픽=김성화 기자
소득분위별 소득, 자산, 부채. 그래픽=김성화 기자

소득 5분위별 자산과 부채, 소득 조사가 시작된 2010년 이후 통계치를 보면, 소득이 가장 낮은 1분위는 2010년에서 2012년 사이 처분가능소득은 111만 원, 부채는 오히려 210만 원이 줄었고 부동산 담보대출은 16만 원 늘었다. 순자산액은 1089만 원이 감소, 부동산 자산은 1487만 원 늘었다.

같은 기간 5분위는 처분가능소득이 951만 원, 부채는 2211만 원, 부동산 담보대출은 905만 원, 거주주택 담보대출은 544만 원 순자산액은 1억1105만 원, 부동산 자산은 4378만 원 늘었다.

이명박 정권 내 소득 1분위에서 3분위까지 부동산 담보대출 금액은 200만 원대가 증가했지만 4분위부터는 500만 원 이상 늘었다. 또 4분위는 순자산액이 4694만 원 늘어 5분위와도 큰 격차를 보인다. 여유 있는 사람은 여유 있게 사고 못 살 사람은 빚을 내도 어려웠다.

■박근혜 정권(2013년~2017년): 빚을 내라

기조는 분명했다.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라’였다. 박근혜 정권은 2013년 4월 기존주택 양도세 5년간 면제, 8월 취득세율 영구인하를 발표한데 이어 2014년 7월 LTV와 DTI(총부채상환비율)를 70%로 완화했다. 이어 9월에는 재건축 허용 연한 규제 완화와 청약 1순위 1년 단축, 12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탄력 적용 등 연이어 부동산 활성화 정책을 내놨다.

아파트 매매 거래량. 사진=한국감정원
아파트 매매 거래량. 사진=한국감정원

거래는 확실히 활발해 졌다. 2012년 50만 호였던 아파트 거래량이 2013년 60만호를 넘었고 2014년 70만 호, 2015년에는 80만 호로 매년 10만 호가 증가했다. 또 2015년 서울은 2006년 이후 처음으로 10만 호가 넘는 13만 호의 거래량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 거래를 누가 했느냐가 중요하다. 2018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이규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아파트 3채 이상 보유자는 2012년 6만6587명에서 2016년 11만5332명으로 증가했다. 또 5채 이상 보유자는 같은 기간 1만7350명에서 2만4789명이다.

통계청의 개인별 주택소유통계에 따르면 서울에서 3건 이상 주택을 보유한 가구 수는 2012년 6만5000명에서 2013년 6만9000명, 2014년 7만1000명, 2015년 8만7000명, 2016년 9만3000명, 2017년 9만9000명이다. 2017년 서울에서 5건 이상 주택을 보유한 사람도 3만7000명에 이른다.

가계대출 동향. 그래픽=김성화 기자
가계대출 금액 및 증감률. 그래픽=김성화 기자

사람들은 빚을 내서 부동산을 구입했다. 소득1분위 가구의 부동산담보대출은 2013년부터 2017년 153만 원이 늘었고 그 사이 처분가능소득은 99만 원이 증가했다.

5분위는 의외였다. 처분가능소득이 6만 원 오르는데 그쳤지만 부동산 담보대출은 1753만원이 늘었다. 이명박 정권보다도 더 활발하게 대출을 받아 부동산 담보대출을 받았다. 소득 3분위부터 5분위까지는 모두 부동산 담보대출이 1000만 원 이상이 늘었다. 2분위만이 82만 원 감소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박근혜 정권 들어 2017년을 제외하고 가계대출이 줄어든 기간은 없다. 2013년 960조 원이던 가계대출 금액은 2016년 1269조 원, 309조 원이 증가했다. 이전 정권들이 200조 원대로 늘었음을 감안하면 4년의 기간 동안 굉장히 크게 증가했다. 2015년과 2016년은 가계대출 증가율이 11%로 두 자릿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2006년 이후 10년 만이었다.

가계부채가 증가하면서 이제 누가 진짜 위대한 바보인가를 걱정할 때인 것 같다. 상투를 쥐고서 놓지 못하는 자는 얻으려는 것 이상으로 많은 것을 잃었던 게 지난 부동산 거품이 보여준 흐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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