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서재] 아우슈비츠에 '인간'은 없었다
[기자의 서재] 아우슈비츠에 '인간'은 없었다
  • 이진휘 기자
  • 승인 2020.03.20 17: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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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인간인가'=프리모 레비 지음
▲'이것이 인간인가'=프리모 레비 지음

톱데일리 이진휘 기자 = “수용소는 우리를 동물로 격하시키는 거대한 장치이기 때문에, 우리는 동물이 되어서는 안된다. 우리가 노예일지라도, 우리에게 한가지 능력만이 남아 있다. 그 능력이란 바로 그들에게 동의하지 않는 것이다.”

아우슈비츠에서 학살된 희생자는 150만명, 그외 지역까지 합하면 600만명이 넘는다고 한다. 수백만 유대인이 가스실에서 죽음을 맞이하고 시신 약탈을 당했다.

‘이것이 인간인가’는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자의 증언이다. 수용소에서 보낸 열 달간의 체험을 낱낱이 기록했다.

이 책에선 독일인들에 대한 증오도 원한도 찾아볼 수 없다. 저자 프리모 레비의 문장은 쉽게 감정을 담지 않는다. 절제된 언어로 체험 사실을 담담하게 증언할 뿐이다. “심판관은 바로 여러분이다.” 그는 독자에게 판단을 맡긴다.

수용소엔 다양한 국적과 서로 다른 언어를 지닌 사람들이 모인다. 들어온 사연도 제각각 다르다. 이들의 공통점은 단지 유대인. 그 이유 하나로 이들은 수용소에서 추위와 굶주림, 노동으로 인해 죽어갔다.

포로들은 이름 대신 수인번호로 불린다. 개인의 존엄성은 사라진다. 숟가락이 없어 배급받은 음식은 개처럼 핥아먹어야 한다. 포로들은 남녀노소 불문하고 자신의 배설물 속에서 며칠씩 뒹굴기도 한다. 죽은 시신에게서 금이빨이 빼내어지고 방직 재료로 쓰기 위해 머리카락이 잘려나간다.

극한의 폭력 속에선 인간의 한계가 드러난다. 수용소에선 매일 동료의 빵과 신발을 뺏느라 다툼이 일어난다. 나치군의 선택을 피하지 못한 자는 죽음을 언도받아 끌려 나가고, 살아남은 자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신께 감사기도를 드린다. 누군가 희생돼야 살아남는 곳, 아우슈비츠는 인간성이 말살된 곳이다.

저자는 아우슈비츠에서 자행된 나치군의 만행만을 문제 삼지 않는다. 그의 지적은 히틀러의 사상에 무관심하게 동의한 독일 국민들에게 향했다. 그는 대부분의 독일인들이 아우슈비츠에 대해 알고 싶어 하지 않았다고 폭로한다. 독일인들은 입과 눈과 귀를 닫은 채 불의에 저항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레비는 그런 알려고도 하지 않은 태만함을 유죄라고 지적한다.

지옥 같은 아우슈비츠에서의 생활을 견딘 그도 결국엔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선택을 내렸다. 그의 죽음은 인간이 무엇인지에 대해 채울 수 없는 미완의 물음을 남겼다. 이탈리아 토리노 시에 있는 그의 묘에는 수인번호 174517이 새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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